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19일 오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된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제압했습니다. 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4분 카를레스 푸욜이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32분 에릭 아비달이 역전골을 작렬하면서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습니다. 26일 캄프 누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바르사 4강 진출이 유력합니다. 바르사가 레알의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도 스페인과 세계 축구에서 역시 1인자임을 확인했던 경기였습니다.
[사진=레알 마드리드전 2-1 승리를 발표한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C) fcbarcelona.com]
호날두 선제골, 바르사 답지 못했던 전반전
경기 초반에는 레알의 공격 점유율이 많았습니다. 측면쪽으로 벌리는 패스가 많았고, 공격 옵션들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수비시의 포어체킹을 대비했습니다. 바르사에게 일찍 선제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뜻이죠. 최근 엘 클라시코 더비에 약한 기운을 떨치지 못하면서 이른 시간에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바르사가 경기 초반부터 짜임새 넘치는 공격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레알의 초반 기세가 힘을 얻었습니다.
전반 11분에는 호날두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1-0으로 앞섰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벤제마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왼쪽 측면에서 터치하면서 피케의 마크를 뿌리치고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습니다. 특히 벤제마 패스가 절묘했습니다. 알베스 위치가 앞쪽으로 쏠리면서 바르사 포백이 무너진 틈을 노려 호날두에게 재빨리 볼을 연결하면서 선제골을 엮었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전반 15분 산체스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한 것 이외에는 전반 20분까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레알이 1-0 이후 수비쪽에 인원을 늘리면서 공간 돌파가 어려웠습니다.
바르사가 파브레가스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한 것은 전반 중반까지 실패작 이었습니다. 파브레가스의 빠른 문전 돌파로 레알 수비진을 파고들면서 다른 공격 옵션들이 스위칭을 하는 전략이었지만, 파브레가스가 최전방에서 골 기회를 잡거나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이니에스타가 왼쪽 측면으로 빠지고 산체스가 왼쪽에서 중앙쪽으로 접근할 때 파브레가스가 레알 수비수들의 마크에 둘러 쌓였습니다. 그래서 파브레가스는 전반 30분을 넘기면서 2선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늘었습니다. 박스 안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나마 바르사는 집중적인 왼쪽 공격을 펼치면서 반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레알 오른쪽 수비를 벗겨내는 침투 패스를 연결하면서 이니에스타-메시의 슈팅이 연출되었고, 이니에스타가 왼쪽 측면 공격수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레알 수비가 순간적으로 흔들렸죠. 메시는 오른쪽 윙 포워드에서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레알의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던 알틴톱이 잘못 볼을 걷어낸 것이 바르사 공격으로 이어진 장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왼쪽에서 재빨리 오른쪽으로 트는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레알이 점점 오른쪽 수비에 인원을 늘린데다 메시-파브레가스가 중앙에서 맥을 못추면서 바르사 공격의 파괴력이 무뎌졌습니다.
레알은 1-0으로 전반전을 마친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달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경기 시작 23초만에 벤제마가 골을 넣었지만 전반 29분 산체스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전에 2골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1-3으로 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는 전반전을 실점없이 끝냈습니다. 1-0 이후 모든 선수들의 수비 가담을 늘리면서 바르사 공격 옵션들이 박스쪽으로 접근하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페페-라스 같은 투쟁력 강한 선수를 좌우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이 메시-파브레가스를 봉쇄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푸욜-아비달 골, 바르사 2-1 역전승
후반 4분에는 바르사 캡틴 푸욜이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사비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재빨리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헤딩골을 터뜨렸죠. 레알 입장에서는 근처에 있던 페페가 푸욜의 움직임을 놓쳤던 집중력 저하가 아쉬웠습니다. 페페는 전반전 경고 1장이 있는 상황에서 후반 8분 메시에게 파울을 범하는 불안정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그리고 레알은 호날두 선제골 이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지만 역습의 세기가 무뎌졌던 아쉬움을 후반전에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바르사의 '치명적인' 점유율 속에서 핵심을 찌르는 공격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후반 12분까지 점유율에서 바르사가 70-30(%)로 앞섰습니다.
바르사는 후반전에도 공격 옵션들의 스위칭을 활용했습니다. 메시-파브레가스가 오른쪽 측면과 중원에 있을 때 사비가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가거나, 아비달이 왼쪽 측면을 지키면서 산체스가 중앙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알베스가 공격 진영으로 올라올때는 파브레가스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졌습니다. 잦은 위치 변경에 의한 패스 전개를 늘리면서 레알 수비를 흔드는데 주력했죠. 경기 분위기가 바르사의 일방적인 우세로 굳어졌습니다.
레알은 후반 20분 라스-이과인을 교체하고 외질-카예혼을 투입했습니다. 라스 자리에 외질을 놓으면서, 카예혼 등장과 동시에 벤제마가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하는 공격적인 승부수를 꺼냈습니다. 지금까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레알이 바르사의 후반전 공세에 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 였습니다. 이번에는 무리뉴 감독이 조커 투입으로 변화를 주면서 공격 라인을 윗쪽으로 올렸습니다. 이에 바르사는 미드필더들의 무게 중심을 밑쪽으로 내리고 파브레가스까지 협력 수비를 취하면서 레알의 역습을 대비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후반 26분에는 사비가 하프라인에서 밀어준 스루패스가 최전방에 있던 산체스에게 연결되면서 한 순간에 골 기회를 노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산체스가 오프사이드를 범했지만)
후반 32분에는 아비달이 역전골을 넣었습니다. 박스 왼쪽에서 메시의 대각선 로빙패스를 받을 때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메시에게 볼을 받을때의 포지셔닝이 절묘했습니다. 메시가 레알 선수 3명의 견제를 받을 때 상대 수비 조직이 한쪽으로 몰렸던 틈을 노리며 왼쪽 빈 공간으로 접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메시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레알은 한 순간의 수비 실수가 아쉬웠고 바르사는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후반전에 강한 면모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두 팀은 거친 플레이를 남발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과열되었고, 바르사가 2-1 리드를 지킨 끝에 1차전에서 승리했습니다.
바르사는 이번 레알전 승리로 레알의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최근 엘 클라시코 더비 9경기에서 5승3무1패로 앞섰습니다. 레알은 바르사의 2009년 6관왕 아성에 도전하고자 2010년 여름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고, 그동안 수많은 대형 선수를 영입했지만 여전히 2인자 이미지를 떨치지 못했습니다.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에서도 레알의 초반 공격은 강했지만 그때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르사 공격이 빨라지고, 날카로우면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레알이 반격을 펼칠때는 바르사 수비가 필사적으로 맞서면서 능숙하게 경기를 풀었습니다.
반면 레알은 호날두 선제골로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바르사를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공격 카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습이 바르사 수비 속도보다 늦은데다 이과인이 부진했습니다.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 성향이 짙은 미드필더를 기용하기 어려웠지만 외질이 그동안 사비-부스케츠에 약했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아직 2차전이 남았지만 바르사 아성을 넘기에는 여전히 내공이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