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입니다. 잉글랜드 현지에서 생생한 축구 소식을 전하는 조한복 EPL 전문 기자의 트위터를 통해서 홍재민 스포탈코리아 기자와 함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는 메시지를 봤습니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입단했던 2005/06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총 6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취재하면서 겪었던 스토리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축하합니다. 꼭 읽어볼께요'라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평소 책을 고를때는 책소개를 보면서 구매 여부를 놓고 고민하지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은 반드시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조한복 기자와 홍재민 기자는 아마도 우리나라 축구 기자들 중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현장에서 많이 취재했던 분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장 취재기를 활발하게 전달해주셔서 저를 비롯한 국내 축구팬들이 프리미어리그를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불과 10년 전까지 한국 축구팬들에게 낯선 존재였죠. 지금은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몸 담으면서 프리미어리그가 대중들에게 익숙해졌지만, 축구팬들은 한국인 선수 활약상에서 벗어나 잉글랜드 축구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잉글랜드 축구 이슈를 접하기에는 현장감이 부족합니다. 축구는 경기장에서 직접 봐야 제맛이죠. 이러한 축구팬들의 갈증을 조한복 기자와 홍재민 기자가 충분히 풀어줬습니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주국이며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최고의 리그로 손꼽힙니다. 한국과 프리미어리그의 거리감을 좁히고 우리들이 잉글랜드의 축구 분위기를 접하는데 있어서 두 분의 글이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이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한마디로 프리미어리그 취재 총정리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조한복 기자와 홍재민 기자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축구 칼럼을 연재중입니다.
축구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
책 앞에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거나 또는 현재 활약중인 6명(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이청용)의 사진이 배열됐습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이라는 책 제목 답게 콘셉트가 잘 부합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축구와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하는 원동력을 꼽으라면 한국인 선수의 존재감 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6일 저녁 10시 30분에는 아스널vs토트넘, 노리치vs맨유 경기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북런던 더비'로 유명한 전자의 경기가 빅 매치지만, 국내 방송사에서는 맨유 경기를 생중계 편성했습니다. 박지성 출전 여부로 주목 받았던 경기니까요.(결장했지만) 그만큼 국내에서는 잉글랜드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 경기력에 많은 눈길을 모아집니다.
책 제목 윗쪽에는 '박지성이 열고 이청용이 잇다'는 노란색 문구가 작은 크기로 표기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기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며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던 한국인 선수를 꼽으라면 박지성과 이청용을 거론할 수 있죠. 박지성이 7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를 기반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빛낸 영웅이라면, 이청용은 지금의 '볼턴 에이스'에서 벗어나 앞으로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와 유럽 축구를 빛낼 또 하나의 영웅입니다.(비록 장기간 부상을 당했지만)
사실, 박지성과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스토리는 한국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영웅전에 소개된 박지성과 이청용 스토리는 결코 진부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박지성의 2007/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 18인 엔트리를 예로 들겠습니다. 결승전이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루츠니키 스타디움을 직접 찾았던 한국인 기자 입장에서 박지성 18인 엔트리 제외 당시의 한국 취재진 현장 반응을 실감나게 정리했습니다. 책을 구성하는 모든 파트가 현장에서 겪었던 일을 토대로 짜여졌습니다. 국내에서 TV와 인터넷을 통하여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현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까요.
특히 이청용의 볼턴 정착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한국을 떠나 잉글랜드에 도착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을때의 스토리가 자세하게 소개되었고, 한때 위건에서 뛰었던 조원희가 이청용 집에서 식사를 준비했던 사진이 있고, 버밍엄 시티전 실수 그리고 데뷔골을 넣었던 과정이 잘 묘사됐습니다. 만약 이청용이 버밍엄 시티 원정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면 볼턴에 적응하는 시간이 더 오래걸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 의하면 이청용의 당시 골 장면은 볼턴 홈 구장(리복 스타디움) 기자실 한쪽 벽에 사진으로 담겨졌다고 합니다. 만약 볼턴이 블루 드래곤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2009/10시즌 강등되었을지 모를 일이죠.
개인적으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을 통해서 설기현과 김두현을 재발견하게 됐습니다. 책에서는 설기현을 정통 유러피언 풋볼러라고 표현했습니다. 2000년 유럽(벨기에)에 진출하면서 2010년 초 K리그 포항에 입단하기까지 10년 동안 유럽에서 활동했으니까요. 풀럼 시절에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하면서 중동 임대(사우디 알 힐랄)를 다녀왔지만, 그때를 감안해도 오랫동안 유럽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에 유럽 무대에 도전하여 끝내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것은 대단한 업적입니다. 차범근-허정무 감독 세대를 논외하면, 2002년 이전 유럽에 진출한 선수 중에서 유럽 무대를 누비며 롱런했던 선수는 아마도 설기현이 유일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더욱이 설기현의 프로 첫 팀은 벨기에 로얄 앤트워프였죠.
많은 사람들은 김두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두현은 책을 통해서 부정했습니다. 그 이유가 언급되니까 저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만약 김두현이 부상 당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부상에서 회복했다면 웨스트 브로미치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시간이 더 늘어났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주축 선수로 활약해도 군 문제 때문에 국내로 돌아와야 할 상황이었지만 유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을지 모르죠. 오히려 김두현은 웨스트 브로미치보다 더 강한 팀에서 뛰었으면 어땠나 싶은 생각을 했답니다.
그 밖에 이영표 인터뷰, 기성용-차두리 스코틀랜드 셀틱 도전기 같은 여러가지 스토리들이 책에 언급됐습니다. 축구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오랜만에 축구와 관련된 유익한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영웅전>은 제가 직접 구입해서 포스팅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