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5일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2차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경기에 나설 태극 전사 후보들을 확정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도르트문트)를 포함한 4명의 해외파와 정성훈(부산) 등 K-리거 들을 포함한 예비 엔트리 30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허정무 감독은 여러 대회와 경기를 거쳐 다양한 선수들을 발탁했지만 선수 선발 기준과 일관성에서 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론으로부터 선수 이름값이나 코칭스태프의 주관적 기준에 의해 뽑았다는 의혹이 있던 것. 지난 5월 월드컵 3차예선 당시에는 K-리그에서 활약이 부진했던 박주영(AS모나코) 고기구(전남) 안정환(부산)을 발탁했고 지난달 10일 북한전에서는 체력 문제로 풀타임 출장이 힘들었던 이천수(수원)를 뽑아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북한전서 1-1로 비겨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허정무호에 있어 UAE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소속팀에서 최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번 예비 엔트리는 이름과 관련없이 소속팀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뽑은 것이어서 '이름값 논란'이 사그러졌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북한전과 달리 예비 엔트리 30인 명단을 발표하여 이름값이 아닌 실력 위주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중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허 감독은 이번 주말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오는 6일 최종 엔트리 23명을 압축할 계획이다.
허정무 감독, '이름값 논란 없앴다'
UAE전 예비 엔트리의 화두는 공격진 물갈이. 그동안 허 감독은 공격력 저하에 따른 연이은 졸전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지 못해 물갈이에 나섰다. 지난달 북한전에 출장했던 조재진(전북) 이천수가 빠지고 정조국(서울) 정성훈(부산)이 발탁된 것. 최근 K리그서 두각을 나타내는 두 선수는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오랫동안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 아니어서 이들의 최종 엔트리 합류 여부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정조국과 정성훈은 허정무호의 주전 원톱으로 출장할 가능성이 큰 선수들. 그동안 원톱을 맡았던 박주영과 조재진이 부진하자 그 몫을 이들이 짊어지게 됐다.
정조국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1기 엔트리에 합류했던 선수. 지난 1월 30일 칠레전에서 주전 공격수로 출장했으나 경기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해 시즌 초반 소속팀 부진과 겹쳐 그동안 국가대표팀 명단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3골 2도움)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됐다. 그는 박주영의 이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서울의 13경기 연속 무패행진과 정규리그 2위 도약을 이끈 1등 공신으로 거듭났다.
그동안 국가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정성훈은 타고난 신체 조건(190cm, 84kg)을 자랑하는 골잡이. 지난해 대전에서 활약하기까지 '무장점 공격수'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 부산 이적 이후 황선홍 감독의 조련 속에 25경기서 8골 2도움을 올리며 안정환을 제치고 주전 공격수로 도약했다. 부산 이적 이후 골 넣는 기술이 향상되어 최근 4경기 연속골을 비롯 K리그 후반기 7경기서 6골 넣으며 국내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득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미드필더진에서는 아직 A매치 출장 경력이 없는 송정현(전남) 김형범(전북) 박희도(부산)의 합류가 눈에 띤다. 올해 32세의 공격형 미드필더 송정현은 전남의 주장으로서 지난해 소속팀의 FA컵 우승을 이끈 노장. 박지성과 최성국(성남) 같은 출중한 자원에 가려 최종 엔트리 합류 여부가 불투명하나 경고 누적으로 UAE전에 출장할 수 없는 대표팀 주장 김남일(고베)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전남 사령탑을 맡았던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한몸에 받던 선수여서 최종 엔트리 발탁에 관심이 모인다.
김형범은 국내 최고의 프리킥 능력을 자랑하는 윙어. '무회전 프리킥'으로 공식 경기서 골을 넣은 바 있어 허정무호의 세트 피스 부재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전북의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어 빠른 발과 놀라운 득점력으로 허정무호의 공격 갈증을 풀 예정이다. 부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중인 K-리그 신인 박희도는 안정감 있는 수비력과 날카로운 킥력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상황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수비진에는 잊혀졌던 '제2의 홍명보' 임유환(전북)의 합류가 눈에 띤다. 지능적인 수비가 돋보이는 임유환은 김형범과 더불어 전북 무패 행진의 1등 공신 역할을 하는 수비수. 이 밖에 왼쪽 발목과 복근 부상으로 그동안 국가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곽태휘(전남) 조원희(수원)도 부상 회복으로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 시즌 K-리그 국내 공격수 득점 2위를 기록중인 장남석(대구)은 예비 엔트리 합류에 실패했다. 지난달 28일 광주전서 2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국제 경기 경험 부족에 발목 잡힌 것. 이번 UAE전이 단순한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걸려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장남석을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았다.
한편 허정무호는 오는 6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9일 낮 12시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소집되어 담금질에 들어간다. 오는 11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러 전술을 가다듬은 뒤 1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서 UAE와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이 걸린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