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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QPR 이적? 정말 믿어야 하나?

 

며칠전부터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기성용(셀틱)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이청용(볼턴) 박주영(아스널) 중에 한 명이 QPR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론 분위기에서는 기성용 QPR 이적에 무게감을 두었습니다. 이에 기성용과 김보경이 QPR 이적을 부인하면서 그 선수가 누군지 오리무중 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QPR 이적이 합의 되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BBC에서 말입니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는 6일 "QPR은 맨유 미드필더 박지성을 영입하기 위한 계약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원)를 제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BBC가 다른 언론보다 기사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지성 QPR 이적이 성사된 듯한 분위기입니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박지성은 7년 만에 소속팀을 옮기게 됩니다. 참고로 QPR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7위를 기록했으며 시즌 막판 볼턴과 강등권 경쟁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박지성 QPR 이적 관련 소식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리처드 아놀드 맨유 이사는 5월 31일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서 "박지성은 맨유에 잔류할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미러>에서 "카가와 신지 적응을 도울 것이다"고 언급하면서 맨유에 잔류한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본선에서 탈락한 것과 애슐리 영이 빅 매치에 약했던 면모를 놓고 보면 박지성은 여전히 팀에 필요한 선수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K리그와 달리 선수에게 이적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영표가 6년전 토트넘에서 뛰던 시절 이탈리아 AS로마 이적을 거절했던 전례처럼 말입니다. 박지성은 내년 여름 맨유와의 계약이 만료되며 다가오는 이번 시즌에도 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이 QPR 이적을 거부하고 맨유에 잔류하면 괘씸죄(?)에 걸리면서 2012/13시즌 잦은 결장이 불가피할지 모릅니다. 이영표는 AS로마 이적 거부 이후 한동안 토트넘에서 뛰지 못했습니다.

만약 BBC 보도가 사실이라면 맨유는 박지성을 활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지성의 지난 시즌 내림세를 우려했던 것이죠.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카가와를 영입하면서 애슐리 영의 경쟁자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4-4-2를 구사하면 수비력이 약한 카가와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윙어 또는 쉐도우로 뛰어야 합니다. 그러나 쉐도우를 맡기에는 웨인 루니와의 포지션이 겹칩니다. 박지성과의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23세' 카가와가 '31세' 박지성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선수라고 판단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지성이 QPR에 이적하면 붙박이 주전으로 뛸 것으로 보입니다. QPR은 올 시즌 잔류를 위해 팀 전력의 균형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고 마크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낙점한 것 같습니다. 세 번의 월드컵과 다년간 유럽대항전에서 쌓은 노하우, 맨유에서 200경기 넘게 출전했던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입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로테이션 멤버로 뛰었던 존 오셰이가 지난 시즌 선덜랜드로 이적해서 팀에 없어선 안 될 핵심 수비수로 떠올랐던 효과를 박지성에게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축구팬 입장에서 박지성 QPR 이적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낯섭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꾸준한 출전만 보장되면 2010/11시즌에 보여줬던 것 처럼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던 맨유의 명예회복을 이끌 적임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애슐리 영이 박지성보다 더 좋은 윙어라고 판단하기에는 공격 패턴이 단조롭고, 수비력이 떨어지며, 큰 경기에 약하고, 기복이 심하고, 파트리스 에브라와 호흡이 안맞는 약점들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출전 횟수가 많았던 것은 빅 클럽 적응 차원이었을 뿐입니다. 10년전 이맘때 맨유의 먹튀였던 후안 베론도 출전 횟수는 제법 많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며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박지성 목표는 맨유 은퇴입니다. 아직 그 목표를 이루지 않았습니다. 동양인 선수가 유럽 빅 클럽에서 다년간 맹활약 펼치면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타인의 진로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선수의 뜻을 존중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BBC에서 박지성 이적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박지성 QPR 이적 기사. 정말 믿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