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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루이 사아의 실패를 보며 박지성을 떠올리다



'사아와 다른 행보 걸어야 할 박지성´

´산소탱크´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절친한 동료 선수 중에 한 명이었던 루이 사아(30, 에버튼)가 4년 8개월의 맨유 생활을 마치고 29일 에버튼으로 전격 이적했다.

박지성과 사아는 맨유에서 지독한 부상 악연에 고생했던 대표적인 선수들. 전자가 최근 2년간 세 번의 큰 부상으로 힘든 행보를 걸었다면 후자는 기나긴 부상 속에 예전의 화려했던 실력을 뽐내지 못해 결국 팀을 떠나고 말았다.

박지성에게 있어 맨유에서 실패하고 돌아간 사아의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풀럼의 에이스였던 사아는 2004년 1월 1230만 파운드의 거금으로 맨유에 입단하여 후반기 14경기에서 7골을 넣었고 그 영향으로 유로 2004 명단까지 이름에 올랐다.

그러나 사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 2004년 9월과 11월, 2005년 2월 연달아 무릎 부상을 입으며 당시 팀에 입단했던 19세 유망주 웨인 루니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는 2005/06시즌 30경기에서 14골을 넣었고 2006/07시즌 리그 15라운드까지 8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수 차례 거듭된 허벅지와 무릎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박지성이 지난해 9개월 동안 무릎 부상을 회복했다면 사아는 그럴 시간과 여유 조차 없었다. 그는 지난해 5월 2일 AC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안고 경기 출전을 강행하며 무릎에 무리를 주게 됐다. 당시 공격수가 부족했던 맨유가 AC밀란에게 뒤지자 후반 28분에 투입되어 공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심한 통증을 안고 부상과 싸워야만 했다.

지난해 9월 2일 선더랜드전에서 복귀하여 결승골을 터뜨렸던 사아는 한달 뒤 또 무릎을 다친 뒤 잦은 부상을 거듭하며 팀 내 입지를 잃어갔다. 지난 시즌 도중에는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부상당할 정도로 지독한 줄부상에 신음했다. 그는 예전의 화려했던 위용을 찾지 못하고 계속된 부진에 허덕여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시즌 내내 방출설에 시달리더니 결국 팀을 떠나고 만 것.

박지성도 사아 못지 않게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다. 2003년 3월 오른쪽 무릎 반월상연골판에 박힌 뼈조각을 제거하며 일부 연골판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3월에는 올림픽대표팀 차출에 따른 피로 누적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에는 부상이 더 잦아졌다. 2006년 1월과 5월, 9월에 무릎과 발목 부상을 입었고 지난해 3월 말에는 4년전의 부상이 재발하는 시련을 맞아 9개월 동안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 부상 악령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 6월 연이은 대표팀 차출로 인한 무릎 부상이 재발한 것. 최근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의 추가 부상 재발을 우려해 월드컵 최종예선 명단에 뽑지 않을 정도로 부상 후유증이 컸다.

축구 선수에게 있어 무릎 부상은 치명적이다.

굳이 사아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축구황제' 호나우두(AC밀란 계약 만료) '원더보이' 마이클 오웬(뉴캐슬) 같은 축구스타들은 잦은 무릎 부상으로 여전히 전성기 시절의 역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축구의 별' 마르코 판 바스텐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1986년 치명적인 무릎 부상을 극복하지 못한 끝에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을 정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으면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져 박지성에게 큰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러나 '황새' 황선홍 부산 감독은 선수 생활 내내 무릎 부상을 달고 다닌 어려움 속에서 노력 끝에 성공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박지성과 부상 부위는 다르지만 '스웨덴 축구 영웅' 헨리크 라르손(헬싱보리)은 정강이가 크게 파열됐음에도 1년만에 재활에 성공하여 37세인 지금까지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부상 후유증을 털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부상 악몽에서 탈출했다.

박지성은 넓은 활동 반경을 바탕으로 저돌적인 돌파를 하는 성향의 윙어. 그러나 맨유 입단 이후 상대팀 수비수들의 거친 견제를 받아 부상 빈도는 더욱 늘었고 최근 2년 동안 3번의 부상 여파로 그 기간을 합해 1년 2개월 동안 부상과 싸워야만 했다.

지금까지의 박지성은 사아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사아는 맨유로 이적한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32경기에 출전했으나(풀럼 시절 포함) 이후 14-19-24-17경기에 출전해 부상 여파로 20경기 이상 뛴 시즌이 단 한번에 불과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첫 시즌을 보낸 20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에 출전했으나 이후 14경기와 12경기 출전에 그쳐 부상으로 자신의 진가를 꾸준히 떨치지 못했다. 지난 6월 부상 여파로 아직 체력이 올라오지 않은 이번 시즌에는 리그 2경기에 결장한 상황.

그러나 박지성이 훗날 맨유에서 성공한 선수로 회자되려면 사아와 다른 행보를 보여야 한다. 황선홍과 라르손의 사례처럼 부상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량을 만개해야 하는 것. 박지성 자신도 그것을 의식한 듯 지난달 20일 출국 인터뷰에서 "2008/09시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며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박지성은 30일 새벽에 열린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의 UEFA 수퍼컵에서 30분 정도 그라운드를 밟으며 유럽 무대에서 거친 생존 경쟁을 하게 됐다. 성실함과 꾸준함, 강인한 정신력을 모두 상징하는 박지성이었기에 팀 동료 사아와 다른 행보를 걸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가 부상 악몽에서 깨끗이 탈출하여 큰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