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 박주영(26, AS모나코)이 2골(멀티골)을 터뜨리며 골잡이의 진면모를 과시했습니다. 특히 두 번째 골은 그동안 필드골이 부족했다는 여론의 아쉬움을 단번에 해결짓는 멋진 골 장면 이었습니다.
박주영은 27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프랑스 리게 앙(리그1) 24라운드 SM까엥전에서 시즌 8호골, 9호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35분 장 자크 고소가 박스 안에서 상대팀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하면서 페널티킥을 맡았고 골망 왼쪽을 가르며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16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선수 1명을 제치고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터뜨리며 또 한 번 골망을 출렁였습니다. 프랑스리그 진출 이후 3번째 멀티골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리그 득점 랭킹 공동 9위로 올라섰습니다. 또한 자신의 프랑스리그 최다 골 기록을 넘었습니다. 2008/09시즌 리그에서 5골, 지난 시즌 리그 8골 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2골 분전 속에서도 모나코는 끝내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후반 22분 유스프 엘 아라비에게 추격골, 후반 26분 요앙 몰로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했죠. 특히 몰로의 골은 TV 중계 화면에 의해 명백한 오프사이드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모나코는 리그 18위(4승12무8패)를 지키며 여전히 강등권을 면치 못했습니다.
박주영 2골, 모나코 강등권 탈출 방법을 제시하다
그럼에도 박주영의 2골이 반가운 이유는 모나코의 득점력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습니다. 모나코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23골 26실점을 허용했습니다. 프랑스리그 11~20위권 팀들 중에서 가장 실점이 적습니다. 문제는 골입니다. 박주영(9골) 이외에는 마땅한 골잡이가 없습니다. 시즌 내내 박주영 원톱 보다는 투톱을 더 많이 구사했음을 상기하면 모나코의 골 문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음보카니(현 볼프스부르크 임대)는 700만 유로(약 109억원)에 걸맞지 않게 10경기 1골에 그쳐 먹튀로 전락했고, 니쿨라에(4골)는 부상 여파로 출전이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영입된 웰컴(0골)은 프랑스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현 시점에서 모나코의 투톱 시스템은 실패작입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라콤브 전 감독은 음보카니-박주영, 또는 음보카니-니쿨라에 투톱을 구사하며 한때 박주영을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바니드 감독은 박주영 쉐도우-웰컴 타겟맨 체제를 구축했죠. 하지만 음보카니-니쿨라에-웰컴은 프랑스리그 특유의 거친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전방에서 고립되면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끊기는 단점을 초래했죠. 음보카니-웰컴이 대표적 예 입니다. 니쿨라에의 경우에는 골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만큼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처럼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거나 경합하면서 적극적으로 맞서는 성향은 아닙니다.
결국, 모나코 투톱은 박주영 장점을 살리지 못했던 패착을 초래했습니다. 박주영을 제외한 공격 구성원 자체가 프랑스리그에 성공할 재목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라콤브 전 감독 같은 경우에는 다른 공격수들을 중용하면서 박주영을 왼쪽 측면에 배치했지만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2008/09시즌 박주영과 함께 투톱 공격수로 뛰었던 피노(갈라타사라이)가 그나마 제격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바니드 감독은 까엥전에서 웰컴을 벤치로 내리고 박주영을 4-2-3-1의 원톱으로 활용했습니다. 2선 미드필더에는 쿠타도르-고소-무캉조가 배치되면서 박주영을 보조했죠.
그 효과는 전반전에 빛을 발했습니다. 모나코가 전반 내내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죠. 박주영이 원톱을 맡으면서 때로는 2선,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늘리며 2선과 끊임없이 호흡했습니다. 라콤브 전 감독 시절에는 최전방에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 모습이 부족했지만, 바니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활동 폭을 넓히면서 후방 공격을 읽는 흐름이 향상됐습니다. 까엥전에서는 원톱을 맡으면서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상대 수비 공간 이곳 저곳을 휘저었습니다. 까엥이 이렇다할 공격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박주영은 지친 기색이 드러나지 않고 볼 없을때의 움직임까지 능동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후반 16분 중거리 슈팅으로 두번째 골을 기록했던 순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중앙쪽으로 쇄도했기 때문이죠. 박스 쪽에서 자리잡은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자신이 해결했습니다. 상대 수비가 집중력이 떨어진 단점을 눈치채고 '골을 넣어야 한다'고 의식하면서 골을 넣는 킬러 본능을 과시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1년 5개월 동안 필드골이 없었던 행보와 정반대 였습니다. 골을 노리는 '과감함'이 되살았습니다. 그 외에도 최전방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골 기회를 노리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죠.
박주영이 까엥전에서 공격에 열성을 다했던 이유는 팀 사정과 밀접합니다. 쿠타도르-고소-무캉조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은 공격을 주도하는 기질이 떨어집니다. 자기 플레이를 키우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공격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잦죠. 지난 시즌 모나코의 주전을 맡았던 네네-알론소에 비하면 개인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모나코가 박주영에게 기대는 시선이 클 수 밖에 없죠. 라콤브 전 감독이었다면 박주영을 최전방에 고정시키면서 공중볼 따내는 것을 주문했을지 모르지만 바니드 감독은 프리롤을 맡겼습니다. 이기와 이타적인 기질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박주영의 장점을 반영한 결과였죠.
아쉬운 것은, 모나코가 박주영의 2골 이후 수비 집중력 저하 및 심판의 오심에 발목 잡히면서 2-2로 비겼습니다. 특히 후반 22분 엘 아라비에게 실점한 것이 문제였죠. 선수들이 2-0 리드에 잔뜩 취했습니다. 올 시즌 24경기 중에서 단 4경기만 승리했기 때문에 박주영 2골에 반색했을지 모르겠지만,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좀 더 냉정하고 침착했어야 합니다. 모나코에는 그 분위기를 잡아줄 리더가 없는 셈이죠. 그럼에도 박주영 원톱 체제는 엄연한 소득 이었습니다. 팀의 공격력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카드를 찾았기 때문이죠. 실점이 적은 특징을 미루어보면,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박주영 원톱' 입니다.
박주영은 까엥전을 통해서 시즌 10호골 및 그 이상의 골을 기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14경기 남았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을 기대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또한 전술적 관점에서 골을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기존에는 최전방에서 머리로 롱볼을 받아내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2선과 낮은 볼을 주고 받으면서 골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죠. 웰컴과 공존하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바니드 감독 부임 이후에는 모나코의 까엥전 공격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박주영에게 시즌 8호골, 9호골이 반가운 이유는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