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월미도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급행 열차를 통해 인천으로 향하는 지하철 1호선이 있어서 월미도로 이동하기 편합니다. 서울 사람으로서 바다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언젠가 바다 풍경이 보고 싶을때는 월미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다른 분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월미도에는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잔디 운동장이 조성 됐습니다. 월미도 남쪽에 있는 월미공원 운동장 입니다.
지난 20일 월미공원 운동장에서는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 인천 남부리그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스카이FC-한국주니어, FC투게더-오메가FC, 중구FC-점보FC송월유소년이 맞대결을 펼쳤죠. 제가 방문했을때는 스카이FC-한국주니어의 전반전이 끝난 상황 이었습니다. 전반전을 못봤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마음이 금새 해소됐습니다. 운동장의 범상치 않은 풍경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찾았던 축구장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월미공원 운동장은 바다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있는 축구장은 몇 되지 않을 겁니다. 포털 지도를 통해 거리를 재보니까 축구장과 바다 사이의 거리는 30~40m이며 도보 1분 거리 입니다. 이곳에서 축구를 하거나 경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바다 구경까지 하게 됩니다.
운동장에서는 월미테마파크내에 있는 놀이기구가 있었습니다. 월미테마파크와 가까운 곳에 있죠.
주변 풍경까지 아름다웠습니다.
물을 보면서 시원함을 느낍니다.
물과 가까이에 있으면 더위가 금새 잊혀지더군요.
다시 본론으로 들어오면, 전반전에는 한국주니어가 스카이FC를 4-0으로 앞섰습니다. 아마도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된 것 같습니다. 사실상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봐야죠. 그래서 첫번째 경기는 마음 편하게 경기를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축구팬 본성 때문인지 이것 저것 많은 것을 찍고 싶더군요. 한국주니어 선수들의 머리 색깔이 눈에 띄었습니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머리 색깔이 다양합니다.
후반전이 시작됐습니다. 0-4로 지고 있는 스카이FC 선수들이 반격을 펼칩니다.
볼을 다투는 어린이들의 모습. 눈 앞에 보이는 둥근 물체를 소유하려는 어린이끼리의 몸싸움이 치열합니다. 저 물체를 발을 이용하여 지켜내는, 반드시 빼앗아 골을 넣어야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충돌하는 순간 입니다. 흔히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볼을 다툴때도 마찬가지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누군가를 실력으로 제압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이기 때문이죠. 유소년 축구와 성인 축구를 비롯한 모든 축구 세계가 그렇습니다. 축구는 상대팀을 이겨야 하는 본질에 충실한 스포츠죠.
때로는 넘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볼을 빼앗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축구는 볼 다툼을 펼칠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약 1만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합니다. 히딩크도 '축구는 실패의 스포츠'라고 정의했습니다. 실패 속에서 인생을 배워가는 것이죠. 유소년 축구에서는 어느 누구든 처음부터 볼을 잘 다루지 않습니다. 축구 기술을 습득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레벨이 뚜렷하죠. 어린이들은 실패를 단련하며 축구를 배우고, 유소년 클럽리그를 통해 유익한 실전 경험을 쌓습니다.
유소년 축구 경기를 보면서 예전을 회상 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때 축구를 못했습니다. 특히 저학년때는 축구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선천적인 이유 때문인지 운동과는 소질이 멀었죠. 거의 20년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지만 거의 수비수로 뛰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볼 빼앗기를 잘해야 공격에 나설 체면이 생겼던 분위기였죠. 상대팀 친구가 소유한 볼을 차단하면 마치 목표를 성취한 듯한 짜릿함이 느껴졌습니다. 또래들은 골을 넣느라 애를 쓰지만 운동 신경이 부족했던 저로서는 수비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스로인의 쾌감은 현장에서 축구를 보는 생생한 재미 입니다. TV로 축구를 볼때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축구장에서 직접 볼 때는 모든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어린이 선수가 저의 바로 앞에서 스로인을 던지니까 '인간 투석기' 로리 델랍(스토크 시티)이 떠올랐습니다. 어린이가 옆줄 아웃된 볼을 두 손으로 던지며 동료 선수에게 힘껏 던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델랍의 생생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첫번째 경기는 한국주니어의 6:1 승리로 끝났습니다.
두번째 경기는 오메가FC(파란색 상하의 유니폼) FC투게더(하얀색+하늘색 상의, 검정색 하의 유니폼)의 대결 이었습니다.
옆쪽에서는 중구FC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대기하며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인천 남부리그에서는 1위를 기록중인 팀 이었습니다. 오메가FC와 똑같은 파란색 유니폼 이었습니다.
[동영상] 오메가FC 선제골 장면입니다. 이른 시간에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터뜨렸습니다.
[동영상] 오메가FC-FC투게더의 전반전 경기 장면 중에 일부 입니다.
FC투게더는 경기 도중에 골키퍼를 교체 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 밀리니까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바꾸더군요.
하지만 오메가FC의 공세는 계속 됐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볼을 다룰 줄 아는 선수들입니다. 볼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키고, 상대 수비 공간을 가르는 패스를 연결하거나 받아내는지, 경기를 잘 이해합니다. 연습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수비 라인이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공격 옵션들이 수비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경기를 자유자재로 풀어갔죠.
두 팀의 경기에서도 볼을 빼앗는 싸움은 계속 됩니다. FC투게더 공격수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할때 근처에 있던 오메가FC 수비수가 재빨리 상대 공격을 저지했습니다. 수비시의 순간 스피드가 빠르더군요.
FC투게더의 어느 선수는 오메가FC 세 명 사이를 뚫고 태클로 공격을 저지합니다. 잔디 구장이라 태클이 가능합니다. 어떻게든 상대 공격을 막아야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볼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충만하지 않으면 수비수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팀이 패할지 모릅니다. 성인 축구에서도 수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죠. 하지만...
[동영상] 오메가FC가 전반전에 3번째 골을 넣는 장면. 실점을 허용한 FC투게더는 공격에서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했고 오메가FC가 그 틈을 노렸습니다.
하프타임에는 월미공원 운동장 근처의 풍경을 둘러 봤습니다. 운동장과 2차선 도로 사이에 있는 작은 길이 아름답게 펼쳐졌습니다. 자전거 코스로 딱이네요.
바다의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동영상] 오메가FC의 골 행진은 후반전에도 계속 됐습니다. 동영상은 다섯번째 골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동영상] 오메가FC의 6번째 골 장면. 1분 뒤에는 7번째 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대량 득점으로 승리했습니다. 제가 그라운드 중앙으로 이동했던 사이에 FC투게더가 만회골을 넣으며 스코어는 7:1이 되었죠.
경기는 오메가FC의 7:1 승리 였습니다.
세번째 경기를 앞둔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들 입니다. 해맑게 웃는 어린이 축구 선수의 모습에서 동심이 느껴집니다.
중구FC(파란색 상하의 유니폼)-점보FC송월유소년(노란색+검정색 상의, 검정색 하의 유니폼) 선수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동영상] 중구FC 선수들이 경기 전 서로 어깨동무하며 구호를 외치는 장면입니다. 유소년 축구 선수들은 어깨동무가 끝나면 한 발을 앞쪽으로 빼는 습관이 있더군요. 유소년 축구만의 특색입니다.
[동영상] 중구FC-점보FC송월유소년의 전반전 경기 장면 중에 일부입니다. 첫번째, 두번째 경기는 어느 한 팀이 일방적인 공격 끝에 대량 득점에 성공했지만 세번째 경기를 치렀던 두 팀은 팽팽한 접전을 거듭했습니다. 중위권에 속한 점보FC송월유소년 팀이 1위팀 중구FC와 격돌 하면서 수비에 신경썼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깊은 수비를 펼치면서 박스 안에 많은 인원들이 몰리는 경우가 잦았죠. 고정적으로 공격을 펼치는 선수가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무실점을 목표로 경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구FC 공격수들은 점보FC송월유소년의 수비 압박을 받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상대 수비진을 뚫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키가 작은 중구FC 선수가 자신보다 한뼘이나 키가 큰 상대 수비수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대등하게 맞섰습니다. 체격이 큰 상대 수비수를 제압하려면 높게 점프할 수 밖에 없었죠. 유소년 축구에서 어린이 특유의 근성이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을 감탄하게 합니다. 축구에 입문하는 단계지만 경기에 임하는 열정은 성인 선수 못지 않습니다. 그것이 유소년 축구의 매력 입니다.
또 하나 긍정적인 장면. 중구FC 선수가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와 볼을 다투다가 얼굴을 다쳤습니다.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는 미안했는지 등을 쳐주며 위로했습니다. 같이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라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죠. 이것이 진정한 동업자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점보FC송월유소년의 수비는 전반 막판까지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펼쳤습니다. 이 시간까지는 전략이 성공했습니다.
중구FC는 전반 종료 직전에 어느 선수가 박스 오른쪽에서 단독 돌파를 감행하며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는 집념을 발휘했습니다. 상대 골키퍼와 부딪히는 위험한 장면을 감수하고 골을 넣었죠. 하지만 골키퍼와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져 다리를 다쳤습니다. 양팀 감독님들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 걱정할 정도로 경기장 분위기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죠. 골키퍼는 다행히 일어났지만 선제골을 넣었던 선수는 전반전이 끝난 뒤에도 치료를 받으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는 의료진이 엠뷸런스와 함께 경기장에서 대기하며 어린이들의 안전 사고를 대비합니다.
중구FC 선수들은 하프타임 휴식을 마치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후반전을 맞이했습니다.
중구FC는 후반전에도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던 12번 선수의 볼 다루는 솜씨가 유연하더군요. 상대 진영으로 올라와 부지런히 공격을 전개하는 열성을 다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잘했던 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후반전에도 치열한 볼 다툼은 계속 됐습니다. 1:0으로 앞선 중구FC는 추가골, 점보FC송월유소년은 동점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열의가 뜨거웠습니다. 실수는 곧 실점으로 직결되는 승부처를 맞이했습니다.
양팀 선수들이 서로 물고 늘어지는 경기를 펼쳤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경기 종료가 가까워 졌습니다. 그 사이에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가 후반 막판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환호했습니다. 골을 넣었던 선수는 쑥스러웠는지 상체를 숙이며 친구들 곁을 벗어나려고 했죠. 공격 참여 인원이 적었던 어려움 속에서 얻어낸 1골 이었습니다. 하지만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들의 골 기쁨은 1분도 되지 않아 물거품이 됐습니다.
[동영상] 중구FC가 경기 막바지에 결승골을 넣으며 2:1로 승리했습니다. 상대팀이 동점골 분위기에 취하면서 갑자기 오른쪽에서 밀집 수비가 허물어지면서 중구FC 선수에게 골을 내줬습니다. 특히 골 넣은 선수는 왼발 인스텝킥으로 골을 넣는 장기를 선보였습니다.
점보FC송월유소년 선수들은 공격이 개시되자마자 곧바로 동점골 기회를 노렸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습니다. 중구FC의 2:1 승리고 끝났습니다.
중구FC 승리 인증샷
월미공원 운동장은 바다와 가까운, 월미도 놀이시설과 가까운 이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월미도를 관광지로 생각하겠지만 알고 보면 멋진 축구장이 드넓게 펼쳐졌습니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축구를 하며 내일의 꿈을 키워갑니다. 누군가는 축구를 단순한 운동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볼 다툼에서 지지않으려는 어린이들의 열의는 인생의 습관이 되어 매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또한 열심히 땀흘리는 성과를 느끼게 되죠. 유소년 축구는 일종의 인생 공부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반성합니다. 어렸을적에 운동을 하려고 애를 썼다면 현재의 저의 인생은 지금보다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소극적인 성격을 고쳤을지 모르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만, 운동 잘하는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