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무수한 이적 및 임대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리버풀이 크레이그 벨라미를 영입했으나 하울 메이렐레스(첼시)와 작별했고, 조 콜-크리스티안 폴센을 프랑스리그로 임대 보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오언 하그리브스, 볼턴은 다비드 은고그-가엘 카쿠타(임대), 토트넘은 스콧 파커, 뉴캐슬은 다비데 산톤, 위건은 션 말로니, 퀸스파크 레인저스는 션 라이트-필립스와 안톤 퍼니단드, 스토크 시티는 피터 크라우치-윌슨 팔라시오스를 영입했습니다. 그 외에도 또 다른 선수 이동이 있었습니다.
[사진=아스널로 임대된 요시 베나윤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arsenal.com)]
특히 주목할 팀은 아스널입니다. 이적시장 마감 당일에 페어 메르테자커(27) 안드레 산투스(28, 이상 DF) 요시 베나윤(31, 첼시 임대) 미켈 아르테타(29, 이상 MF) 영입을 완료했습니다. 다수의 한국 축구팬들이 취침했던 사이에 지구 반대편 북런던에서는 선수 보강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저녁에 오피셜이 뜬 박주영(26, FW)까지 포함하면 이적시장 마감 48시간 전에 5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단행했습니다. 여기에 니클라스 벤트너를 선덜랜드로 1년 임대를 보내면서 프리미어리그 클럽 중에서 이적시장 막판에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스널이 막판에 영입한 5명의 평균 나이가 28.2세이며 박주영이 가장 어립니다. 지난 시즌 아스널 주전 평균 나이(24.9세) 지난달 2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주전 평균 나이(24세)보다 더 많습니다. 특히 안드레 산투스-베르마엘렌-메르테자커-사냐로 구성 될 포백의 평균 나이는 27.25세 입니다.(베르마엘렌은 부상이지만 코시엘니와 동갑) 팀의 약점이었던 수비진에 경험이 쌓이게 됐습니다. 메르테자커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빼어난 위치선정으로 이겨낼 수 있는 선수이며, 키어런 깁스-아르망 트라오레 같은 기량이 여물지 못한 왼쪽 풀백 보다는 '경험 있는' 안드레 산투스가 적절하다는 판단입니다.
기존의 아스널하면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면서, 영건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육성하는 이미지가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전에서 2:8로 대패하면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영입 정책이 한 순간에 바뀌었습니다. 경험 있는 선수들을 대거 보강하며 올 시즌에 어떻게든 빅4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맨유전을 앞둔 지난 주말 "3명의 선수를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임대 선수를 포함해서 총 5명을 수혈한 끝에 분노의 영입'을 단행했습니다.
아스널은 뉴캐슬-리버풀-맨유전에서 2골 10실점을 허용한 끝에 1무2패를 기록했습니다. 토트넘(2경기 2패)과 더불어 빅6 중에서 승리가 없으며, 리그 17위로 추락하면서 빅4 탈락 위기에 몰렸습니다. 아직 리그 35경기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력이라면 상위권에 포함될지 미지수입니다. 북런던을 떠난 파브레가스-나스리 공백을 이겨내지 못한 어려움을 비롯해서, 영건들의 성장이 주춤하며, 그나마 팀의 희망이었던 잭 윌셔는 부상으로 결장중입니다. 몇몇 선수들이 몸을 다치면서 경기에 뛸 수 없으며 3경기 연속 퇴장 선수가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을 거듭중입니다. 특히 맨유전 2:8 패배는 아스널 입장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자극을 받은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5명을 영입했죠.
그런 아스널의 이적시장이 탄력을 받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파브레가스-나스리-클리시-에부에가 떠나면서 충당했던 수익이 6950만 파운드(약 1203억원) 입니다. 파브레가스(3500만 파운드, 약 606억원) 나스리(2400만 파운드, 약 415억원) 몸값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을 비롯한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탄력을 얻었죠. 불과 며칠전까지는 빅 사이닝이 제르비뉴에 그치면서 취약한 전력에 비해 선수 영입이 인색했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을 인정하며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특히 베나윤-아르테타를 영입은 파브레가스-나스리 공백을 메우면서 팀의 새로운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베나윤은 측면-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리버풀 시절이었던 2008/09시즌에는 제라드-토레스의 공격력을 헌신적으로 보조하는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지난 시즌 장기간 부상을 당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것이 문제지만 원 소속팀 첼시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며 재기를 다짐하게 됐습니다. 아르테타는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배치가 가능합니다. 윌셔의 부상 공백을 메우면서 90분을 뛰는데 어려움이 있는 로시츠키의 과부하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베나윤-아르테타의 등장은 박주영 골 생산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두 선수는 창의적이면서 정확한 패싱력으로 공격수 득점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베나윤은 재기 의지가 충만하면 2008/09시즌 포스를 되찾을 수 있고, 아르테타의 대표적인 장점은 경기 내내 공격을 풀어가는 꾸준함 입니다. 파브레가스-나스리와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겠지만, 로시츠키 이외에는 아무도 제 구실을 못하는 아스널 미드필더진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활발한 패스워크를 공격의 주무기로 삼았던 아스널이라면 박주영에게 많은 공격 지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나코 시절의 알론소처럼, 아스널에서도 자신의 골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등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됩니다.
아스널의 9월 일정은 무난합니다. 스완지 시티(10일) 블랙번(17일) 볼턴(24일) 같은 약체들과 경기합니다. 지난달 뉴캐슬-리버풀-맨유 같은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경기하면서(지난 시즌 뉴캐슬 원정에서 4골 넣은 뒤 후반 23분부터 4실점 허용) 잃었던 승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칼링컵을 병행하는 체력적 부담이 있지만 이적시장 막판에 5명을 보강하면서 로테이션 활용이 가능합니다. 시즌 초반 3경기에서는 최악의 졸전을 펼치며 빅4 잔류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지만, 이적시장 막판 분노의 영입을 실현하면서 강팀의 위용을 되찾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박주영 활약상과 더불어 아스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