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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 결승골' 한국, 쿠웨이트 제압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중대한 고비였던 쿠웨이트전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전반전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후반전에 극복하면서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29일 저녁 9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B조 6차전 쿠웨이트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21분 이동국이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26분에는 이근호가 골을 추가하면서 쿠웨이트를 제압했습니다. 한국은 B조에서 4승1무1패(승점 13)를 기록하며 3위 쿠웨이트(2승2무2패, 승점 8)를 승점 5점 차이로 제치고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됐습니다. 아직 UAE전이 끝나지 않은 2위 레바논과의 골득실에서 12골 차이로 앞서면서 사실상 B조 1위가 확정됐습니다.

경기 초반 수비에 심혈을 기울였던 한국 대표팀

한국의 쿠웨이트전 선발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4-4-2) 정성룡/박원재-이정수-곽태휘-최효진/한상운-김두현-김상식-이근호/이동국-박주영

한국은 경기 초반 수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좌우 풀백이 센터백과 동일 선상을 유지하면서 쿠웨이트의 역습을 대비했습니다. 지난해 쿠웨이트 원정에서는 상대팀에게 빠른 스피드에 의한 역습에 공략당하면서 수비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홈에서는 풀백들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제하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전반 3분에는 한국에게 아찔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쿠웨이트 공격수 알 무트와가 박스 왼쪽에서 최효진을 제치는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 받았습니다. 만약 주심이 최효진의 파울로 판단했다면 이른 시간부터 페널티킥을 허용했을지 모릅니다. 페널티킥 골까지 포함했다면 남은 87분이 상당히 어려웠을지 모르죠.

전반전 0-0 무승부, 쿠웨이트보다 공격력이 아쉬웠던 한국

전반 15분까지의 경기 흐름을 놓고 보면, 한국의 공격은 한상운 크로스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한상운이 전반 10분과 14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을때 박스쪽에서 이근호가 볼을 터치했습니다. 이근호는 오른쪽 윙어지만 문전에서 이동국-박주영처럼 골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쿠웨이트 수비의 허를 찌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상운이 왼쪽에서 볼을 잡을때 중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쿠웨이트 수비가 이동국-박주영쪽으로 집중 되었으니까요. 그 틈을 이근호가 중앙쪽으로 파고드는 작전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은 지난 주말 우즈베키스탄전처럼 임펙트가 강하지 못했습니다. 쿠웨이트의 빠른 공수 전환에 의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상운 크로스-이근호 움직임으로 골을 노리기에는 무기가 부족했습니다. 전반 16분 파울 숫자에서는 쿠웨이트가 7:3으로 많았습니다. 한국의 공격을 파울로 끊겠다는 쿠웨이트의 의지가 보였습니다. 더욱이 쿠웨이트는 빠른 공격 템포를 시도하면서 한국에게 적잖은 수비 부담을 안겨줬죠. 그 과정에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연계 플레이의 정확성과 세기를 높여야 하지만 공격 전개의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한국의 비효율적인 경기 운영은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경기 시작부터 10분까지 점유율에서는 53-47(%), 전반 11~20분 점유율은 63-37(%)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전반 24분까지 슈팅 시도에서는 2-6(개)로 밀렸습니다. 쿠웨이트보다 공격을 전개할 시간이 많았지만 골을 터뜨릴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공격 옵션들이 쿠웨이트 수비를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쿠웨이트의 과감한 공격에 시달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중앙 수비수들의 수비력이 불안하지 않았지만, 공격 줄기가 곧게 뻗지 못하면서 쿠웨이트에게 공격권을 내주는 경기력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전반 28분에는 한상운이 이동국 패스를 받아 박스 왼쪽을 파고들 때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골대 바깥을 스쳤습니다. 31분에는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협력 수비를 제치고 왼쪽에 있는 이동국으로 볼을 밀어주면서 결정적인 역습이 찾아왔습니다. 이동국이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상대 수비 몸을 맞으면서 골이 무산됐습니다. 28분과 31분 중에 한 장면은 골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쿠웨이트 점유율이 점점 떨어질 때 한국이 골을 터뜨렸다면 확실하게 기선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근호가 전반 39분 오른쪽 측면 돌파 과정에서 상대 수비에게 볼을 빼앗긴 뒤, 볼을 소유한 상대 공격 옵션을 끝까지 따라붙으면서 역습을 막아낸 적극성은 칭찬 받아야 합니다. 열심히 뛰었다는 뜻이죠.

전반전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가 아쉬웠습니다. 특히 김두현의 몸이 무거웠습니다. 중원에서 활동 폭을 넓히지 못한데다 패싱력이 떨어졌습니다. 박주영이 2선으로 자주 내려오면서 한국의 공격 전개가 쉬워졌지만, 오히려 박주영이 밑선으로 처지면서 쿠웨이트 박스쪽을 공략하는 인원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김두현 부진에서 비롯된 현상이죠. 한국이 후반전에 골을 넣으려면 기성용 교체 투입이 필요합니다.

이동국-이근호 골, 한국 2-0 승리

한국은 후반 2분 실점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쿠웨이트 공격수 나세르가 25~30m 거리에서 이정수를 앞에 두고 대포알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습니다. 볼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한국이 실점을 모면했지만 자칫 골을 허용했을지 모릅니다. 한국 수비가 나세르 슈팅을 허용한 것이 아쉽지만 근본적으로는 팀 전체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후반 6분에는 김두현을 대신에서 기성용이 교체 투입했습니다. 적절한 교체였습니다. 후반 19분에는 김신욱이 한상운 대신에 교체 투입했습니다. 이동국-김신욱 투톱으로 변형되면서 박주영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후반 21분에 터졌습니다. 이근호가 오른쪽 공간에서 볼을 띄울때 이동국이 박스 중앙에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동국의 한 방이 통쾌했지만 이근호의 위치선정이 좋았습니다. 상대 수비 빈 공간을 비집었을 때 이동국에게 패스를 연결했죠. 후반 26분에는 이근호가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이동국의 왼쪽 크로스가 골문쪽에서 상대 수비에게 차단됐을때 근처에서 최효진이 볼을 터치했고, 이근호가 최효진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두 명 앞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박주영-이동국의 슈팅이 연출됐죠.

한국의 파상공세는 기성용 교체 투입이 적중했음을 의미합니다. 기성용이 한국 공격의 기준점 역할을 해주면서 전반전보다 공격 전개가 좋아졌고, 이동국-박주영-이근호 같은 공격 옵션들의 후방 부담이 줄었습니다. 특히 이근호의 활동 반경이 전반전보다 앞쪽으로 올라갔다는 느낌입니다. 또 한국 선수들이 쿠웨이트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집념을 품은 것 같습니다. 전반전에 비해 몸놀림이 가벼워지면서 움직임이 경쾌해졌죠. 한국이 의도한대로 경기가 풀리면서 골을 넣겠다는 목적 의식이 강했습니다. 반면 쿠웨이트는 후반 30분 메사드가 이정수의 입쪽을 가격해서 경고를 받았고, 35분에는 기성용이 경고를 받을 때 알 에브라임이 주심에게 불필요한 항의를 하다가 경고 처리 됐습니다. 0-2로 밀리면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후반 33분에는 김상식이 교체되고 김재성이 마지막 조커로 나섰습니다. 쿠웨이트 공격을 착실하게 막았던 김상식이 교체된 것은 '경기를 이겼다'는 최강희 감독의 확신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백업 멤버를 활용하려는 동기부여 목적도 있지만요. 한국은 남은 시간 쿠웨이트 공격을 협력 수비로 이겨내면서 2-0 굳히기에 주력했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끝에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