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2012 피스컵 수원 협약식'에서는 성남(대한민국) 함부루크(독일) 선덜랜드(잉글랜드) 관계자가 협약서 사인을 통해 대회 참가를 인증했다. 협약식 다음날에는 국내 언론에서 어느 모 유럽 빅 클럽의 피스컵 출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람들이 2012 피스컵을 빛낼 나머지 한 팀에 관심을 모았던 순간이다. 그러나 해당 빅 클럽의 피스컵 참가는 성사되지 못했고 네덜란드 클럽 흐로닝언이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 차세대 공격수 석현준(21) 소속팀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수원 시내 피스컵 홍보물에 등장한 석현준 (C) 효리사랑]
석현준, 2003년 이영표-박지성 영광 재현할까?
국내에서 개최된 2003-2005-2007년 피스컵에서는 유럽파 선수들이 국내 축구팬 앞에서 선을 보였던 공통점이 있었다. 2003년 이영표, 박지성(이상 PSV 에인트호벤) 2005년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2007년 설기현(레딩)이 그들이다. 유럽파는 아니었지만 2003년에는 이영표, 박지성과 더불어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던 홍명보(LA 갤럭시, 이상 당시 소속)도 참가했었다. 당시 3개 대회가 흥행 성공했던 기반에는 유럽파들의 참가가 기여했다. 국내 축구장에서 한국인 선수가 유럽 선수들과 함께 뛰는 모습을 축구팬들이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3 피스컵에서는 이영표-박지성이 에인트호벤 우승을 기여했으며 박지성은 골든볼(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두 선수는 에인트호벤에 입단한지 6~7개월 되었으며 팀에 적응하는 단계였다. 피스컵을 통해 팀의 우승을 견인하는 맹활약을 펼쳐 에인트호벤에서의 입지를 키웠던 전환점이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마련했다. 이영표는 붙박이 주전을 굳혔으며 박지성은 피스컵 골든볼 수상을 통해 동료 선수들에게 '축구 잘하는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당시 박지성은 이적 초기에 경기력 저하로 고생했던 상황이었다. 피스컵 이후에는 한때 부진했지만 점차 극복하며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안타깝게도 2005 피스컵과 2007 피스컵에서는 이영표-박지성과 같은 터닝 포인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5 피스컵에서는 이천수가 레알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 참가했던 마지막 무대였으며 2007 피스컵에서는 설기현이 부상으로 조별경기 1~2차전을 쉬었다. 2009 피스컵은 스페인에서 개최되었으며 11개 해외 클럽에 한국인 선수가 소속되지 않았다.
3년 만에 열리는 2012 피스컵에서는 흐로닝언의 석현준, 함부르크의 손흥민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모습을 보이게 됐다. 손흥민은 A매치 및 함부르크 활약상을 통해서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그가 소속된 함부르크는 국내 TV 중계에서 주기적으로 방영되었기 때문. 반면 석현준이 뛰는 네덜란드리그는 국내 TV 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2월 20일 에인트호벤전 2골 장면은 TV 중계가 아닌 SNS와 축구 커뮤니티에서 전파된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TV 중계가 없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네덜란드리그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석현준이 아약스에서 정착하지 못했던 요인도 꼽을 수 있다.
석현준은 지난 시즌 20경기에서 5골 기록했다.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뛰지 못했고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난한 스탯이다. 1차적으로 아약스를 떠나면서 1군 출전 감각을 익힌 것 까지는 성공했다. 이제는 2차 도약이 필요할 때다. 특히 피스컵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흐로닝언 석현준'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킬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때 아약스에서의 실전 감각 부족 여파로 청소년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이미지를 피스컵에서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팀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면 자신을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어떤 축구팬은 석현준이 아약스에서 자리잡지 못한 것을 이유로 지금도 실망감을 표현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련 없는 유망주는 지구촌에서 흔치 않다. 한국 축구 꿈나무들의 롤모델인 박지성은 수원공고 시절 어느 모 K리그팀 입단 테스트에서 퇴짜를 맞았으며, 독일 정상급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는 유망주 시절 7부리그에서 활약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축구 스타들의 성공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지만, 석현준은 21세 선수로서 과거 아약스에서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할 시간이 충분하다.
석현준은 피스컵에서 터닝 포인트를 찍어야 한다. 2003년 이영표-박지성처럼 피스컵 활약상을 통해서 올 시즌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라는 인식을 키워야 팀 내 입지가 강화된다. 자신을 향한 국내 축구팬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2012 피스컵. 어느 20대 초반 선수가 먼훗날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우뚝서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