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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 이청용에게 대포알 슈팅을 기대하며

 

'블루 드래곤' 이청용(23, 볼턴)은 축구팬들에게 공격 성향의 윙어라는 이미지를 키웠습니다. 지난 시즌 5골 8도움을 기록하며 볼턴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올 시즌에는 2골 7도움을 올리며 10도움 돌파를 꿈꾸고 있습니다. 볼턴이 추구하는 패스 게임을 짊어지는 키 플레이어로서 데이비스-엘만더 같은 투톱 공격수들의 골 감각을 춤추게 했던 본능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 박지성이 떠난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을 적임자 중에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죠.

이청용은 공격 재능이 풍부하면서 장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슈팅이 좋은 선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난 아시안컵 대회 도중에 박스 바깥에서 날렸던 슈팅이 데구르르 땅볼로 향했던 장면을 놓고봐도 말입니다. 매 시즌마다 일정 수준의 골을 기록했지만 슈팅의 파워가 떨어지는 것은 흠입니다. 자신이 소유한 공격 역량을 꾸준히 뒷받침하려면, 빅 클럽 진출의 꿈을 이루려면,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콘으로 거듭나려면 슈팅 문제는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청용 (C) 볼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wfc.premiumtv.co.uk)]

특히 하체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슈팅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밑바탕은 하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스포츠든 하체의 힘이 중요하겠지만, 이청용의 슈팅 파워가 떨어지는 것은 하체 근력이 덜 발달된 특성과 밀접합니다. 신체의 무게 중심이 낮은 선수로서 드리블에 능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슈팅 상황에서의 밸런스가 유떨어집니다. 하체 밸런스가 강한 선수였다면 다리에 힘이 집중되면서 슈팅을 강하게 날리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청용의 허벅지는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얇은 편에 속하죠. 피지컬이 약한 단점이 하체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는 지능적인 축구 센스로 피지컬 약점을 극복했지만 슈팅때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렇다고 이청용의 슈팅 전체가 문제 있다고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골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좋기 때문이죠. 친정팀 FC서울, 현 소속팀 볼턴에서의 골 장면을 미루어보면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는 해결사적인 기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진 사이를 파고들거나 또는 빈 공간으로 달려들어가 슈팅 기회를 노리는 장점이 있습니다.(올 시즌 볼턴에서 그 특징이 가라앉았다는 느낌이지만요. 자세한 부분은 뒤에서 언급) 지난 시즌 중반까지 5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골을 넣어야 할 타이밍을 절묘하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골 재능을 놓고 보면 더 많은 골을 기록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코일 감독 조련 속에서 수비력을 길렀지만 엄연히 공격력을 강점으로 삼는 선수이기 때문에 어태커의 기질을 좀 더 키워야 합니다. 프랭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가레스 베일(토트넘)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이상 아스날) 같은 '미들라이커'의 기질 말입니다. 이청용 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1월 27일 번리전에서 시즌 5호골을 기록하면서 미들라이커로 확고하게 성장하는 듯 했지만, 그 이후 볼턴 경기에서는 골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문제점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청용이 볼턴 전술의 제약을 받는 느낌이 짙습니다. 코일 감독이 부임한 이후부터 오른쪽 측면에서 고정된 플레이를 펼치거나 수비 가담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후방으로 내려오면서 빌드업을 전개하거나 또는 직접적인 압박을 펼치면서 팀의 존 디펜스 유지에 힘을 실어주는 패턴으로 말입니다. 지난해 11월 스토크 시티-뉴캐슬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위치는 중앙이었죠. 뉴캐슬전 골 같은 경우에는 상대 수비 밸런스가 벌어졌을 때 문전쪽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여 상대 골망을 흔들었던 케이스 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오른쪽 측면에 머무르면서 공격에 참여하는 장면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체력 저하 원인도 없지 않지만 박스쪽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움직임이 저하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청용은 올 시즌 볼턴에서 24경기에 출전하여 슈팅 17개를 시도했습니다.(2골, FA컵-칼링컵 포함) 최근 7경기에서는 슈팅 3개를 날렸죠. 지난 시즌 40경기에서는 29개의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엄연히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공격수들 처럼 슈팅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 선수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이청용이 볼턴 공격의 양질을 키우는 성향이라면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은 골을 노립니다. 두 명의 공격수가 볼턴 패스 줄기의 종결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역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청용은 골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습니다. 오른쪽 측면을 위주로 공격을 진행하지만 그렇다고 슈팅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이청용에게는 대포알 슈팅이 필요합니다. 박스 바깥 중거리 지점에서 빨랫줄 같은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활동 반경이 오른쪽 측면에 머물러 있는 현 시점에서는 박스쪽을 비집으며 골 기회를 노리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많아집니다.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경기를 소화했던 특수성을 놓고 보면 기존의 골 패턴으로는 경기력에 힘이 부칠 가능성이 큽니다. 가급적이면 체력 소모를 줄이고 완급 조절을 강화하면서 경기를 효율적으로 풀어가야 하며, 그 일환으로 대포알 슈팅을 길러야 합니다. 득점 패턴 다양화를 노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죠.

또한 이청용은 무리한 공격 가담이 볼턴 전술의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볼턴의 오른쪽 측면 수비가 붕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테인슨-리켓츠 같은 오른쪽 풀백들이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21일 풀럼과의 FA컵 16강전에서는 로빈슨이 왼쪽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를 맡으며 이청용 밑쪽을 뒷받침했죠. 이청용의 수비 가담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방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많다보면 상대팀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단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마르틴 페트로프가 왼쪽 윙어 붙박이 주전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그래서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골을 해결지을 돌파구를 찾아야 하며 대포알 슈팅이 현실적 방법입니다.

골이 적다는 이유로 해당 선수를 저평가 하는 것은 다소 경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는 골이 부족한 미드필더지만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지난 시즌 빅4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경우는 다릅니다. 오랫동안 볼턴의 에이스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키우고 싶다면 빅 클럽에 도전해야 합니다. 빅 클럽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재목으로 성장하려면 볼턴에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죠. 이청용 공격력에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