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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선덜랜드전 승리, 운이 좋았던 결과

 

첼시가 15일 새벽 선덜랜드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프리미어리그 4위를 굳혔습니다. 전반 12분 페르난도 토레스가 골문 가까이에서 후안 마타의 크로스를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받아냈으나 골 포스트를 강타했고, 근처에 있던 프랭크 램퍼드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램퍼드는 리그 9호골을 터뜨리며 팀내 득점 공동 1위(다니엘 스터리지와 동률)에 올랐습니다.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었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사진=선덜랜드전 1-0 승리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첼시의 승리는 지난 시즌이었던 2010년 11월 15일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것을 복수한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당시의 패배를 기점으로 한때 리그 5위까지 추락했던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죠. 전통적으로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했지만 약체로 평가되는 선덜랜드에게 3골 차이로 완패를 당할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또 선덜랜드의 리그 원정 첫 승의 제물이 되었죠. 그때의 안타까움을 이번 홈 경기에서 승점 3점 획득으로 되갚았습니다. 아스널-리버풀과 4위 경쟁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시즌 후반기 도약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토레스의 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지독한 골 가뭄에 빠졌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평균 이상 잘했습니다. 전반 12분 램퍼드 결승골의 8할은 사실상 토레스의 몫이었죠. 전반 19분에는 포어체킹에 의한 커팅에 성공했고, 전반 39분에는 박스 바깥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터닝 슈팅을 날린 것이 골대 바깥으로 향했지만 볼의 세기가 강했습니다. 경기 내내 왼쪽 측면과 2선으로 빠지면서 선덜랜드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산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활동 폭을 넓히면서 패스에 열의를 다하면서 동료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토레스를 겨냥한 미드필더들의 침투 패스가 활발하지 못했고 세기가 떨어졌습니다.

첼시의 선덜랜드전 승리는 결과가 좋았지만 경기 내용이 담백하지 못했습니다. 슈팅 25-9(유효 슈팅 7-3, 개) 점유율 60-40(%) 우세 속에서도 단 1골에 그쳤으며, 지공에 의존하면서 경기 템포가 느슨했고, 무실점에 성공했지만 거듭된 수비 불안으로 선덜랜드에게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던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을 뿐이죠. 강팀도 때로는 운이 필요하지만 첼시의 선덜랜드전은 '경기를 지배했다'는 표현과는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선덜랜드가 운이 더 좋았다면 경기 결과가 어떻게 끝났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선덜랜드 공격수 스테판 세세뇽을 봉쇄하지 못했습니다. 세세뇽은 순발력과 빠른 패스 타이밍으로 선덜랜드의 역습을 주도하며 첼시 수비를 어렵게 했습니다. 특히 전반 34분에는 박스 오른쪽 방향으로 밀어준 스루패스가 벤트너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첼시 선수 2명이 세세뇽 근처에 있었지만 볼을 차단하지 못했죠. 벤트너 슈팅은 골대 바깥을 살짝 스쳤지만 골 결정력이 좋은 공격수였다면 1-1 동점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세세뇽이 포어체킹때 직접 볼을 따내며 스스로 공격 기회를 연출했던 장면도 있었죠.

그래서 첼시는 세세뇽 수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비 뒷 공간이 자주 벌어지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램퍼드-로메우-메이렐레스 같은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적극 가담했지만 선덜랜드의 공격 속도를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협력 수비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로메우가 첼시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는 수비력이 여물지 못했죠. 미드필더들이 포백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세세뇽이 펄펄 날았죠. 포백도 안좋았습니다. 후반 22분 첼시의 오프사이드 트랙이 무너지면서 선덜랜드에게 실점 위기 상황을 맞이한 것을 비롯해서 마크맨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첼시의 수비력 약화는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선덜랜드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을 견디지 못하면서 느린 타이밍의 패스가 자주 연결되거나 볼 줄기가 끊어지는 장면이 노출했습니다. 그나마 토레스가 공격 지역에서 많이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들었지만, 첼시 수비가 후반전에 주춤하면서 팀 전체의 공격력이 소강 상태에 빠졌습니다. 오른쪽 윙 포워드로 전환했던 하미레스는 부상으로 결장했던 다니엘 스터리지와 달리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골을 시도하는 파괴력이 부족했습니다. 스터리지가 빠지면서 경기를 스스로 결정지을 공격 옵션이 마땅치 못한 것이 팀 공격의 다양성을 떨어뜨렸습니다.

후반 27분에는 에시엔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첼시 경기력이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에시엔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패스에 관여하면서 직접 슈팅을 날리며 조금이나마 팀 공격의 활기를 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로서 램퍼드-로메우-메이렐레스-하미레스보다 후방에서 안정감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간 부상 공백에 따른 실전 감각 회복이 필요합니다.

첼시에게 반가운 또 하나의 소식은 볼턴의 센터백으로 뛰었던 게리 케이힐 영입이 완료된 것 같습니다. 케이힐이 관중석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선덜랜드전을 지켜봤던 장면이 현지 TV 중계 화면에 여러차례 노출됐죠. 수비 포지셔닝이 취약했던 다비드 루이스를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의 케이힐 영입-에시엔 복귀는 수비력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최근 리그 5경기 6골에 그친 상황에서 토레스가 부활하거나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 경우 올 시즌 3위 이내 성적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