손흥민(20, 함부르크)이 올 시즌 분데스리가 4골로 득점 공동 2위로 떠오르면서 리버풀 이적 루머가 제기됐다. 리버풀과 더불어 웨스트햄도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세의 어린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면서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시선을 끈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어느 클럽이든 특급 유망주를 데려오고 싶어하기 때문. 기량이 특출난 선수와 계약하기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유망주는 결코 그렇지 않다. 젊은 선수를 팀의 미래로 키울 수 있는 매리트도 있다.
손흥민 리버풀 루머, 리버풀 이적과 다른 의미
하지만 손흥민 리버풀행 루머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가 리버풀로 이적한다는 보장은 없다. 루머는 루머일 뿐 영입 관심과 영입 시도는 엄연히 다르다. 기성용의 경우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K리그를 떠나 유럽에 진출하기까지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세계의 전도유망한 영건들도 마찬가지. 유럽 클럽의 영입 관심이 항상 이적으로 연결되었던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미구엘 벨로수는 2000년대 후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잉글랜드 무대에 발을 내밀지 않았다.
손흥민 리버풀행 루머에 들뜰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부 유럽파들의 어려움을 보며 실전 감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영건 성장의 기본 요건은 소속팀 이름이 아닌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는 것이다. 젊은 선수는 기량과 전술 이해도가 덜 다듬어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1군에서 세 시즌째 활약중이지만 본격적인 주전으로 떠오른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반면 리버풀이나 웨스트햄 같은 다른 리그의 클럽에서는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기 쉽다.
리버풀 이적 루머가 긍정적인 점도 있다. 자신을 주목하는 클럽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맹활약이 계속된다면 또 다른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클럽간의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몸값이 뛰어오르게 된다. 첼시의 21세 유망주 에당 아자르 이적료가 3200만 파운드(약 569억 원)의 거액이었던 배경에는 빅 클럽끼리의 영입 경쟁이 붙었다. 손흥민의 현재 폼이 앞으로도 유지되면 리버풀, 웨스트햄을 뛰어넘는 유럽 클럽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 지금은 함부르크 잔류가 최선
지금은 손흥민이 몸값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의 활약만으로는 상위 리그 또는 분데스리가 강팀에 안착할 명분이 부족하다. 함부르크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반짝이 아닌 지속적인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함부르크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장했다. 선수 본인의 축구 재능도 출중했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성장시켰던 함부르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 보답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높은 이적료를 안겨주는 것이다.
손흥민은 언젠가 빅 클럽으로 떠날 잠재력이 충만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일본 대표팀 에이스 카가와 신지는 도르트문트에 1400만 파운드(약 249억 원)를 안기고 올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카가와의 거듭된 성장을 놓고 보면 손흥민에게 언젠가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 등과 힘을 합치며 함부르크의 도약을 주도하는 것이 최선이다. 팀 성적이 좋을수록 빅 클럽 스카우트들에게 눈길을 끌기 쉬울 것이다.
대표팀 입지 강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손흥민은 아직 대표팀 핵심 선수로 자리잡지 못했다. 지금까지 선배들과 주전을 다투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함부르크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대표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이 기대된다. 그 기세가 계속 이어지려면 소속팀에서의 활발한 경기 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존재라도 실전 감각이 부족하면 소용없다. 현재 손흥민에게 어울리는 클럽은 함부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