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축구 대표팀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지난해부터 대표팀이 팬들과 미디어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는 '축구장에 물 채워라'란 말까지 등장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5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요르단과의 평가전에서는 1만 635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5월 31일 같은 장소서 열린 요르단전서 5만 3000여 관중이 운집했던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데다 북쪽 스탠드를 붉은 색으로 가득 메웠던 붉은 악마는 한 구역 조차 메우지 못해 대형 태극기를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요르단전 관중 숫자는 역대 A매치 3번재 최저 관중에 해당하는 수치. 지난 1월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1만 5012명과 2005년 2월 4일 A매치 이집트전서 기록했던 1만 6054명의 기록을 겨우 넘겼다. 당시에는 겨울 영하의 추위 속에 펼쳐져 관중 감소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경기 관전하게에 쾌적한 초가을 날씨 속에 열린 이번 요르단전에서는 '텅빈 관중'의 심각성을 잘 나타냈다.
공교롭게도 칠레전과 요르단전은 올해 서울 월드컵 경기장서 펼쳐졌던 A매치. 지난해 9월 같은 장소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시리아전 관중(2만 129명)에 4~5천명여명이 부족했으며 K리그 인기 클럽 수원과 서울의 평균관중 2만여명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요르단전에서의 텅빈 관중은 베이징 올림픽 8강 진출 실패와 허정무호의 연이은 졸전으로 대표팀 관중 기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여론의 추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A매치를 비롯한 대표팀 경기가 6만 관중 매진이었던 예전을 생각하면 한국 축구에 대한 위기 의식을 가질만 하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계속 된 부진으로 축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각급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A매치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는 칠레전과 요르단전 흥행 부진과 밀접한 관계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 수준높은 해외 축구 경기를 TV에서 자주 접하면서 축구팬들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 이렇다보니, 팬들은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몰입하며 답답한 경기를 원하지 않게 됐다. 단적으로, 2006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무려 16골이 터졌음에도 경기가 재미없다는 팬들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고 그 여파는 지난해 올스타전 관중 기록(2만 5832명)에서 처참하게 나타났다.
대표팀 경기의 텅빈 관중이 말해주듯, 팬들은 대표팀 축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으며 예전 인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아무리 박지성과 설기현, 김두현 같은 프리미어리거들이 대표팀 경기에 뛰더라도 팀 전체의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눈이 높아진 팬들의 성원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크다.
이번 요르단전에서는 웨스트 브롬위치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김두현이 출전했음에도 팬들은 대표팀 축구를 외면한채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대표팀 축구가 예전 같은 구름 관중을 모으려면 축구팬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할 수 있는 감동적인 명승부가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