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박주영이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블랙번 영입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블랙번은 레온 베스트를 부상으로 잃으면서 아스널 박주영 임대를 원하고 있다. 박주영의 올림픽 출전 경기를 봤으며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을 설득해서 그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블랙번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9위(8승7무23패)로 강등된 팀.
현실적으로 박주영의 올 시즌 아스널 전망은 좋지 않다. 아스널은 이번 이적시장에서 루카스 포돌스키, 올리비에 지루를 영입했다. 조만간 이적할 것으로 예상하는 로빈 판 페르시의 공백을 두 명의 공격수로 대체하겠다는 복안. 지난 시즌 박주영과 더불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던 마루앙 샤막은 아직 팀을 떠나지 않았다. 박주영이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을지 의문인 상황. 축구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다른 팀에서 변신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주영이 블랙번으로 임대되기에는 아깝다. 2부리그는 1부리그에 비해서 출전 시간이 보장되는 장점이 있지만, 엄연히 2부리그와 1부리그는 차원이 다르다. 챔피언십리그는 팀당 46경기가 펼쳐지며 프리미어리그 38경기에 비해서 8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박주영이 다시 국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챔피언십리그와 병행하는 체력적 부담을 안게 된다. 또한 챔피언십리그는 프리미어리그보다 거칠기로 유명하다. 박주영이 3시즌 동안 경험했던 프랑스리그도 거칠지만, 아스널에서의 입지 약화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챔피언십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박주영의 챔피언십리그 임대는 오히려 안 좋은 전례를 남길 수도 있다. 만약 블랙번으로 임대되면 아시아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편견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아시아 출신 공격수는 없었다. 남미와 아프리카 에 비하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공격수 숫자가 많지 않으나 최근 들어 잉글랜드에 도전하는 아시아 공격수들이 늘었다. 유독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에서는 중앙에서 활동했던 선수들이 자리잡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스널에 머물기에는 앞날이 까마득한 상황. 현재로서는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에 임대되거나 이적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그런 루머가 존재하지 않으나 런던 올림픽에서 맹활약 펼치면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영입 제의를 받을지 모를 일이다. 몇몇 프리미어리그 클럽에서는 수준급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2011/12시즌 9위였던 풀럼은 파벨 포그레브냑(레딩) 보비 자모라(퀸즈 파크 레인저스)를 잃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7경기 17골 기록했던 클린트 뎀프시는 리버풀 이적설이 제기되는 상황. 이에 풀럼은 주력 공격수 이탈 공백을 막기 위해 믈라덴 페트리치(전 함부르크) 우고 로다예가(전 위건)를 영입했다. 페트리치는 함부르크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31세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으며, 로다예가는 최전방보다는 윙 포워드에 최적화된 공격수다. 두 선수 영입만으로는 최전방에서의 무게감이 부족하다.
지동원 소속팀이자 지난 시즌 13위였던 선덜랜드도 공격수가 부족하다. 투톱이었던 니클라스 벤트너의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났으며 스테판 세세뇽은 지난달 한국에서 개최된 피스컵에 불참하면서 이적이 유력해졌다. 피스컵에서는 유망주 코너 위컴을 원톱으로 활용했지만 올 시즌 주전으로 뛰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 마틴 오닐 감독은 투톱을 선호하며 추가 공격수 영입이 예상된다. 로다예가를 풀럼에 내줬던 15위 위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된 웨스트햄-레딩-사우스햄턴은 올 시즌 선전을 위해 공격수 영입을 노릴지 모른다.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 공격수라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프리미어리그를 단 1시즌 경험했으며 아스널이라는 빅 클럽에서 많은 기회가 오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이나 하위권 클럽에서 뛰게 된다면 아스널에서의 어려움을 만회할 기회를 잡게 된다. 특히 런던 올림픽은 수많은 잉글랜드 클럽들이 지켜보는 대회다. 자국에서 올림픽이 진행되기 때문. 박주영이 한국의 선전을 이끄는 강렬한 충격을 보여줘야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
또는 박주영이 아스널에 잔류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봐야 한다. 벵거 감독은 얼마 전 4-4-2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존의 4-2-3-1에서는 판 페르시 입지가 굳건하면서 박주영이 샤막과 출전 시간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판 페르시가 다른 팀으로 떠나면 포돌스키-지루드 투톱이 유력하다. 박주영의 교체 출전 횟수가 이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게 앙에서 활동했던 포돌스키와 지루드가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박주영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스널 잔류 시 최상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