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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역전승, 맨유의 체력 저하가 원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제압하고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어수선한 나날을 보냈지만 맨유전 승리를 통해 시즌 후반 대도약을 예고했습니다.

첼시는 2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맨유를 2-1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29분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9분 다비드 루이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후반 33분에는 유리 지르코프가 크리스 스몰링을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었고 프랭크 램퍼드가 1분 뒤 페널티킥 역전골을 터뜨리며 첼시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반면, 네마냐 비디치는 경기 종료 직전에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하면서 오는 주말 리버풀 원정에 결장합니다.

이로써, 첼시는 리그 5위에서 4위(14승6무7패, 승점 48)로 진입하여 토트넘(13승8무6패, 승점 47)을 승점 1점 차이로 앞섰습니다. 3위 맨체스터 시티(14승8무6패, 승점 50)와의 승점을 2점으로 좁히면서 3위 진입을 바라볼 수 있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맨유는 첼시 원정에서 패했지만 리그 1위(17승9무2패, 승점 60)를 유지했죠.

4-4-2로 맞선 첼시vs맨유

'홈팀' 첼시는 맨유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체흐가 골키퍼, 애슐리 콜-테리-루이스-이바노비치가 수비수, 말루다-램퍼드-에시엔-하미레스가 미드필더, 토레스-아넬카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동안 맨유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드록바가 선발에서 제외되었고 '맨유 킬러' 토레스가 아넬카와 함께 전방을 맡았습니다. 맨유도 4-4-2로 맞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스몰링-오셰이가 수비수, 나니-스콜스-캐릭-플래쳐가 미드필더, 루니-에르난데스가 투톱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플래쳐가 박지성-발렌시아 부상 및 긱스 체력 안배를 커버하기 위해 오른쪽 윙어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전반 10분까지는 첼시가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슈팅 3-1(유효 슈팅 1-0, 개)로 앞서면서 맨유 박스쪽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죠. 에시엔-하미레스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종-횡 방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서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공격 템포를 빠르게 키웠고, 말루다의 왼쪽 측면 돌파까지 어우러지면서 맨유 박스까지 볼 전개가 쉬워지는 이점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토레스가 후방쪽에서 볼을 터치하여 맨유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맨유의 수비 조직이 견고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공격쪽에서 기선 제압을 펼치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가겠다는 전략입니다.

반면 맨유는 전반 15분까지 첼시와의 점유율에서 53-47(%)로 앞섰습니다. 첼시가 빠른 템포에 의한 볼 배급을 펼쳤다면 맨유는 후방쪽에서 템포를 늦추면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그동안 원정에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격을 펼치는 플레이를 자제했죠.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적절히 존 디펜스를 유지하면서 첼시의 공격을 제어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루니는 쉐도우를 맡아 활발히 수비 가담을 펼치며 스콜스-캐릭의 압박 부담을 줄여줬습니다. 그러면서 에르난데스는 첼시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전방에서 측면쪽으로 내려가는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골 냄새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강점이 없는 특징이 상대에게 읽힐 가능성이 다분했죠.


[사진=첼시전 1-2 패배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선제골' 루니 맹활약 빛났던 전반전

두 팀의 경기 초반 접전은 맨유의 우세 쪽으로 굳어졌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전반 10분 이후 첼시 허리의 공격 길목을 차단하는 커버링을 펼치면서 상대 공격 옵션이 박스 안쪽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막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첼시는 램퍼드-에시엔, 토레스-아넬카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전방쪽으로 볼을 연결하는데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맨유는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종패스에 의한 역습을 펼치면서 전반 중반 내내 60% 넘는 점유유을 유지했습니다. 문제는 첼시의 수비 대응 이었습니다. 램퍼드-에시엔의 활동 반경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맨유에게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위치 선정이 불안했습니다.

맨유는 전반 29분 루니가 선제골을 넣으며 첼시에 일격을 가했습니다. 나니가 박스 바깥 중앙에서 근처에 있던 루니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했고, 루니가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특히 루니가 슈팅을 날렸을 때는 가까이에 있던 이바노비치가 그저 바라만 봤고, 램퍼드가 앞선에서 커팅을 시도했으나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램퍼드-에시엔의 불안한 경기 운영이 첼시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현상과 직결됐죠. 그 이전인 전반 26분에는 루니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첼시 공격을 직접 커팅하면서 드리블 돌파를 펼친 뒤, 오른쪽에 있던 플래쳐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박스쪽으로 돌진했습니다. 루니 봉쇄에 실패한 것이 첼시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첼시 원정에 나선 맨유의 전술적 키 플레이어는 루니 였습니다. 수비시에는 루니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들어가면서, 공격시에는 4-4-2의 쉐도우를 맡으면서 때로는 상대 박스쪽을 비집는 왕성한 움직임을 발휘했습니다. 지닌달 3일 애스턴 빌라전 2골 1도움, 12일 맨체스터 시티전 결승골의 기세가 첼시전에서도 재현됐죠. 부활에 완벽하게 성공했음을 뜻합니다. 특히 첼시전에서 그 효과가 나타났던 것은 상대 중원이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램퍼드-에시엔을 비롯 미켈까지 최근 폼이 좋지 못했죠. 더구나 하미레스는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기존 중앙 옵션들의 활동 부담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루니의 역동적인 활약을 아무도 제어하지 못한 이유죠.

맨유 입장에서는 에르난데스 부진이 아쉬웠을지 모릅니다. 전반전에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죠. 하지만 베르바토프 보다는 에르난데스가 첼시전 선발에 적합했습니다. 베르바토프가 강팀에 약하고, 에르난데스가 원정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던 특징을 우선적으로 거론할 수 있죠. 그리고 에르난데스의 선발 출전은 루니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볼이 없을 때 중앙과 측면쪽을 넓게 움직이면서 테리-루이스가 전진수비를 펼치지 못하는 부담으로 이어졌고, 첼시 허리쪽을 활발히 넘나들던 루니가 박스쪽으로 쇄도할 수 있는 앞공간이 자연스럽게 열렸죠. 베르바토프가 선발 출전했다면 이러한 공격 패턴이 가능했을지 의문입니다. 맨유가 전반전에 첼시를 압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맨유의 수비 불안...첼시의 2-1 역전승

후반 초반에는 첼시의 공세, 맨유의 역습 의지가 나타났습니다. 맨유는 1-0 이후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후방쪽으로 낮추고 루니-에르난데스가 하프라인 밑쪽으로 수비 가담을 펼쳤습니다. 첼시가 1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맨유가 그 특징을 노리며 수비쪽에 치중을 두면서 상대 공격을 끊으면 전방쪽으로 볼 배급 속도를 높이면서 역습을 노렸습니다. 그래서 첼시는 전진수비를 펼치면서 점유율을 늘린 뒤, 아넬카가 2선에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움직임을 늘리며 맨유 진영을 파고드는 전술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맨유가 수비 가담을 늘린것은 성공했지만, 문제는 첼시의 공격 완성도가 제법 높았습니다.

첼시는 후반 9분 루이스의 동점골로 1-1을 기록했습니다. 에시엔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운 것을 이바노비치가 박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헤딩 패스를 연결했고, 그 볼을 받은 루이스가 에브라와 맞선 상태에서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을 날리면서 맨유 골망을 갈랐습니다. 맨유에게 경기 흐름에서 끌려다녔던 첼시가 기사회생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루이스는 그 이전에도 맨유 진영쪽으로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공격에 가담했던 움직임이 동점골의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런 첼시는 후반 15분 아넬카를 빼고 드록바를 교체 투입했고, 말루다-토레스-드록바로 짜인 스리톱이 형성됐습니다. 루이스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맨유 왼쪽 공간이 열렸기 때문에 드록바가 오른쪽에 위치를 잡으면서 볼 터치를 늘렸죠. 또한 토레스가 비디치-스몰링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드록바가 그 압박을 풀어내기 위해 오른쪽에서 공격을 시도하여 맨유 수비 밸런스를 흐트리는데 주력했죠. 그래서 맨유는 첼시의 공세에 흔들리면서 미드필더들이 한 번에 뚫리는 불안함에 직면했고, 퍼거슨 감독은 후반 24분 에르난데스-스콜스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베르바토프-긱스를 투입했습니다. 이에 안첼로티 감독은 후반 25분 지르코프 투입(out 말루다)으로 응수했죠.

두 팀이 공격쪽에서 서로 치고 받는 경기 양상은, 후반 34분 램퍼드가 페널티킥 골을 터뜨리면서 첼시가 2-1로 역전했습니다. 지르코프가 박스 안쪽에서 스몰링이 왼쪽 팔을 쓰는 파울을 유도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었죠. 전반전에 1-0으로 앞섰던 맨유에게 아쉬웠던 장면 입니다. 맨유는 전반전에 첼시 공격을 틈틈이 차단했지만, 후반전에는 미드필더진의 느슨한 압박으로 첼시에게 여러차례 침투를 허용 당했습니다. 또한 수비 가담 속도까지 느려지면서 첼시의 빠른 템포 공격을 제어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반전 경기 내용이 좋았던 것은 역설적으로 오버 페이스를 했음을 뜻합니다. 여기에 스몰링이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불운까지 겹쳤죠.

첼시와 맨유는 후반 35분에 각각 보싱와(out 루이스), 파비우(out 에브라) 투입을 단행했습니다. 서로 풀백을 바꾸었죠. 첼시는 보싱와를 오른쪽 풀백으로 포진하면서 이바노비치를 센터백으로 배치하는 수비 변화를 택했다면, 맨유는 파비우가 첼시 진영쪽으로 올라와서 공격을 시도하는 동점골 작전을 펼쳤습니다. 그런 파비우는 후반 41분 첼시 박스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3분 뒤에는 박스쪽으로 달려들던 플래쳐쪽으로 대각선 패스를 부정확하게 연결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나니-긱스 같은 공격 옵션들도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고, 후반 47분에는 비디치가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했습니다. 결국 첼시가 맨유를 2-1로 제압하여 리그 4위에 진입했습니다.

경기 흐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맨유는 전반전, 첼시는 후반전에 강했다" 입니다. 맨유가 전반전에는 경기 내용 및 스코어에서 우세를 점했지만 후반전에는 첼시가 뒤집었죠. 맨유가 체력 저하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7일에 위건 원정을 치렀다면 첼시는 경기 스케줄이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맨유는 전반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오버 페이스를 범하면서 끝내 첼시에게 체력전에서 밀렸죠. 첼시는 맨유전을 이겨야 부진을 극복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했습니다. 그 흐름이 스코어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