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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인 빅 클럽 주전 도약, 언제 또 볼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떠나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로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침체로 시즌 막판 결장을 거듭했던 그였기에 꾸준한 출전을 이유로 QPR 이적을 환영하는 축구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맨유를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맨유와 QPR은 클럽 레벨 자체가 대조적입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2위였지만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이며, QPR은 지난 시즌 17위이며 그 이전까지는 2부리그 클럽 이었습니다. 맨유가 QPR보다 더 좋은 클럽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축구 선수가 빅 클럽에서 수준급 활약을 펼치면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습니다. 박지성의 2005년 맨유 이적을 계기로 유럽축구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듯 말입니다. 여론에서는 빅 클럽 위주로 축구를 봅니다. 해외축구 중계 방송을 봐도 빅 클럽 또는 한국 선수 위주로 방영되고 있죠. 중계권을 지불하면서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방송사, TV 광고와의 관계를 따져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물론 박지성 이적으로 QPR 경기를 챙겨보는 축구팬들이 많아지겠죠.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던 박지성이 평소 "QPR로 이적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빅 클럽에 7시즌 몸담았던 선수가 굳이 하위권 클럽을 선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무리 QPR이 의욕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해도 지금의 역량으로는 맨유 클래스를 넘을 수 없습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냉정히 말해 10위권 진입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맨유와 QPR 구단의 계약 합의 속에서 이적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QPR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한국 축구는 박지성 이적으로 유럽 빅 클럽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단 1명(박주영)남게 됐습니다. 그러나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죠. 올 시즌에는 루카스 포돌스키, 올리베이 지루가 가세하면서 잔류가 불투명합니다. 로테이션 출전 조차 얻지 못한 현재 입지를 놓고 보면 빅 클럽보다는 중위권이나 하위권 클럽에서 변신하는 것이 좋겠지만, '빅 클럽 주전 도약'은 만만한 목표가 아님을 박주영 사례에서 알게 됐습니다. 구자철의 경우에도 독일 분데스리가 중위권에 속한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자리 잡지 못했지만 하위권에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었죠. 최근에는 아우크스부르크 재임대가 성사됐습니다.

90년대 이후 유럽 빅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한국인 선수는 박지성 뿐입니다. 7시즌 전체적 활약만을 놓고 보면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였으나 2005/06, 2008/09, 2010/11시즌에는 주전으로 활약했습니다. 그때도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팀 내 비중상 주전이었죠. 맨유 미드필더진은 타 포지션에 비해서 로테이션이 활발했으니까요. 그 이상의 출전 기회를 얻기에는 무릎 부상이 염려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마쳤지만 빅 클럽에서 성공했던 한국인 선수가 또 등장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일본은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3명입니다. 카가와 신지(맨유)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미야이치 료(아스널)가 해당됩니다. 카가와는 지난 시즌까지 도르트문트의 독일 분데스리가 2연패 멤버로 활약하면서 1400만 파운드(약 247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맨유에 진출했으며, 나가토모는 인터밀란의 주전입니다. 미야이치는 지난 시즌 하반기 볼턴에 임대되었으나 아스널에서는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었던 우사미 타카시는 최근 호펜하임으로 임대됐습니다. 유럽파 숫자를 봐도 한국보다는 일본 선수들이 더 많죠. 한때는 유럽파 한일 대결에서 '박지성 맨유 활약으로' 한국이 앞섰지만 이제는 대등하거나 역전된 모양새입니다.(그 대신 K리그가 경기력에서 J리그를 앞서고 있죠. AFC 챔피언스리그를 봐도)

하지만 한국의 유럽파가 일본의 유럽파보다 불리한 것은 병역 문제입니다. 한국은 징병제, 일본은 모병제입니다. 박지성의 맨유 성공도 병역 혜택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로 군 면제 혜택(지금은 월드컵 군 면제 폐지)을 받지 못했다면 빅 클럽 이적이 성사되지 못했거나 또는 맨유에서 활동할 시간이 짧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축구 선수의 병역 혜택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파들도 한국의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박주영은 장기간 병역 연기가 이루어졌지만 여론의 따가운 비난과 비판을 받았습니다.

빅 클럽 출전이 그 나라의 축구 수준을 결정짓는 잣대는 아닙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기량이 검증된 축구 선수를 얼마나 보유했는지는 나름의 기준이 될 수 있죠.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A매치를 앞두고 상대팀 선수들이 몸담고 있는 클럽을 주목하듯 말입니다. 아마도 다수의 축구 유망주들은 유럽 빅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기를 꿈꿀겁니다. 박지성 경기는 누구나 다 봤을테니까요. 또한 빅 클럽은 꾸준한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나 자국리그에서의 상위권 경쟁을 통해서 수준 높은 경기를 경험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축구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축구 선수는 기본적으로 경기에 뛰어야 합니다. 하위권팀이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빅 클럽 주전은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대상이자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을 끌기 쉬운 존재입니다. 박주영이 지난해 여름 릴이 아닌 아스널을 선택했듯, 언젠가는 또 다른 한국인 선수가 빅 클럽 이적 제의를 받을 것이며 주전 도약을 노리고 있을 겁니다. 과연 그 날이 언제 올까요? 그리고 그 선수는 누구일까요?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한 가지 첨언하면, 이청용이 불의의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을 쓸 필요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