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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승승장구' 맨유 vs '위기의'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널의 숙명의 라이벌 관계 입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1996년 아스널 사령탑을 맡았던 이후부터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이며 앙숙을 반드시 넘어야 했습니다. 한때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벵거 감독이 독설을 주고 받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거나 선수들까지 싸웠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힘이 부쩍 커졌지만 '맨유vs아스널' 경기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맨유와 아스널은 오는 29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경기를 치릅니다. 시즌 초반 승점 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맨유는 지난 리그 2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지역 라이벌 맨시티도 2승을 기록하면서 챔피언 사수를 위해 아스널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아스널은 리그 1무1패 초반 부진에 빠졌지만 아직 36경기 남았으며 맨유전 승리시 빅4 탈락 우려를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진=지난 시즌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했던 박지성. 이번 아스널전 활약상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1. 맨유 입장 : '승승장구' 맨유의 승리가 유력한 5가지 이유

맨유의 아스널전 승리가 유력한 이유는 5가지 입니다. 하나는 맨유가 올드 트래포드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최근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를 기록했고, 둘째는 주중에 아스널보다 이틀 먼저 경기를 치렀으며 상대팀은 이탈리아 우디네세 원정에 참여하면서 체력적으로 열세입니다. 셋째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존스-애슐리 영-데 헤아 같은 빅 사이닝을 영입하고 클레버리-웰백 같은 임대생까지 펄펄 날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주력 선수 이탈 공백을 유망주로 메워야 할 처지입니다. 넷째는 아스널의 빅4 탈락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졌고, 다섯째는 맨유의 승승장구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특히 다섯 번째 이유가 주목됩니다. 맨유는 '슬로우 스타터'라는 이름하에 시즌 초반이 되면 항상 약했죠. 강팀으로서 허전한 경기를 펼칠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다릅니다. 지난달 미국 투어 5전 5승을 기록했고 마지막 상대가 FC 바르셀로나 였습니다.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는 2골 내주고 3골 넣는 대역전쇼를 펼쳤죠. 시즌 개막 이후에는 웨스트 브로미치-토트넘을 제압했습니다. 토트넘전에서는 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부상으로 빠졌던 공백을 에반스-존스-스몰링이 성공적으로 대체하며 무실점 승리(3-0)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이적생 영입 및 임대 선수 복귀로 주전 경쟁이 치열해진 분위기가 승승장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아스널전에서도 그 흐름은 계속 될 것입니다.

2. 아스널 입장 : '위기의' 아스널, 맨유전 승리가 필요하다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 나서는 아스널은 맨유에 비해 선수 개인 실력, 팀 전술, 경험, 체력 등에서 밀립니다. 유일하게 맨유에 맞설 키워드는 젊은 선수 특유의 '패기' 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영건 육성에 주력하면서 경험 많은 선수와 함께 뛰면서 패기 하나 만으로는 무기가 부족합니다. 2010/11시즌이었던 지난 5월 1일 홈 경기에서는 맨유를 1-0으로 제압했지만 당시 라이벌팀이 주중에 독일 샬케04 원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이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스널이 주중에 이탈리아 우디네세 원정을 다녀왔고 맨유보다 이틀 늦게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불리합니다. 제르비뉴-송 빌롱-프림퐁 징계 공백, 로시츠키-깁스-윌셔-주루-코시엘니-디아비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어려움까지 처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맨유를 어떻게든 이겨야 합니다. 맨유전 패배시 8월 리그 3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팀이 어려울 때 모든 선수들이 끈끈하게 뭉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맨유 공격을 끈질기게 방어하면서 기회가 되면 반격을 노리는 패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수들의 단합이 잘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수비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맨유의 선 수비-후 역습에 고전했고 특히 박지성 같은 역동적인 공격 옵션을 봉쇄하지 못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및 수비수들의 결장 공백까지 겹쳤죠.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맨유전 승리의 실낱 같은 희망이 살아납니다. 라이벌전은 실력 이전에 정신력 싸움입니다.

3. 주목해야 할 매치업 : 웨인 루니vs로빈 판 페르시, 10번 공격수들의 대결

'맨유 10번' 루니의 득점포는 시즌 초반부터 불을 뿜었습니다. 웨스트 브로미치-토트넘전에서 1골씩 기록하며 2011/12시즌 득점왕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의 공격력을 보조하는 쉐도우를 맡아 28경기 11골 11도움을 기록했지만, 2009/10시즌 32경기 26골 3도움에 비하면 득점력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당시에는 맨유의 골을 책임지는 타겟맨으로 뛰었죠. 올 시즌 초반에는 쉐도우로 활약하며 웰백의 타겟맨 적응을 돕고 있음에도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습니다. 만능형 공격수로 완성된 지금이라면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골을 터뜨릴지 모릅니다. 특히 수비가 약한 아스널이라면 리그 3호골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아스널 10번' 판 페르시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아스널 주장이자, 등번호 10번이자, 원톱으로서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책임을 짊어졌습니다. 팀이 어려울 때 주장으로서 최상의 활약을 펼쳐야 다른 팀원들의 페이스가 살아납니다. 하지만 판 페르시가 원톱으로서 공격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스널이 파브레가스 이적, 윌셔를 비롯한 몇몇 주력 선수들의 결장으로 중원이 엷어졌습니다. 판 페르시가 최전방에서 열심히 뛰어도 제때에 볼이 오지 않는 현상이 뉴캐슬전에 이어 리버풀전에서도 반복 됐습니다. 2선으로 내려가 동료 선수와 협공을 펼치면서 맨유 후방에 공간이 열릴 때 골을 터뜨릴 위치를 찾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최근의 팀 상황이 야속할지 모르겠지만, 팀의 대들보로서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4. '아스널 킬러' 박지성, 과연 경기에 출전할까?

박지성이 아스널전에서 선발로 출전할지, 아니면 벤치에서 시작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아스널에 강했던 면모를 잊지 않겠죠. 박지성은 지금까지 맨유에서 25골을 기록했고 가장 많은 골을 작렬했던 상대가 아스널(4골) 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스널 킬러'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홈 경기에서는 맨유의 1-0 승리 및 리그 선두 도약을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애슐리 영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애슐리 영에게 시즌 초반 선발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박지성의 출전 시간이 줄었죠. 아무리 박지성이 아스널에게 강했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애슐리 영의 팀 적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맨유가 아스널전에서 승리하려면 박지성처럼 수비력이 강한 미드필더가 필요합니다. 애슐리 영-클레버리-안데르손-나니로 형성되는 미드필더 조합은 웨스트 브로미치-토트넘과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지만, 공격에 치우치면서 상대 역습에 뚫리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4명 모두 수비가 특출난 선수들은 아닙니다. 패스축구를 펼치는 아스널에게 잠재적으로 공략당할지 모릅니다. 박지성처럼 공수의 균형을 잡아 줄 선수가 필요하죠. 그런 박지성이 어느 포지션에서 뛰게 될지, 어떤 형태로 출전 기회를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스널이 맨유전에서 바라는 시나리오는 '박지성 결장' 일지 모릅니다. 그만큼 박지성은 아스널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