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2011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역전패는 앞날을 위해 짚어봐야 합니다. 전반전 2골을 넣었으나 후반전에 3골을 내주었고, 경기 종료 직전 빈센트 콤파니가 루이스 나니의 돌파를 허용한 것이 실점의 결정타가 되어 패배한 것은 석연치 않습니다.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가 팀을 인수했던 2008년 여름부터 맨유전 11경기에서 2승1무8패로 부진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No.1 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진=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패했던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 맨시티는 팀 클래스에서도 맨유에게 패했습니다.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mcfc.co.uk)]
맨시티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유를 이겼어야 하는 팀 입니다. 만약 맨유전에서 승리했다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향한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그동안 맨유의 영광에 가려 '맨체스터 2인자'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난 4월에 FA컵 4강 맨유전에서 1-0으로 승리했고 이번 맨유전까지 접수했다면 그동안의 양상을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시티를 첼시와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보로 인정했죠. 맨유전 승리로 얻는 명분이 컸겠죠.
하지만 맨시티의 맨유전은 팀 클래스의 패배 였습니다. 맨유는 전반전을 0:2로 마친 뒤 비디치-퍼디난드-캐릭 같은 주력 선수들을 빼고 에반스-존스-클레버리 같은 경험이 부족한 영건들을 투입하는 극단적인 교체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맨유의 일방적인 우세로 바뀌면서 맨시티가 후반 초반에 2실점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핵심 선수를 교체시키는 출혈을 감수하고 영건을 투입하며 팀 분위기에 긴장감을 유도했던 퍼거슨 감독의 결단은 옳았습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처럼 맨유는 특정 선수에 일희일비하는 팀이 아닙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은 맨유와 똑같은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 같은 결단을 내릴까요?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맨시티가 맨유보다 많은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슈팅에서 8-21(유효 슈팅 6-12, 개) 점유율 44-56(%)로 밀렸습니다. 지난 시즌처럼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팀에게 먼저 공격을 내주는 축구를 했죠. 문제는 수비가 약했습니다. 맨유전 3실점이 모두 수비 실수 였습니다. 프리킥 상황이었던 첫번째 실점때는 에딘 제코가 크리스 스몰링을 놓치는 안이한 수비 자세가 있었고, 두번째 실점때는 맨시티 수비 전체가 맨유의 짧고 빠른 패스를 끊지 못하는 수비 집중력 불안이 있었습니다. 세번째 실점은 공중볼이 떨어질때의 클리시-콤파니의 호흡이 안맞았고, 특히 콤파니는 나니의 침투까지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팀이 맞는지 의심되는 장면들이었죠.
물론 수비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축구는 실수가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한 순간에 수비가 무너질 수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되도록 실점을 내주지 말아야 합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수비가 약한 팀들이 고전하기 쉬운 것 처럼, 빅 매치 승리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탄탄한 수비입니다. 맨유전에 나선 맨시티는 그 본능에 충실하지 못했죠. 팀으로서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하지만 선수 클래스를 놓고 보면 유럽을 호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적어도 맨시티의 클래스라면 이제는 빅 매치에 꾸준히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습니다. 팀 플레이의 향상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맨유를 이기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전반전에 2:0으로 앞섰다고 해서 맨유를 이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09년 9월 20일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경기 종료 직전 크레이그 벨라미가 동점골을 넣었으며 극적인 동점(3:3)을 자신했으나, 얼마 뒤 마이클 오언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3:4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맨시티 입장에서는 그때의 충격이 아물지 않은 만큼(감독 및 일부 선수 구성원이 바뀌었지만) 전반전 2:0 우세 속에서도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죠. 맨유라는 팀의 클래스는 한 번 기회가 오면 어김없이 물고 늘어집니다. 이기는 본능에 충실한 클럽으로서 상대팀은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맨시티 전술을 하나 둘씩 꼬집어 보면, 딱히 지난 시즌보다 달라진게 없습니다. 4-2-3-1 포메이션 부터 똑같았고, 여전히 선 수비-후 역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격시 다비드 실바의 창의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며, 데 용-밀너-야야 투레 같은 중앙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이 뒷 공간을 내주면 여지없이 상대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며, 제코는 상대 수비 실수에 힘을 얻으며 골을 넣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2선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가 여물지 않았습니다. 올해 여름 영입했던 클리시-사비치-아궤로가 선발 출전하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기본적인 경기 형태가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직 다른 팀에 이적하지 않은' 테베스가 경기에 뛰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겁니다. 테베스는 '맨유 킬러'로서 맨유를 잡는 노하우를 알고 있으며, 폭발적인 활동량과 적극적인 공격 자세로 상대 수비를 위협할 수 있었죠. 그리고 퍼거슨 감독이 전반전 종료 후 비디치-퍼디난드-캐릭을 빼는 일이 없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맨시티가 특정 선수 존재감에 치우칩니다. 굳이 맨유전을 논하지 않아도 지난 시즌 테베스-실바 출전 유무에 의해 공격력이 좌우했기 때문이죠. 맨유전 같은 경우, 테베스 공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팀 플레이로서 꾸준히 맨유 수비와 경합했다면 더 좋았습니다. 특히 2:2로 비겼을 때 공격에서 상대 수비 조직을 허무는 임펙트를 남기지 못한 것은 팀 클래스에 결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맨시티의 맨유전 패배는 다가오는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분발의 계기'로 작용합니다. 아무리 맨시티가 그동안의 이적시장에서 맨유보다 우수한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지만 여전히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팀은 강합니다. 맨유전 패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팀 결속력을 키우면 지금보다 능수능란한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으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맨유 클래스를 넘어야 합니다. 그것이 맨시티의 지상 과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