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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결장, 볼턴의 한계를 드러냈다

 

오언 코일 감독이 이끄는 볼턴에게는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다니엘 스터리지가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후반 8분 뉴캐슬의 라이언 테일러(R. 테일러)가 퇴장 당한 이후의 전략이 아쉬웠습니다. 이청용의 교체 투입이 필요한 시점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무리했기 때문에 출전이 조심스러웠죠. 결과적으로 이청용 공백이 컸습니다.

볼턴은 27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뉴캐슬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전반 13분 케빈 놀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38분 스터리지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리그 7위(9승10무9패, 승점 37) 자리를 유지하며 6위 리버풀(11승6무10패, 승점 39)과의 승점을 2점 차이로 좁혔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결장했습니다.

[사진=이청용 (C) 볼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bwfc.premiumtv.co.uk)]

이청용 없는 볼턴의 여러가지 문제점들

볼턴은 뉴캐슬 원정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야스켈라이넨이 골키퍼, 알론소-휘터-케이힐-로빈슨이 수비수, 페트로프-홀든-무암바-엘만더가 미드필더, 스터리지-케빈 데이비스(K.데이비스)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이청용을 제외하면 현 스쿼드에서 가용할 수 있는 최적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습니다. 지난 20일 풀럼과의 FA컵 16강에 이어 뉴캐슬전에서도 로빈슨을 오른쪽 풀백으로 두면서 알론소를 왼쪽 풀백에 기용했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휘터를 미들즈브러에서 데려온 것은 나이트의 부상 공백을 덮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청용이 선발에서 제외된 자리에는 엘만더가 투입됐죠.

하지만 볼턴의 문제는 중앙 미드필더쪽에 있었습니다. 홀든-무암바가 뉴캐슬 허리를 담당하는 놀란-티오테 조합에게 끌려다니는 경기 운영을 일관했죠. 후반 8분 R.테일러가 퇴장당하기 전까지는 홀든-무암바의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졌습니다. 그 이유는 활동 공간을 넓힐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알론소가 20일 풀럼전에서 상대 오른쪽 공격에 의해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불안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이 수비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지만, 공격수와의 종간격이 벌어지면서 놀란-티오테가 볼턴 진영을 자유자재로 침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홀든은 티오테와의 매치업에서 밀리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만약 엘만더가 K.데이비스와 함께 투톱 공격수를 맡았다면 허리 싸움에서 밀리는 현상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선쪽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압박에 관여하고, 역습시 수많은 볼 터치를 따내면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홀든-무암바가 활동 부담을 덜게 되죠. 하지만 스터리지-K.데이비스는 박스쪽에서 활동하는 타겟맨입니다. 엘만더 같은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스타일이 어색하죠. 그나마 K.데이비스가 52개의 패스를 시도하며 2선과 공존하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었지만 17개의 패스 미스가 문제였습니다. 엘만더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엘만더를 공격수에 배치했다면 이청용이 오른쪽에 필요했습니다. 이청용 공백이 아쉬웠던 이유죠.

그런 볼턴은 수비 집중력 저하에 시달렸습니다. 전반 13분 놀란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은 선수들의 안이한 수비 대응이 문제였습니다. 티오테가 왼쪽 측면 깊숙한 곳에서 볼을 터치하려 달려들 때 그 움직임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죠.(그나마 홀든이 티오테 쪽으로 이동했지만 타이밍이 늦었고 거리차가 컸습니다.) 또한 티오테의 크로스가 놀란의 헤딩 선제골로 연결될 때, 놀란을 박스쪽에서 아무도 마크하지 않았습니다. 전자 보다는 후자가 더 문제였죠. 놀란 근처에 있었던 로빈슨의 위치 선정 불안이 볼턴에게 어려운 고비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볼턴은 전반전 볼 점유율에서 40-60(%)로 밀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의 느슨한 압박이 뉴캐슬 공격에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전반 38분 스터리지의 동점골은 볼턴에게 위안이 됐습니다. 스터리지가 아크 오른쪽에 있던 엘만더의 논스톱 패스를 중앙에서 왼발 땅볼 슈팅을 날리면서 상대 골망을 출렁였습니다. 특히 엘만더가 티오테-윌리암슨 사이를 가르는 패스가 일품이었죠.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는 이청용에 비해 경기를 컨트롤하는 면모가 부족하지만, 49개의 패스를 연결할 정도로(30개 성공)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는 움직임이 능동적입니다. 때때로 수동적인 경향이 있는 이청용과 다른 타입이죠. 코일 감독이 엘만더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한 선택이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의 교체 결단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10~25분 무렵에 메튜 테일러(M.테일러)-마크 데이비스(M.데이비스)-이청용 중에 1~2명을 투입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죠. 볼턴이 경기 흐름을 주도했고, 뉴캐슬은 후반 21분 스티븐 테일러(S.테일러)-레인져를 투입하면서 5백으로 전환하는 수비 강화를 택했기 때문에 볼턴의 교체가 빨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의 첫번째 교체는 후반 33분(M.데이비스)에 이루어졌습니다. 볼턴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 저하 및 뉴캐슬에게 역습을 허용당할 기미를 보였던 시점에 말입니다. 후반 39분에는 M.테일러를 추가 투입하면서 더 이상의 교체는 없었습니다. 볼턴이 11-10명의 수적 우세 효과를 팀 승리의 발판으로 이용하지 못한 셈입니다.

또한 볼턴은 측면쪽에서 두가지 약점을 드러냅니다. 첫번째는 페트로프의 부진 이었습니다. 패스 정확도 56.8%(21/37개)를 기록하며 볼 배급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이 문제지만, 너무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볼을 배급합니다. 좀 더 투쟁적으로 뛰면서 스터리지-K.데이비스와 트라이 앵글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됩니다. 둘째는 후반 8분 R.테일러가 퇴장 당한 이후 입니다. 볼턴은 좌우 측면쪽으로 빠지는 패스들이 많아지면서 점유율 회복 및 미드필더 안정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임펙트가 없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엘만더의 적극적인 볼 터치 만으로는 역부족이었죠.

결국, 볼턴은 이청용 결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청용이 빠지면서 무게감이 가벼워졌기 때문이죠. 특히 공격의 창의성이 부족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들이 측면쪽에서 연결되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에게 견제 타이밍을 벌려주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전반 38분 엘만더가 스터리지에게 동점골 발판을 열어줬던 논스톱 패스가 있었지만 골을 노리는 상황에서는 그런 장면이 더 많았어야 했습니다. 특히 R.테일러가 퇴장 당한 이후에는 이청용 존재감이 필요했습니다. 이청용은 상대 수비가 전열을 세우기 이전에 높은 볼이 포함 된 양질의 패스를 띄우며 예측 불가능한 공격 플레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또는 얼리 크로스로 박스쪽을 공략했죠. 하지만 볼턴의 패스 워크는 전체적으로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쉬었습니다.

문제는 이청용이 지난 주에 FA컵 2경기(32강 재경기, 16강)를 풀타임 출전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체력 저하로 고전했던 상황에서 최근에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체력 안배가 필요했죠. 적어도 선발 제외 만큼은 코일 감독의 옳은 결정입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볼턴이 역전을 위해 이청용 투입이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코일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 보호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음을 짐작합니다. 볼턴은 뉴캐슬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이청용의 전술적 영향력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