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이 기대했던 앙리 효과는 없었습니다. 앙리는 준수한 경기력을 발휘했지만 팀 승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승격팀'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 원정에서 2-3으로 패했으니까요. 네임벨류를 놓고 보면 아스널 승리가 당연했을지 몰라도 스완지는 유독 홈에 강합니다. 올 시즌 홈에서 5승5무1패(15골 6실점)를 기록했으며 짠물 수비가 강점입니다. 아스널이 스완지 원정에서 2골을 넣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승점을 얻지 못했습니다. 어설픈 수비가 화를 불렀죠. 아울러 박주영은 결장했습니다.
[사진=스완지 시티전 2-3 패배를 발표한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강팀의 기본 조건은 강력한 수비, 하지만 아스널은?
아스널은 전반 4분 판 페르시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11분 뒤 램지가 다이어 뒤에서 오른발을 걸으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싱클레어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으면서 1:1이 됐습니다. 후반 11분에는 램지가 아르샤빈에게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기 직전에 앨런에게 볼을 빼앗겼으며, 앨런의 대각선 패스에 이은 다이어의 오른발 슈팅이 골이 되면서 스완지가 1:2로 달아났습니다. 후반 24분에는 월컷이 동점골을 넣었지만 1분 뒤 왼쪽 공간에서 2~3명이 시그르드손의 스루 패스를 차단하지 못한 것이 그라함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던 빌미가 됐습니다.
램지는 아스널 3실점 중에 2실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지만 두 번의 수비 실수가 팀을 어렵게 했습니다. 첫번째 실점은 위험 지역에서 무리한 파울을 범했고 두번째 실점은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앨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습니다. 아스널의 3번째 실점은 팀이 문제였습니다. 월컷이 동점골을 넣자마자 바로 골을 내줬기 때문이죠. 동료 선수가 골을 넣었던 기분에 너무 들떴던 나머지 팀의 수비 집중력이 안일했습니다. 스완지 기습 공격에 농락 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아스널이 상대했던 스완지는 홈에서 저돌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늘리면서 포어체킹을 강화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스널 후방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산투스-사냐-젠킨슨-깁스 같은 풀백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컸습니다. 한때 왼쪽 풀백을 대신 맡았던 베르마엘렌까지 부상 당했죠. 그래서 센터백 출신의 미켈-주루가 풀백을 맡았지만 자주 수비 뒷 공간을 내줬고 특히 주루는 싱클레어 봉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두 선수가 풀백을 맡기에는 순발력과 포지셔닝이 떨어집니다. 아스널은 '센터백' 코시엘니-메르데자커가 건재함을 잃지 않으면서 대량 실점을 모면했지만 측면 뒷 공간에서 시작된 수비 불안 때문에 정상적인 공격을 진행하기가 어려웠죠.
미드필더들은 스완지 포어체킹을 이겨낼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후방에서 빌드업이 느슨하게 진행되면서 스완지 공격 옵션들의 수비 속도에 밀렸습니다. 후반 11분에는 램지가 자기 진영에서 앨런에게 볼을 차단당하면서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팀이 수비로 전환할때는 종종 압박이 느슨해지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스완지와의 기동력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아르샤빈-베나윤은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베나윤의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은 실패작입니다. 윌셔가 오랫동안 부상으로 빠지자 중원에서 터프하게 싸워줄 선수가 부족합니다. 송 빌롱 한명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아스널은 스완지와의 점유율에서 45-55(%)로 밀렸습니다. 슈팅에서 18-10(유효 슈팅 8-4, 개)로 앞섰지만 오히려 상대팀보다 볼을 만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팀이 전반적으로 패스 미스가 잦았습니다. 스완지가 반격을 노릴 기회가 많아지면서 수비 불안을 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유율을 회복하는 패턴을 취하기에는 스완지 포어체킹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상대 압박을 이겨내는 탈압박이 필요했지만 선수들의 볼 키핑과 패스가 안정되지 못했습니다. 아르테타의 부상 결장을 감안해도 미드필더들의 압박과 탈압박이 떨어지는 경우가 올 시즌에 비일비재 했습니다.
어느 팀이든 부상 선수가 많으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 원인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여파였으며 특히 비디치 공백이 치명적 이었습니다. 아스널은 측면 수비에 가용할 인원이 부족합니다. 그 선수들이 돌아와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공백이 만만치 않습니다. 선수 영입을 추진하기에는 몇몇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서 포지션이 중복되는 문제를 야기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스널은 지난 몇 시즌 동안 부상 선수가 많이 속출했던 편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선수층이 결코 얇지 않지만 여전히 부상 악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아스널은 원정 경기에서 실점이 잦습니다. 올 시즌 리그 원정 실점 1위팀 입니다.(11경기 25실점) 지난해 8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2-8 대패를 감안해도 4위 첼시(10경기 9실점) 6위 뉴캐슬(10경기 14실점) 7위 리버풀(10경기 10실점)보다 2배의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홈에서는 10경기 6실점을 기록하면서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지만 원정에서 약해집니다. 그 결과는 원정 전적 4승1무6패로 이어졌습니다. 승리와 무승부를 합친 숫자보다 패배 숫자가 더 많습니다. 지난 2일 풀럼 원정에서는 경기 막판에 2골을 허용하면서 1-2로 패했습니다. 강팀의 기본 조건은 강력한 수비지만 아스널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스널은 스완지를 제압했어야 합니다. 4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매 경기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야 목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완지에게 패하면서 첼시와의 격차가 승점 4점으로 벌어졌습니다. 6위 뉴캐슬과는 승점 36점 동률입니다. 리그 2연패에 빠진 아스널의 4위권 진입이 힘겹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