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의 최대 관심사는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라이벌전이 입니다. 오는 23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두 강호가 격돌합니다. 한 팀이 프리미어리그 1위에 도전하는 입장이라면 다른 한 팀은 빅4 지키기에 안간힘을 쏟아야 합니다. '양박' 박지성과 박주영의 맞대결 여부와 더불어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EPL 5위' 아스널, 5개월전 2-8 패배 복수할까?
아스널은 이번 맨유전에서 패하면 리그 3연패에 빠집니다. 지난 3일 풀럼전 1-2, 16일 스완지전 2-3 패배를 당하면서 4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가 4점으로 벌어졌습니다. 2경기 모두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맨유전마저 승점 획득에 실패하면 첼시와 승점을 좁히는데 실패하면서 뉴캐슬 또는 리버풀에게 5위 자리를 내줄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처합니다. 더욱이 맨유전은 홈에서 열립니다. 라이벌에게 패하면 홈팬들의 거센 야유를 들을지 모릅니다. 한동안 조용했던 벵거 감독의 경질설이 다시 제기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극단적인 생각이었지만 강팀으로서 리그 3연패는 거너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입니다. 특히 상대팀이 맨유라면 말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아스널은 맨유에 비해 열세입니다. 제르비뉴-샤막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었고, 산투스-깁슨-사냐-젠킨슨 같은 좌우 풀백들이 줄부상을 당했고, 베르마엘렌의 부상이 잦아졌고, 최근 2개월 임대된 '레전드' 앙리마저 부상으로 신음중입니다. 물론 앙리가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면 몇 분이라도 출전 기회를 잡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선수는 20대 선수에 비해 몸의 회복이 느립니다. '리그 득점 1위' 판 페르시를 믿을 수 밖에 없지만, 지금까지 등번호 10번 선수의 골 생산에 너무 의존하면서 맨유 수비에게 집중 견제를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좌우 풀백이 불안합니다. 스완지전에서는 미켈-주루가 빈 공간을 많이 내준것이 상대팀 역습의 빌미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후방 옵션들이 스완지 포어체킹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빌드업 속도가 늦어졌죠. 스완지전 3실점 중에 2실점은 램지의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맨유는 스완지보다 개인 역량과 조직력이 더 강한 팀입니다. 스완지의 아스널전 승리 요인을 맨유가 참고할지 모릅니다. 문제는 아스널이 수비 불안을 해소할 답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좌우 풀백으로 기용할 선수가 마땅치 않죠. 미켈은 발렌시아, 주루는 박지성 또는 나니를 봉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라이벌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지난 8월 맨유 원정에서 2-8로 져 망신살이 뻗쳤던 악몽을 극복해야 합니다. 이번 맨유전에서 복수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비록 5개월전에는 야구 스코어로 패했지만 지난해 5월 1일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는 램지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승리했던 짜릿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맨유가 리그 우승을 앞두면서 '아스널을 이길 것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아스널이 뒤집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라면 아스널이 맨유를 잡을 일말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이벌전은 실력 이전에는 정신력 싸움입니다. 상대팀에게 지지 않으려고 서로 물고 늘어지면서 경기 내내 팽팽한 접전이 계속 됩니다. 어쩌면 맨유보다는 아스널에게 동기 부여가 더 강한 라이벌전 입니다. 아울러, 박주영은 앙리가 부상으로 결장할 경우 18인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전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사진=폴 스콜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 이번에도 '스콜스 효과' 재현될까?...박지성, 시즌 3호골 터뜨릴까?
맨유는 지난 15일 볼턴을 3-0으로 제압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그 중에서 스콜스-하파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격에서는 폴 스콜스가 전반 45분 결승골을 넣으면서 전반전 공격이 소강 상태였던 맨유의 분위기를 깨웠고, 수비에서는 하파엘 다 실바가 두 번의 실점 위기를 막으면서 맨유의 무실점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스콜스는 은퇴를 번복했고 하파엘은 부상을 회복하면서 맨유의 경기력이 회복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리그 2연패를 당했지만 볼턴전 완승이 1위 진입을 위한 발판이 됐습니다. 만약 맨유가 아스널을 잡으면서 맨시티가 토트넘에게 패하는 행운이 따르면, 맨유는 맨시티와 승점 동률이 됩니다.
스콜스는 맨유에게 절실했던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박싱데이 이전까지 팀 공격을 이끌어갈 적임자가 마땅치 않았죠.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지만 어느 이적생이든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스콜스는 그런 약점을 충분히 해소하고도 남을 선수죠. 지난 몇 개월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실전 감각 저하 속에서도 볼턴전에서는 정확한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습니다. 자신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9일 FA컵 64강 맨시티전보다 간결한 폼이었습니다.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까지 넣는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콜스 효과' 입니다.
하파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블랙번전에서 장기간 부상 공백을 극복하고 복귀했지만 '자신에게 낯설었던' 중앙 미드필더로서 원만하지 못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그 이후 2경기에서 결장했지만 볼턴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돌아오면서 최상의 몸놀림을 과시했죠. 그의 볼턴전 맹활약이 남다른 이유는 맨유가 전문 오른쪽 풀백을 되찾았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발렌시아-스몰링-존스가 오른쪽 풀백을 대신했지만 전문적인 측면 수비수는 아닙니다. 그런데 하파엘이 돌아오면서 발렌시아가 오른쪽 윙어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발렌시아는 최근 박스쪽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공급하면서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까지 과시하는 절정의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맨유와 아스널의 차이점입니다. 전문 풀백의 부상 복귀 및 경기력 향상 말입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스콜스-하파엘의 아스널전 선발 출전은 확정적입니다. 스콜스는 압박에 약한 아스널 미드필더진 사이를 가르는 패스를 공급하며 루니-웰백(또는 에르난데스)를 도와줄 것입니다. 최근 폼이 오른 캐릭과 함께 중원을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파엘은 '슬럼프에 빠진' 아르샤빈을 마크하면서 저돌적인 오버래핑으로 미켈을 농락할지 모릅니다. 측면 뒷공간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면 발렌시아가 양질의 크로스를 띄울지 모릅니다.
아스널전은 박지성의 시즌 3호골이 기대됩니다. 지난해 8월 아스널전에서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된지 얼마되지 않아 시즌 1호골을 넣었죠. 2010년 12월 14일 아스널전에서는 맨유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역대 아스널전에서 5골 넣으면서 '아스널 킬러'로 발돋움했죠. 이번 아스널전에는 나니와 함께 왼쪽 윙어 선발 출전을 다투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아스널에 강했던 면모와 맞물려 나니의 볼턴전 부진이 희망적입니다. 만약 조커로 투입해도 치명적인 아우라를 발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