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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맨유는 '슬로우 스타터' 극복할까?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행보가 순조롭습니다. 지난달 미국 투어 5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마지막 상대였던 FC 바르셀로나를 제압하여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의 설움을 달랬습니다. 지난 7일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는 전반전에 2실점했으나 후반전에 3골을 넣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특히 맨시티는 지역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우승의 기쁨이 배로 컸습니다.

또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필 존스, 애슐리 영, 다비드 데 헤아 같은 대형 선수들을 영입했으며 톰 클레버리, 대니 웰백 같은 임대에서 복귀한 영건들의 성장도 반가웠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경기력 향상은 다가오는 새 시즌을 기대하게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2연패 및 통산 20번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룰지 주목되는 이유죠.

[사진=맨체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우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들의 과제는 새 시즌 슬로우 스타터 극복입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 시즌 초반이 고비다

하지만 어느 팀이든 9개월간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반드시 고비가 찾아옵니다. 특히 맨유는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슬로우 스타터'에 발목 잡혔죠.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 4시즌 동안 슬로우 스타터에 빠졌습니다. 2010/11시즌이었던 지난해 9월에는 2위에 속했지만 6경기 3승3무를 기록했고 그 중에 3무가 원정 경기였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웨인 루니가 슬럼프에 빠지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이 침체되었죠. 본격적으로 1위를 질주한 시기는 그 해 12월 14일 아스널전에서 박지성이 결승골을 넣은 이후부터 였습니다.

문제는 올 시즌 리그 초반 일정이 험난합니다. 앞으로 상대할 10팀 중에 5팀이 빅6에 포함되는 강팀 입니다. 오는 15일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리그 개막전을 치른 뒤 토트넘(23일) 아스널(29일) 같은 껄끄러운 팀들과 대결합니다. 토트넘-아스널과 홈에서 경기를 가지며, 지난 4시즌 동안 올드 트래포드에서 두 팀에게 패한적이 없는 것이 위안입니다. 하지만 2009/10시즌 2라운드 상대였던 '승격팀' 번리에게 0-1로 패한것이 결정타가 되어 시즌 내내 위태로운 행보를 겪은 끝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올 시즌에도 초반부터 불안하면 슬로우 스타터 악령이 또 찾아옵니다.

특히 9월 18일 첼시와의 홈 경기, 10월 15일 리버풀 원정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2연패 달성의 고비로 작용합니다. 첼시는 맨유의 우승을 가로막을 주적입니다. 올해 여름에는 감독 교체를 단행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그들 입장에서는 우승 탄력을 얻기 위해 맨유전 승리를 벼를 겁니다. 그리고 맨유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리버풀 원정에서 패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카위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3으로 패했죠. 특히 리버풀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반기지 않을 것이며 올 시즌에는 유럽 대항전에 출전하지 않으며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맨유전에서 필사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슬로우 스타터 불안을 안고 싸울 맨유에게는 부담입니다.

일부 주력 선수들의 부상 및 부진도 아쉽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뇌진탕 증세로 3주 동안 결장합니다. 그련데 몸이 충분히 회복된 상태에서 복귀할지는 의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신입생이었던 지난 시즌 맨유의 주전으로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올해 여름에는 멕시코 국가대표 일원으로 골드컵에 참가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습니다. 3주 휴식이 결코 넉넉하지 않습니다. 캐릭은 지난 맨시티전에서 저조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당초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결장이 예고되었으나 끝내 출전을 강행하면서 평소답지 않은 경기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중앙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를 뛰었던 과부하가 의심되는 선수입니다. 공교롭게도 캐릭은 2년 전 번리 원정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맨유의 패배를 자초했죠.

에르난데스-캐릭의 포지션은 맨유가 슬로우 스타터를 극복할 변수로 작용합니다. 웰백이 루니와 함께 투톱 공격수를 맡으면서 특유의 스피디한 활약을 펼쳤지만 에르난데스처럼 득점력이 출중한 선수는 아닙니다. 그동안 에르난데스와 공존하면서 이타적인 플레이에 집중했던 루니의 득점력을 요구하게 됐습니다. 만약 캐릭이 빠지면 클레버리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는 캐릭을 대신하여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면서 맨유가 역전승을 연출하고 실바-야야 투레의 후반전 페이스 저하를 유도하는 발판을 마련했죠. 하지만 '기복이 심한' 안데르손과 더불어 지금의 폼을 꾸준히 유지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웰백-클레버리가 팀 전력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임펙트를 키워야 맨유의 시즌 초반 행보가 밝습니다.

애슐리 영 부진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기본적인 클래스가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시즌 전 경기력 저하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막 이후 맨유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면 퍼거슨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맨유가 또 다시 슬로우 스타터 악령에 빠지면 여론의 따가운 화살은 애슐리 영에게 향할지 모릅니다. 골키퍼 데 헤아는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 제코에게 실책성 실점을 내줬습니다. 전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어난 선방을 과시했지만 21세 유망주가 판 데르 사르 은퇴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지난 시즌보다 선수층이 두꺼워 졌습니다. 선수들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서 내부의 뜨거운 경쟁을 받으며 시즌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애슐리 영-데 헤아는 박지성-리니고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애슐리 영과 경쟁하면서 왼쪽 윙어 주전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며 잠재적으로는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맨유의 중원이 고질적으로 취약한 장소임을 감안하면 박지성 같은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유리합니다. 박지성의 중원 가세는 캐릭-안데르손-클레버리-긱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공격수의 경우에도 웰백만이 에르난데스의 대체자가 아닙니다. 베르바토프-오언-마케다-디우프를 가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디치-퍼디난드가 맨시티전에서 전반 종료 후 질책성 교체되었고 에반스-스몰링이 투입한 장면이 의미심장 합니다. 비디치-퍼디난드는 맨유의 변함없는 붙박이 주전 이었지만 맨시티전에서 교체 당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강화하여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하겠다는 뜻입니다. 그 효과는 맨시티전 대역전극으로 이어졌죠. 슬로우 스타터로 고생했던 시즌 초반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매 순간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축구할 것이며,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은 경기 출전을 단단히 벼를 것입니다. 과연 맨유가 슬로우 스타터를 이겨내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박차를 가할지 향후 행보가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