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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의 영국전 승리, 과연 가능할까?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8월 5일 새벽 3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웨일즈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2012 런던 올림픽' 8강 영국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을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영국이 대회 개최국이자 우승 후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한국이 불리하다. 현지 축구팬들의 극성스런 응원도 태극 전사들에게는 부담이다. 하지만 영국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듯, 홍명보호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기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1. '우승 후보' 영국의 약점과 한국의 공략법은?

본래 영국에는 4개 축구협회(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존재한다. 런던 올림픽을 맞이하면서 영국 단일팀을 구성했지만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선수들의 경쟁력이 부족하면서 잉글랜드, 웨일즈 선수들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평소 같았으면 라이언 긱스와 다니엘 스터리지는 웨일즈와 잉글랜드 대표팀 일원이었다. 일반적으로 단일팀의 장점은 각 대표팀에서 잘하는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지만, 단점은 서로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축구에서는 팀 플레이가 중요시된다. 영국의 조직력이 한국보다 더 안좋다고 봐야 한다.

영국의 선수 면면을 보면 공격적이다. 4-2-3-1의 2선 미드필더로서 '램지(싱클레어)-긱스(소델)-벨라미' 체제가 예상되며, 이들을 뒷받침할 수비형 미드필더는 톰 클레버리-조 앨런이 본선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클레버리와 앨런은 정확한 패싱력을 바탕으로 팀 공격을 조율하는 스타일에 특화됐다. 좌우 풀백을 맡을 라이언 버틀랜드와 닐 테일러도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영국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박종우처럼 팀을 위해 희생할 살림꾼이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FC 바르셀로나에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있듯, 어느 팀이든 파상공세를 펼치려면 공격 옵션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선수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은 미드필더와 풀백 쪽에서 수비에 주력하는 선수가 마땅치 않다. 한국전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 다분하나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내주면서 역습을 허용하면 실점 위기에 직면하기 쉽다. 더욱이 포백 구성원들은 자주 호흡을 맞췄던 사이가 아니다.

한국이 영국을 이기려면 상대팀이 공격에 무게를 둘 때 정확한 종패스와 공격 옵션들의 돌파에 의한 역습을 시도해야 한다. 구자철-기성용의 패싱력, 김보경-남태희의 스피드가 중요한 이유다. 다만, 한국이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홍명보 감독은 2009년 U-20 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선호했다. 영국전에서는 상대팀 약점을 이용한 변칙 작전이 필요하나 홍명보 감독 성향에 맞는 축구를 할 경우에는 양팀 미드필더진의 볼 배급 정확도와 템포 조절에서 승패가 엇갈릴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원톱 스터리지다. UAE전과 우루과이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영국의 8강 진출을 공헌했다. 그러나 스터리지는 탐욕적인 선수다. 볼턴 임대 시절과 지난 시즌 첼시에서의 활약상을 보면 팀 플레이보다 골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시즌 후반기 첼시의 감독 교체 이후 벤치 멤버로 밀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잉글랜드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치려면 김영권-황석호 센터백 조합이 스터리지를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스터리지에게 침투 공간을 허용하면 골을 허용하기 쉽다는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2. 그러나 한국은 체력적으로 불리하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을 달성했던 원동력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약점으로 체력을 꼽으면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고, 그 결과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같은 유럽 강팀들을 제압하는 토대를 마련했다.(스페인전은 승부차기) 그러나 지금의 런던 올림픽 세대는 10년 전 선배들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싸우고 있다. 한일 월드컵은 한국에서 개최된 대회지만 런던 올림픽은 영국 대회이며 한국이 홈 텃세를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영국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하다.

그 이유는 한국의 가봉전 무승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연계 플레이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한 몫을 했다. 가봉전에서 남태희를 대신해서 백성동이 선발 투입된 것을 제외하면 본선 3경기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못했다. 3일에 한 경기씩 치르는 강행군이었으니 선수들이 지치기 쉽다. 박주영-김보경 같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가봉전에서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허리, 발가락 부상이 있는 박종우는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됐다. 영국전에서도 최정예 멤버를 구성할 경우에는 체력적인 어려움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반면 영국은 본선 3경기에서 한국과 달리 일정한 라인업을 꾸리지 않았다.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선수는 골키퍼 잭 버트랜드를 포함해서 총 8명이다. 본선 3차전 우루과이전에서는 긱스, 마빈 소델, 버틀랜드가 선발 제외되면서 토너먼트를 대비한 체력 안배를 했다. 로테이션의 폭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여유롭게 선수들을 기용했다. 한국이 매 경기마다 열심히 뛰면서 에너지를 소모했던 타입이라면 영국은 본선을 치르면서 토너먼트를 내다보는 선수 운영을 했다. 과연 한국은 체력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4강 진출에 성공할까?

3. 영국전에서 보고 싶은 3가지 장면

(1) 기성용은 라이언 긱스를 이길까?

상상만으로도 흥미롭다. 물론 기성용보다 긱스가 더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박지성이 안드레아 피를로를 제압했듯, 한국의 영국전 승리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기성용이 긱스를 이겨야 한다. 수비시에는 박종우와 함께 긱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공격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통해서 팀의 공격 전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최근에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리버풀, 풀럼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긱스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승리를 공헌하면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 박주영에게 원샷원킬을 기대하며

결국 박주영이 해내야 한다. 한국은 본선 3경기에서 2골에 그쳤다. 그 중에 한 골은 박주영 몫이지만 멕시코전, 가봉전에서는 부진했다. 김보경-남태희의 동반 침체, 구자철의 슈팅 불운을 고려하면 영국전에서 박주영 골이 터져야 한다. 또한 한국은 영국보다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골을 넣으려면 공격수 득점운이 따라줘야 한다. 과연 박주영이 영국전에서 원샷원킬의 기질을 발휘하며 아스널에서의 벤치 설움을 털어낼지 주목된다.

(3) 영국이 한국전 패배를 인정하는 반응

영국 축구는 한마디로 콧대가 세다. '축구 종가'라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한국에게 패하면 자신들의 실력 부족을 인정하고 한국 축구를 칭찬할까? 그런 날이 오면 한국 및 아시아 선수들을 향한 유럽 축구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 같다. 최근에는 유럽에 정착하는 아시아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시아 축구를 얕보는 유럽 축구의 시선이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영국을 이기면, 과연 영국 축구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한국vs잉글랜드, 예상 선발 명단

한국(4-2-3-1) : 정성룡/윤석영-김영권-황석호-김창수/기성용-박종우/김보경(지동원)-구자철-남태희(백성동)/박주영(김현성)
영국(4-2-3-1) : 버트랜드/버틀랜드-코커-리차즈-테일러/알렌-클레버리/램지(싱클레어)-긱스(소델)-벨라미/스터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