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했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7, 인터 밀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은 루머로 끝났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첼시, 아스널 같은 빅4 구단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언론에서 제기된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기에는 높은 주급, 인터 밀란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감당해야 합니다.
[사진=지난 7월 15일 스네이더르 영입을 공식 부인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특히 맨유는 지난 7월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네이더르 영입을 공식 부정했습니다. 수많은 유럽 언론에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할 것이다'고 보도하자 맨유가 부인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특정 선수 영입을 반대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맨유가 애초부터 스네이더를 영입할 의지가 없었거나 관심만 있었을 뿐 이미 포기했다는 뜻입니다. 그 이전에는 데 헤아-애슐리 영-존스 영입에 4900만 파운드(약 845억원)를 투자했죠. 막대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빅 사이닝을 성사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그럼에도 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스네이더르 본인이 잉글랜드 언론을 통해 '맨유로 가고 싶다'고 발언한 적이 있었고(현지 언론이라 100% 신빙성이 있는 것은 아님), 일각에서는 맨유가 스네이더르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한다는 추측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스네이더르는 잔류했습니다. 지난 여름 인터 밀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3-4-3 포메이션에 적응하는 현실이었죠.
여름 이적시장이 끝난 뒤에도 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은 계속 됐습니다. 스네이더르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올드 트래포드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죠. 결국, 스네이더르의 이적설은 현지 언론에서 부풀렸다는 해석으로 풀이됩니다. 이적시장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이적설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의심됩니다. 또한 스네이더르가 인터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에 출전하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잉글랜드에 진출해도 대회 규정상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뛰지 못합니다. 만약 인터 밀란이 스네이더르를 다른 팀에 넘길 의지가 있다면 32강에 출전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죠.
스네이더르의 프리미어리그 이적설이 끝나지 않는 것은 '잉글랜드 여론에서 스네이더르를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 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3시즌 연속 다른 나라 클럽들에게 유럽 챔피언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죠. 스네이더르는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유럽 제패, FC 바르셀로나를 제압했던 경험이 있는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과거에 레알 마드리드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을 위해 <마르카> 같은 스페인 현지 언론을 이용하여 이적설을 부추겼고, 바르셀로나의 세스크 파브레가스 영입도 비슷한 케이스 입니다. 잉글랜드 여론이 스네이더르를 보고 싶어서 현지 언론을 활용했다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를 앞둔 잉글랜드 클럽들의 목표는 바르셀로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유럽을 제패하는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를 이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해야 합니다. 여름 이적시장 당시에는 프리미어리그 강팀들이 플레이메이커가 취약하면서 바르셀로나를 제압하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누군가 팀 공격의 구심점이 되어서 '점유율에 강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허를 찌르는 역습을 주도해야 합니다. 스네이더르가 2009/10시즌 인터 밀란 우승을 통해서 그 역할에 강한 모습을 보였죠. 맨유-첼시-아스널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수비 축구를 했던 현실에서는 스네이더르를 떠올리기 쉬울 겁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현실적인 스네이더르 영입 적기는 올해 여름 이었습니다. 빅6팀들 모두가 플레이메이커 수혈이 필요했죠. 맨유는 폴 스콜스 은퇴 공백, 첼시는 프랭크 램퍼드 대체자, 맨시티는 다비드 실바와 더불어 팀 공격의 창의성을 키워줄 선수가 필요했고, 아스널과 토트넘은 각각 세스크 파브레가스-루카 모드리치 이적 공백을 대비해야 하며, 리버풀도 스티븐 제라드 대체자를 고민해야 할 시점 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름 이적시장이 종료되었고, 스네이더르는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주도하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앞으로 스네이더르 잉글랜드 진출설은 계속 되겠지만 내년 1월 이적 가능성은 확신하기 힘듭니다.
스네이더르 이적설이 끊이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플레이메이커 활약이 지지부진할 경우 입니다. 우선, 맨시티는 사미르 나스리를 영입하면서 공격 옵션들이 꽉찼고, 리버풀도 아담-헨더슨-다우닝 같은 미드필더들을 수혈한데다 루카스 레예바의 폼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아스널-토트넘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기에는 자금이 버틸지 의문입니다. 반면 첼시는 기존 스쿼드에서 램퍼드를 대체할 적임자가 없습니다. 얼마전에 영입한 하울 메이렐레스는 램퍼드와 달리 움직임에 강점을 두는 선수로서 하미레스 경쟁자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18세 유망주 조쉬 맥키크란는 성장이 더 필요하죠. 최근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 스네이더르를 영입할 잠재적 요건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스콜스 대체자로 낙점된 톰 클래버리가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새로운 국면에 빠집니다. 물론 클레버리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장기간 폼이 안좋을 경우라면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앞두고 플레이메이커 영입을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긱스-안데르손-캐릭이 꾸준한 폼을 보여줄지도 미지수죠. 특히 긱스는 내년이면 39세이며 캐릭은 지난 두 시즌 동안 기복이 심했습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출전 횟수가 예년보다 늘어날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레버리까지 부진하면 맨유는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고민해야 합니다. 클레버리가 착실히 성장하면 플레이메이커 영입의 필요성은 떨어지겠지만,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현지 언론에서 스네이더르 맨유 이적설을 제기할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