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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쿠웨이트전 승리가 남긴 7가지 교훈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쿠웨이트전 패배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되었을지 모를 일이죠.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국이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래도 한국이 홈에서 승리하리라 생각했지만 쿠웨이트가 중동팀이라서 다소 찜찜했죠.

저의 염려는 일정 부분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이 후반 6분 기성용을 교체 투입하기 전까지 쿠웨이트가 경기 흐름을 주도했으니까요. 최강희호 특유의 닥공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좌우 풀백들이 수비에 주력할 정도로 말입니다. 또 쿠웨이트는 비매너 플레이를 남발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후반 21분 이동국, 후반 26분 이근호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1) 이동국, 브라질 월드컵 도전 자격 충분하다

"저는 국가대표 은퇴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축구화 끈을 푸는 순간까지는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가져야 하고 월드컵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라질 월드컵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뛸 수 있다면 월드컵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동국은 지난 1월 SBS <힐링캠프>에서 브라질 월드컵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월드컵과의 질긴 악연을 브라질에서 극복하겠다는 각오입니다. 2014년이면 나이가 35세 입니다. 브라질행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불가피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절박함이 큽니다. 지난 주말 우즈베키스탄전 2골, 쿠웨이트전 결승골이라면 브라질 월드컵 도전 자격이 충분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동국의 경기 내용을 좋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공격수의 기본 임무는 골입니다. 이동국은 한국에게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했습니다. 최강희호에 어울리는 No.1 공격수는 단연 이동국 이었습니다.

(2) 박주영 풀타임 출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박주영의 쿠웨이트전 경기력은 미흡했습니다. 전반전에 김두현이 부진하자 2선으로 내려가면서 패스 전개를 도왔지만, 공격수로서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후반 19분 김신욱 교체 투입에 의해 왼쪽 윙어로 내려갔을 때 몸놀림이 조금 풀렸지만 축구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죠. 한편으로는 김신욱의 교체 대상자는 한상운이 아닌 박주영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한상운 경기력이 좋다고 볼 수 없지만 이동국과 호흡이 잘 맞았죠.) 김신욱과 박주영은 같은 포지션이었죠.

하지만 박주영은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저의 추측이지만, 최강희 감독에게 믿음을 얻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스널 1군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당초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의 쿠웨이트전 차출에 회의적인 반응이었죠. 10번 공격수는 끝내 차출됐지만 쿠웨이트전 선발 출전을 확신하기 힘들었습니다. 쿠웨이트전에서 이동국 투톱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기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습니다. 그럼에도 90분 뛰었습니다. 후반 30분 무렵에 슈팅 날릴 때 살짝 미소 지었던 표정이 기억납니다.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뜻이죠. 쿠웨이트전 풀타임 출전은 적어도 최강희호에서 필요없는 카드가 아님을 뜻합니다.

(3) 최강희호, 조광래호보다 나았던 한 가지

전임 대표팀 문제점은 이영표 대표팀 은퇴 이후 마땅한 수비 리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비수 주장을 선임하지 않아도 후방쪽에서 누군가 선수들을 이끌어줘야 합니다. 공격수 박주영이 주장을 맡았지만 리더십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죠. 최강희호가 조광래호보다 나았던 한 가지는 수비 불안을 해소할 리더가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팀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센터백 곽태휘가 주장을 맡았습니다. 곽태휘의 리더 능력은 2011년 울산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죠. 전북에서 다년간 주장을 담당했던 김상식도 대표팀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돋움 했습니다.

사실, 김상식 대표팀 발탁은 의외였습니다. 식사마의 우즈베키스탄전-쿠웨이트전 선발 출전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 입니다. 36세 베테랑 미드필더의 맹활약은 영건을 선호했던 이전 대표팀과 비교할 때 기존의 틀을 깼습니다. 한국의 A매치 2경기 승리는 경기 전체적 흐름에서 김상식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묻어났습니다. 날카로운 패스를 활발히 공급하면서 상대 공격 옵션을 악착같이 따라붙는 수비력을 통해서 포백 보호에 충실했죠. 쿠웨이트전에서는 동료 선수들을 이끌어주는 제스쳐가 TV 화면에 등장했습니다. 믿음직 했습니다. 팀의 결속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4) 한국, 월드컵 최종예선 바짝 긴장해야 한다

한국은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했지만 팀 완성도에서는 상대팀보다 부족했습니다. 기성용 교체 투입 전까지는 한국이 쿠웨이트보다 공격 완성도, 공수 전환, 패스 템포가 미흡했습니다. 감독 교체를 단행했던 한국보다는 한 달 동안 장기 합숙을 했던 쿠웨이트의 조직력이 더 좋을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장기 합숙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승리는 기성용-김신욱 교체 투입, 이동국 한 방이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쿠웨이트전처럼 전술적인 결속력이 좋은 팀과 여러번 상대할지 모릅니다. 감독 교체로 체질 개선에 돌입한 최강희호가 극복해야 합니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전까지 A매치 기회가 적은 만큼(정확히는 다음 A매치가 결정되지 않은), 실전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바짝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5) 쿠웨이트 축구의 비매너 플레이, 씁쓸하다

-전반 35분 : 사나드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던 박원재 얼굴을 향해 볼을 찼습니다. 박원재는 그라운드에 쓰러지면서 얼굴을 감쌌습니다.
-전반 36분 : 탈랄은 김두현과 공중볼을 다툴 때, 왼팔로 김두현 목을 가격했습니다.
-후반 30분 : 메사드가 이정수의 입쪽을 가격했습니다. 이정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경기가 한동안 지연됐죠.
-후반 35분 : 알 에브라임은 기성용에게 옐로우 카드를 내밀었던 알 에브라임이 주심에게 불필요한 항의를 했지만 끝내 경고를 받았습니다.

제가 봤던 쿠웨이트의 비매너 플레이는 이렇습니다. 축구에서 매너 없는 플레이는 흔하지만 유독 중동팀들이 심했습니다. 중동팀들의 비매너 플레이를 앞으로 계속 겪을 수 밖에 없어서 씁쓸합니다. 중동 축구의 마인드가 달라지거나, 한국이 AFC(아시아 축구연맹)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이전까지 중동팀들의 옳지 못한 경기 태도는 계속 될 것 같습니다.

(6) 앞으로 뜨거워질 주전 경쟁을 기대하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오는 6월부터 시작합니다. 그때는 대표팀에서 국내파 비중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유럽파들은 시즌 종료 후 A매치를 치르기 때문에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못뛰는 유럽파가 있겠지만) K리그에서 맹활약 펼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좋을 겁니다.

6월이면 K리그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겠죠. 그 선수가 최강희호 경쟁 구도를 뜨겁게 달굴 뉴 페이스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또는 그동안 K리그에서 괄목할 기량을 발휘하고도 대표팀과 별 다른 인연이 없었던 선수의 등용이 이루어질지 모릅니다. 어쨌든 대표팀 주전 경쟁의 치열함은 당연한 것이며 6월 만큼은 K리그 선수들에게 기대가 큽니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7) 이제는 K리그가 개막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난 3~4개월 동안 A매치가 없었음에도 대표팀 관련 이슈가 넘쳤습니다. 레바논전 졸전, 조광래 전 감독 경질, 대한축구협회 행정 논란, 최강희 감독 선임, 이동국 발탁 등에 이르기까지 대표팀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는 주말에는 K리그가 개막합니다. 이제는 여론의 관심이 대표팀에서 K리그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대표팀이 휴식기에 접어들면서 K리그 스토리가 풍성해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