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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8강 진출, 그러나 아쉬웠던 공격력

 

축구팬들이 원했던 시원스런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8강에 올랐다. 홍명보호가 런던 올림픽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1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 런던 올림픽 B조 3차전 가봉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B조 1승2무를 기록하면서 멕시코(2승1무)에 이어 조 2위로 8강행을 확정 지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토너먼트를 치르게 됐다.

[전반전] 한국, 주도권 잡았지만 공격력은 비효율적

한국의 경기 초반은 차분했다. 선수들의 수비 가담을 늘리며 가봉의 공격 분위기를 꺾는 데 집중했다. 1무1패로 최하위에 빠진 가봉은 무조건 한국을 이겨야 하는 조급함 때문인지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거나 롱볼을 띄웠다. 가봉의 수비형 미드필더 탄지고라는 전반 1분과 5분에 걸쳐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교체됐다. 가용 선수가 부족한 가봉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 하지만 한국은 전반 6분 김영권-황석호 센터백 조합이 '가봉 에이스' 아우바메양을 놓치면서 슈팅 기회를 내줄 뻔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른 시간에 실점했을지 모를 일이다.

고비를 넘긴 한국은 전반 14분 볼 점유율에서 62-38(%)로 앞섰다. 전반 19분에는 슈팅 숫자에서 5-0(유효 슈팅 3-0, 개)의 우세를 나타냈다. 미드필더진이 가봉 선수들을 끈질기게 압박하면서 선수 1명을 바꾼 상대 팀의 기선을 제압한 것이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았던 토대가 됐다. 경기 상황에 따라 지공과 속공을 번갈아가며 상대 팀의 수비 부담을 늘렸다. 전반 22분과 23분에는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구사했다. 전반 27분에는 구자철이 왼쪽에서 윤석영이 찔러준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받아냈지만 볼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골이 무산되었으나 가봉의 수비 공간이 계속 열렸다.

아쉬운 것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패스 실수가 잦았다. 공격이 거듭 전개될수록 연계 플레이 완성도를 높이면서 골을 노릴 필요가 있었지만, 상대 진영에서 패스가 끊어지기 시작하면서 공격이 소강상태에 빠졌다. 박주영은 무릎 부상 때문인지 몸이 무거웠고, 김보경은 가봉의 견제에 막혔고, 윤석영은 드리블이 불안했다. 구자철은 전반전에 열심히 뛰었지만 전반 42분 돌파 과정에서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슈팅 기회를 놓쳤다. 그 사이에 가봉 수비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국이 박스 안쪽을 파고드는 공격을 전개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수비에서는 아우바메양 봉쇄에 성공하면서 가봉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6분에 아찔했던 장면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무난하게 잘 막았다. 한국이 허리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김영권-황석호가 아우바메양을 견제하는 데 집중했으며 상대팀 역습 의지까지 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것이 찜찜했다. 최소 1골이라도 넣었다면 후반전 공격 부담을 줄이면서 에너지를 크게 낭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후반] 한국, 득점없이 무승부...B조 2위로 8강 진출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남태희를 교체 투입했다. 박종우가 허리, 발가락이 좋지 않아 90분 뛰기에는 무리였다.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백성동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다. 후반전에는 전반전보다 선수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아졌다. 2선 미드필더 라인이 올라가면서 박주영이 상대 팀에게 받는 견제를 덜어주려 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향하는 볼 처리도 전반전보다 한 박자 빨라졌다.

하지만 백성동이 후반 9분 이전까지 두 번의 결정적인 공격 장면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 전반전에는 잘했지만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 후반 10분에 띄웠던 크로스는 부정확했으며 1분 뒤에는 골문 가까이에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높게 뜨고 말았다. 다른 관점에서는 백성동만큼 활발히 기회를 잡는 공격 옵션이 없었다. 박주영-김보경이 부진했고 남태희는 후반 초반에 이렇다 할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다. 백성동에게 공격이 집중됐다. 후반 15분에는 김보경이 벤치로 들어가고 지동원이 두 번째 조커로 나섰다.

후반 중반에는 파상공세를 퍼부었음에도 여전히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박스 안쪽을 겨냥한 연계 플레이 정확도가 떨어졌다.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의 약속된 움직임이 부족하면서 가봉의 끈질긴 수비를 뚫기가 버거웠다. 후반 25분에는 지동원의 왼쪽 크로스가 높게 뜨면서 박주영이 볼을 터치할 수 없었다. 박주영은 후반 26분 남태희의 짧은 패스를 받을 때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후반 34분에는 김현성이 박주영을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다.

한국의 비효율적인 공격력은 후반 막판에도 계속됐다. 적극적인 공격 의지에 비해 패스 과정에서 볼의 세기와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번번이 골 기회를 놓쳤다. 세트 피스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 가봉이 전반 초반 어수선했던 경기 분위기를 추스르고 수비에 전념한 것이 한국의 공격력을 어렵게 했다. 한국은 득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8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