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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사자왕' 이동국(32, 전북)은 지난달 30일 인천전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6-2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득점 2위(6골)로 도약하면서 선두 김정우(상주, 7골)를 한 골 차이로 추격했습니다. 도움 부문에서는 여전히 1위(4도움) 자리를 지키고 있죠. 지난달 K리그 5경기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했던 임펙트는 3월의 김정우를 보는 듯 합니다. 4월의 K리그는 이동국이 빛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동국의 맹활약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보다 몸이 가벼워졌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했던 대표팀,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에 K리그까지 병행하며 체력적으로 버거웠던 한계가 있었습니다.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면서 활동 폭을 넓히기에는 몸이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5월 16일 A매치 에콰도르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습니다. K리그 최우수 선수(MVP) 및 득점왕을 수상했던 2009시즌에 비해 어려움이 있었던 지난해 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북에만 전념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조광래 감독과의 전술적인 차이점의 이유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전북 경기에 집중하고 몸을 관리하며 2009시즌 포스를 되찾았습니다. 컨디션이 부쩍 좋아지면서 상대 수비 진영을 파고드는 움직임의 경쾌함이 살아났습니다. 그러면서 동료 선수의 골 생산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활약에 눈을 뜨며 4도움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도움과 인연이 많지 않았던 행보를 놓고 보면,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동국은 박스 안에 머무르는 유형입니다. 그런 이유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질타를 받았죠. 그동안 간헐적 혹은 주기적으로 달라졌지만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이동국 경기력을 혹평하는 일부 축구팬(정확히는 안티팬)이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릅니다. 1차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졌고, 2차적으로 지구력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공간을 넓게 움직이며 경기 상황에 따라 패스를 밀어주거나 슈팅을 시도하는 완급 조절이 좋아졌습니다. 과거의 본프레레호-아드보카트호 시절처럼 최전방 공격수로서 경기를 이끌어가는 기질을 되찾았습니다.

앞으로 전북과 상대하는 팀들은 '이동국 봉쇄'에 주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을 막는 것은 어려울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전북은 이동국 골 역량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닝요-루이스-김동찬-김지웅-이승현-로브렉-정성훈이 4-2-3-1 또는 4-4-2에서 이동국과 함께 공격 옵션을 맡습니다. 전북은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공격 옵션들이 로테이션 형태로 운용되며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합니다. 이동국이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고, 이동국은 골 부담에 시달리지 않아도 동료 선수의 골 생산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전북의 무시못할 공격력이 뒷받침되면서 이동국이 존재했죠.

누군가는 이동국을 '국내용'이라고 비하합니다. 인천전에서 2골을 넣은 이후에도 포털 댓글에는 악플러들이 '국내용'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굳이 인천전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2000년 아시안컵 득점왕 수상자 및 본프레레호-아드보카트호 시절의 에이스가 국내용으로 질타 받는 것 부터 잘못되었죠. 이동국이 K리그에서 어떻든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그 중에는 K리그 수준을 깎아내리는 악플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이동국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경기력 발전을 위해 노력했음을 모르거나 또는 간과합니다. K리그를 향한 관심 부족이 근본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이동국은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경기력이 정체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올해는 그 어려움을 훌훌 털어내고 공격 포인트 본능의 기지개를 틀었죠. 2009시즌에는 29경기 21골을 기록했으나 무도움에 그치면서 '동료 선수를 도와주지 못한다'는 늬앙스의 쓴소리가 여론에서 전해졌지만, 올 시즌에는 벌써 4도움을 기록하며 그 비판을 이겨냈습니다.

그렇다고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광래 감독이 지난해 여름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자신과 일정한 선을 그었고, 그런 이동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면 만35세 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K리그에서 더 많은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대표팀과 활동을 병행했던 체력적 또는 혹사의 부담을 떨치고 전북에서 일정한 경기 출전에 의해 그라운드에서 혼신의 힘을 쏟는 명분을 얻게 됐습니다.

이동국은 올 시즌 전북의 두 번째 별, 아시아 제패를 목표로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K리그 최다 통산 득점(116골 우성용-은퇴-, 이동국은 현재 105골) 기록 경신이 목표 입니다. 아직 K리그에서 이룰것이 많으며 2009시즌 영광 재현을 벼를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30세가 넘은 나이에도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이동국은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