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는 13일 안필드에서 열리는 리버풀전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30일 제니트와의 UEFA 슈퍼컵에서 후반 15분 조커로 투입돼 무릎 부상에서 완전 회복된 그가 프리미어리그 컴백을 앞두고 있는 것.
박지성에게 있어 시즌 초반은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 라이언 긱스는 지난 시즌보다 더 노쇠한 모습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발목 부상으로 9월 말에나 복귀 가능하다. 최근 리그 2경기 연속골을 넣은 대런 플래처와 ´박지성 경쟁자´ 루이스 나니가 제니트전서 팀의 1-2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박지성에게는 호재다.
최근에는 박지성의 ´잠재적 경쟁자´ 오언 하그리브스가 무릎 건염으로 2개월째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던 하그리브스의 팀 내 입지에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지 미러를 통해 "UEFA 슈퍼컵에서 하그리브스가 필요했지만 그가 부상으로 빠진것이 아쉬웠다. 그동안 그의 복귀를 위해 할 수 있을만큼 다 했고 제니트전에 출전하기 위한 모든 준비까지 잘 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결장했다"며 하그리브스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언뜻보면 하그리브스의 존재감을 실감케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러는 "퍼거슨 감독은 부상 빈도가 높았던 루이 사아를 애버튼으로 보냈고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1700만 파운드(약 340억원)에 영입했던 하그리브스도 걱정스러운 처지다. 그는 맨유의 제니트전 패배로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해졌다"고 언급해 사아와 더불어 '유리몸'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하그리브스의 불안한 팀 내 입지에 대해 언급했다.
하그리브스는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도 잦은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맨유 이적 후 유일하게 실망했던 점은 내가 원하는 만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다.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던 것 처럼 지난해 7월과 9월에 걸친 무릎 부상 여파로 퍼거슨 감독에 의해 꾸준한 중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복귀하도록 성심껏 보살핀 퍼거슨 감독은 완벽한 지도자"라고 말하며 스승의 세심함에 감사함을 표시한 바 있다.
사실 하그리브스는 맨유의 붙박이 주전 선수가 아니다. 폴 스콜스와 마이클 캐릭에 의해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잦은 부상 때문에 20세 신예 안데르손보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하지 않다. 최근에는 플래처와 호드리고 포제봉이 맨유 미드필더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부상으로 신음중인 하그리스브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맨유 내에서 하그리브스의 역할은 어중간한 상황. 지난 시즌 오른쪽 풀백과 오른쪽 윙어로서 여러 차례 모습을 나타냈고 지난 5월 23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는 박지성을 제치고 주전으로 기용됐다.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음엔 분명하나 자신의 주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서 잦은 부상이란 요소까지 더해 제 몫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언론에서도 하그리브스의 팀 내 입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하고 있다. 영국 대중지 타임즈가 지난 4월 4일 "하그리브스는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4~5번째 옵션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그의 활약을 믿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할 정도다"고 보도한 것 처럼 하그리브스는 맨유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하그리브스의 행보는 지난 시즌 '스쿼드 플레이어'에 만족할 수 밖에 없던 박지성의 팀 내 입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제니트전 이후 그의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놓여있고 긱스-나니가 여전히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하고 있어 박지성의 이번 시즌 전망이 한층 밝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20일 출국 인터뷰에서 "부상 없이 주전 자리를 꿰차겠다"는 각오를 밝힌 박지성. 맨유에서 4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그가 경쟁자들을 하나 둘 씩 제압하고 맨유의 주축 선수로 도약할 지 여부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