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2011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 결장은 아쉬운 일입니다. 지난달 30일 미국 투어 FC 바르셀로나전 결장, 그동안 빅 매치에 강했던 성과를 놓고 보면 이번 맨시티전에서 커뮤니티 실드 3년 연속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맨유가 전반전에 0-2로 밀리면서 조커 출전이 예상되었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측면 옵션들을 다시 믿었습니다. 결과적으로 3-2 역전승을 이루었지만 박지성은 경기에 뛰지 않았습니다.
[사진=박지성-애슐리 영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반응을 내비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미국 투어까지 포함하면 애슐리 영이 박지성보다 왼쪽 윙어로서 더 많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맨유가 애슐리 영 영입에 1600만 파운드(약 279억원)를 투자하면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은 분명합니다. 애슐리 영이 못한다고 해서 벤치로 내리는 일은 적어도 시즌 초반까지는 없을 겁니다. 과거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도 그랬고 루이스 나니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맨유에 적응하도록 출전 기회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의도 입니다. 이적 초창기에 한 경기 못한다고 질책성 결장하는 것은 선수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밖에 안됩니다.
문제는 애슐리 영이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박지성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프로축구(MLS) 올스타전에서 골을 넣으며 경기 최우수 선수(MVP)에 뽑히고도 바르셀로나-맨시티전에서 결장한 것은 경기력과 별개의 일입니다. 미국 투어 4경기 3골로 일취월장한 공격력을 과시했고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긍정적인 경기 내용을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맨시티전에서 결장한 것은 애슐리 영의 존재감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애슐리 영을 키우고 싶어하며 박지성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전은 공식 경기가 아닌데다 양팀 모두 일부 주축 선수들이 결장했습니다. 맨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는 단판으로 우승을 가리는 대회지만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단계로써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 없습니다. 박지성은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고 아시안컵 차출 이후 햄스트링을 다쳤던 선수입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출전 시간을 아낄 수 밖에 없었죠. 애슐리 영을 영입한 이후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지성이 부상없이 풀 시즌을 소화하려면 애슐리 영이 출전 시간을 덜어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퍼거슨 감독이 선호하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입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맨유의 미드필더들은 모두 로테이션으로 기용됐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애슐리 영의 맨시티전 부진입니다. 4-4-2의 왼쪽 윙어로 뛰었으나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력이 소극적이었고 여전히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안맞았습니다. 특히 패스의 강약 조절이 안됩니다. 마이카 리차즈에게 봉쇄 당하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죠. 세트피스 때의 킥력이 날카로웠던 것 이외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공격형 윙어임을 감안해도 오른쪽 윙어로서 2골을 터뜨렸던 나니와 대조되는 활약상 이었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캐릭 같은 중앙 옵션들이 부진하지 않았다면, 후반전에 교체되었어야 할 인물은 애슐리 영 이었습니다. 맨유가 전반전에 0-2로 밀렸던 이유는 애슐리 영 보다는 중앙쪽에서 리스크가 컸죠.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은 애슐리 영에게 기회를 줄겁니다. 맨유가 거금을 들여 영입했던 선수로써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고, 만약 그가 먹튀로 전락하면 맨유 입장에서는 손해입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전까지 폼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죠. 반면 박지성은 다릅니다. 미국 투어에서 유일하게 선발 출전했던 MLS 올스타전 활약상만으로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느낌입니다. 바르셀로나-맨시티전에서 맨유의 애슐리 영 활용에 가려져 끝내 결장했지만 또 하나의 이면에는 MLS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애슐리 영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체력 안배를 택할 수 밖에 없죠.
애슐리 영은 MLS 올스타전, 바르셀로나전, 맨시티전에서 부진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에 의해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전까지 충분한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았던 값어치를 다하지 못했죠. 박지성에게 앞서있는 것은 선발 출전 횟수 뿐입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이적생을 키워야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죠.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지 않았고 '맨유가 전형적으로 약했던' 시즌 초반이 지나지도 않았습니다. '박지성이 애슐리 영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박지성은 어떤 형태로든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아울러, 맨시티전에서 부진했던 애슐리 영은 결국 로테이션을 받아들여야 할 운명입니다.
그리고 나니의 맨시티전 맹활약은 '박지성vs애슐리 영' 경쟁 구도의 새로운 변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나니는 후반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맨유의 승리를 주도했습니다. 자신과 함께 공격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수비력이 약한 애슐리 영이 맨유 유니폼을 입으면서 팀 내 입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때는 이적설까지 나돌았죠. 그럼에도 나니의 성장은 계속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막판 컨디션 저하로 박지성-발렌시아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투어 및 맨시티전에서 물 오른 공격력을 과시하면서 수비력까지 좋아진 현 상황에서는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에 더 강인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발렌시아가 부상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나니의 오른쪽 윙어 선발 출전 빈도가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왼쪽에서는 수비력이 강한 윙어가 필요합니다. 나니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쪽 측면에서는 공수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죠. 비중있는 경기에서는 애슐리 영이 아닌 박지성, 애슐리 영-나니 보다는 박지성-나니 조합이 더 유리합니다. 더욱이 맨유는 시즌 초반에 약하기로 유명하며, 앞으로 치러야 할 프리미어리그 10경기 중에 5경기 상대가 빅6 범주에 포함되는 팀들 입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가 여전히 취약하죠.(톰 클레버리의 성장을 감안해도) 흔히 말하는 '박지성 위기'를 논할 시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