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게 익히 유명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30세 동갑내기, 잘생긴 영화배우를 보는 듯한 외모, 높은 신장(즐라탄 : 195cm, 베르바토프 : 188cm), 유럽 스몰리그에서 빅 리그의 명문 클럽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던 과정, 볼을 다루는 우아함을 거론할 수 있죠.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대표적인 공격수들이죠. 네임벨류를 놓고 보면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들이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그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즐라탄은 정규리그 우승과 인연이 많은 공격수입니다.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이었던 2003/04시즌 에레데비지에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프리메라리가 우승에 이르기까지 리그 7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소속이었던 2004/05시즌, 2005/06시즌에는 팀이 칼치오폴리(승부조작 혐의)에 휩싸이면서 세리에A 우승을 박탈 당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즐라탄이 팀의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AC밀란의 세리에A 1위를 이끌고 있죠. 정규리그 우승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디미타르 베르바토프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하지만 즐라탄은 챔피언스리그에 약합니다. 유벤투스로 이적했던 2004/05시즌 이후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58경기 17골을 기록했는데, 16강 토너먼트 이후에 넣은 골은 3골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지난 시즌 바르사 소속으로서 넣었던 골들이었죠. 16강 1차전 슈투트가르트 원정, 8강 1차전 아스날 원정(2골) 이었습니다. 원정에서 터뜨렸던 골이었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이미지를 떨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4강 인터 밀란전 부진이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바르사의 4강 탈락 대표적 원인이 자신의 부진이었기 때문이죠. 그 결과는 지난해 여름 AC밀란으로 임대되는 서글픈 시나리오로 이어졌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우리들에게 '약팀에 강하고, 강팀에 약한 선수'라는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19골)를 달렸지만 대부분 약팀과의 경기에서 넣었던 골들이며, 지난해 9월 19일 리버풀전 해트트릭은 당시 상대팀이 총체적 부진에 시달렸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약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몰아넣는 체질이죠. 그런 베르바토프는 챔피언스리그 18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졌습니다. 맨유 소속으로서 2008년 10월 1일 올보르, 그 해 10월 22일 셀틱전에서 각각 2골씩 넣었을 뿐이죠. 공교롭게도 올보르, 셀틱은 당시 32강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던 팀들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팀에 약한 공식이 적용됐습니다.
즐라탄-베르바토프가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원인은 플레이 스타일과 밀접합니다. 두 선수는 높은 신장을 갖추면서 볼을 다루는 솜씨 및 패싱력, 다이렉트 슈팅, 골 기회를 포착하는 포지셔닝 등이 일품입니다. 이타 및 이기적인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공통점도 있죠. 하지만 두 선수는 상대팀의 강한 수비에 맥을 못춥니다. 즐라탄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인터 밀란전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루시우의 파워풀한 견제를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베르바토프도 상대의 끈질긴 견제를 받거나 전방 침투 공간이 좁혀지면 여지없이 부진에 빠집니다. 빠른 스피드 및 왕성한 활동량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들이 아닌 한계가 있죠.
그리고 즐라탄-베르바토프는 기복이 심합니다. 매 경기마다 상대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에 공격력 편차가 크죠. 상대 수비에 부담을 가중시키려면 종횡 방향으로 부지런히 뛰면서 역동적인 플레이가 살아나야 하는데 뜻대로 안풀릴 때가 있습니다. 또한 상대 수비가 얼마만큼 견고하고 강하느냐에 따라 두 선수의 활약상이 엇갈립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상대의 밀착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즐라탄은 토트넘전에서 마이클 도슨의 대인 방어를 비롯해서 상대 선수들의 거친 수비 동작에 어려움을 겪었고, 베르바토프는 마르세유전에서 디아와라-음비아의 커버링에 의해 최전방쪽에서 활동하는 영역이 좁혀지면서 박스 안에서 이렇다할 실마리를 풀지 못했죠.
그렇다고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 변화가 해법은 아닙니다. AC밀란-맨유가 즐라탄-베르바토프의 골을 원하는 체제이기 때문이죠. 즐라탄은 AC밀란 화력에 없어서는 안 될 골잡이이며 베르바토프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베르바토프 같은 경우에는 웨인 루니 득점력이 아직 꾸준하지 못하기 때문에 골이 필요한 상황이죠. 결국, 즐라탄-베르바토프가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면모를 떨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골 생산과 필적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격 옵션과 공존해야 합니다. 두 선수 모두 이타적인 움직임에 능하기 때문에 그 골잡이를 도와줄 수 있는 면모가 필요하죠.
즐라탄 입장에서는 바르사 시절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에 남을 것입니다. 바르사는 메시-사비-이니에스타-페드로 같은 걸출한 기량을 자랑하는 공격 옵션들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승 후보 1순위였기 때문에 2008/09시즌에 이어 두 번 연속 유럽 제패를 노릴 수 있었죠. 앞서 언급했듯, 16강-8강 원정에서 골을 터뜨리며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징크스를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강 인터 밀란전 부진이 오점으로 작용했죠.
베르바토프의 경우에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유독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세를 떨치면서 앞날의 꾸준함을 위한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래 아스날-맨시티 같은 빅 매치에서 선발 제외 된 것은 역설적 관점에서 챔피언스리그 주요 경기에 우선적으로 선발 투입 될 옵션이 아님을 뜻합니다. 마르세유전 같은 경우에는 박지성 부상 및 라이언 긱스 휴식에 따른 루니의 왼쪽 측면 이동이 선발 출전의 기회로 작용했죠.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 자질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퍼거슨 감독에게 믿음감을 표시해야 합니다.
p.s :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공격수는 한 명 더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곤살로 이과인입니다. 하지만 2개월 전 허리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고, 소속팀이 자신의 대체자로 엠마뉘엘 아데바요르를 대체자로 임대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