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챔피언' 릴 이적이 유력했던 박주영의 차기 행선지가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로 바뀔 전망입니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는 27일(이하 현지시간) "박주영이 이번 주말에 아스널 이적이 완료 될 것이다. 24시간 이내에 런던에서 메디컬테스트를 받을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더 선><스카이스포츠><텔레그래프><가디언> 등 잉글랜드 언론들과 아스널 소식을 보도하는 <아스널 뉴스>에서도 박주영은 아스널로 이적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잉글랜드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것은 박주영의 아스널 이적 절차가 사실임을 입증하는 대목입니다.
특히 박주영의 아스널 이적 과정이 논란으로 떠올랐습니다. 릴의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 도중에 아스널로 떠난 것이 도의적인 문제로 떠올랐죠. 프랑스 <레퀴프>는 "릴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던 박주영이 호텔을 비우고 떠났다"고 언급하면서 미셸 세두 릴 회장이 분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온스타인 BBC기자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주영은 어제 릴에서 1차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고 오늘 2차 테스트가 예정되었다. 릴은 박주영을 기차역에서 만났으며 그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통화를 받으며 릴을 떠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영이 릴을 무단 이탈한 것이 아님을, 레퀴프 기사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뜻합니다.
박주영은 자신의 아스널 이적 의사를 릴에게 전했습니다. 아직 릴과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스널 이적이 가능합니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모나코 선수입니다. 박주영이 릴이 아닌 아스널 이적을 선택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릴과 아스널은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아스널은 지구촌 축구 선수들이 선망하는 세계적인 강호이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입니다. 박주영은 병역 문제 때문에 유럽 롱런이 쉽지 않지만, 어쩌면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는 팀에서 도전할 '마지막 기회'를 얻었을지 모릅니다.
아스널은 이적시장 막판에 공격수 영입을 추진중인 구단입니다. 벵거 감독은 27일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 최전방을 강하게 해줄 선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마루앙 샤막과 제르비뉴 같은 공격 옵션들이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된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백업 공격수 니클라스 벤트너는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죠. 아스널의 주전 원톱으로 활약중인 로빈 판 페르시가 잦은 부상에 시달렸음을 감안하면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했습니다. 그 선수가 박주영 이었습니다.
그런 아스널이 지금의 4-2-3-1을 고수한다는 전제에서는 박주영은 판 페르시와 주전 경쟁하거나 또는 윙어로 활약해야 합니다. 올 시즌부터 아스널 주장을 맡을 판 페르시의 공헌도를 무시하지 않을 수 없죠. 특히 아스널 측면은 사미르 나스리가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면서 윙어들의 역량이 저하됐습니다. 안드리 아르샤빈은 지난 시즌부터 슬럼프가 찾아왔으며 올 시즌 초반에도 몸이 무겁습니다. 테오 월컷은 꾸준히 경기를 뛰기에는 체력적인 문제가 있으며, 제르비뉴는 마무리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 외에 여러 유망주들이 있지만 1군에서 검증된 선수들은 아닙니다. 반면 박주영은 최전방과 측면에서 함께 뛸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중앙에 있을때 만큼의 경기력은 아니지만 빅 클럽에 자리잡는 차선책이 될 수 있죠.
만약 벵거 감독이 오래전부터 박주영을 유심히 지켜봤다면 '중앙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박주영은 모나코 원톱으로 활약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죠. 모나코 타겟맨으로서 공중볼 처리가 강해졌고, 빠른 순발력과 다부진 피지컬을 자랑하는 프랑스리그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는 자신감이 포스트 플레이 향상의 비결이 됐습니다. 지난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일관했던 모나코에서 12골을 넣으며 분발했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죠. 그래서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판 페르시와 경쟁하면서 샤막의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생각하기 쉬울 겁니다. 벤트너는 팀 잔류가 확정되는 일이 있어도 그동안 아스널에서 꾸준한 성장을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스널이 4-4-2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스쿼드에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이적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없으며, 새로운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하더라도 이미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애런 램지마저 뉴캐슬-리버풀전에서 부진했죠. 공격형 미드필더를 놓는 4선 포메이션 보다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두는 4-4-2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 빌롱-윌셔는 공수 균형을 맞춰주면서 패싱력에 일가견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화하면서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죠. 판 페르시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골 기회를 노리거나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허무는 재주가 있습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중반 샤막-판 페르시 투톱의 4-4-2를 활용했으나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두 선수의 동선이 중앙에서 겹치는 상황이 발생했죠. 샤막은 최전방을 넓게 움직면서 공을 따내는 성향이지만 후방에서 볼을 받을때 판 페르시와의 위치가 중복 됐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이유로 아스널에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판 페르시 원톱 체제의 4-2-3-1을 지금까지 밀고 갔죠. 하지만 올 시즌 아스널과 상대했던 뉴캐슬-리버풀 센터백들은 판 페르시를 집중 견제 했습니다. 판 페르시는 파브레가스 공백과 맞물려 최전방에서 볼을 터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죠. 프리미어리그 1무1패에 빠진 아스널의 해결 과제 중 하나는 판 페르시가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박주영-판 페르시 투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박주영이 측면과 중앙을 넓게 움직이면서 공중볼을 따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짧고 세밀한 패스 축구를 하는 아스널 공격 전술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옵션입니다. 박주영이 공중볼을 떨구면 판 페르시가 최전방에서 볼을 잡을 기회가 늘어날 수 있죠. 아스널이 공격에 치우치면서 낮은 패스를 즐기는 성향인 것은 다수의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술 변화가 필요하죠. 굳이 4-4-2를 쓰지 않아도 지금의 판 페르시 원톱 작전은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경직되는 분위기 입니다. 아스널이 박주영 영입을 원하는 것은 순수한 전력 보강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