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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박지성 공백, 얼마만큼 치명적인가?

 

"박지성이 경기에 복귀하기를 기다렸지만 한 달 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 박지성 공백은 우리에게 타격이 될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지난 15일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의 햄스트링 부상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두달 전 아스날전에서 박지성 아시안컵 차출에 아쉬운 반응을 내비쳤지만, 이제는 박지성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맨유의 전력 약화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박지성의 공격력이 올 시즌 만개했음을 상기하면 그 공백이 맨유에게 치명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맨유의 24일 마르세유전 0-0 무승부는 '산소탱크' 박지성(30) 부상 공백이 대표적으로 드러났던 경기였습니다. 박지성이 그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기 때문이죠. 2008/09시즌, 2009/10시즌 16강 원정 인터 밀란-AC밀란 원정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중요한 경기에 믿고 쓸 수 있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심어줬습니다. 하지만 마르세유 원정에서는 박지성 같은 마땅한 스페셜 리스트가 없었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마르세유전에서 공격수, 미드필더로 선발 기용된 선수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원톱으로 출격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최전방에서 외로웠고, 좌우 윙어를 맡았던 루니-나니는 평소보다 수비 가담이 잦아졌고 측면 공격의 활로를 찾는데 분주했지만 박스 안쪽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대런 플래쳐는 패스 정확도 60%(30/50개)에 그쳤고, 마이클 캐릭은 맨유가 공격 흐름을 잡을때 패스미스를 속출하면서 여전히 기량 저하를 면치 못했고, 대런 깁슨은 중원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맨유가 마르세유전에서 패하지 않았던 이유는 수비 안정 및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선방, 상대 공격 옵션들의 무기력함에 있었습니다.

만약 맨유가 박지성 부상 공백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베르바토프는 선발에서 제외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루니를 원톱에 배치하는 명분이 실렸기 때문이죠. 박지성과 베르바토프는 볼 배급 과정에서 서로 호흡이 맞지 않으며, 오히려 박지성은 루니와 공존해야 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베르바토프는 강팀 경기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체질입니다.(챔피언스리그 18경기 연속 무득점) 루니가 3일 애스턴 빌라전 2골 1도움, 12일 맨체스터 시티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렸다는 점에서, 마르세유 원정에서는 루니가 원톱에 적절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부상 공백 때문에 루니는 어쩔 수 없이 왼쪽 측면을 담당했습니다.

물론 루니는 경기 초반에는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흔드는 플레이들이 잦았습니다. 오른쪽에 있는 나니와 함께 좌우 측면을 공략하면서 맨유 공격의 활력을 키웠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움직임은 점차 약화됩니다. 베르바토프와의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박스 안쪽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활동 반경이 박스 바깥쪽에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에 박스 안을 비집으면서 몇개월째 가라앉았던 파워가 되살아났던 최근 행보를 미루어보면 마르세유전 왼쪽 윙어 출전이 아쉬웠습니다. 박지성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웠던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전에 이어 또 다시 왼쪽 윙어 전환에 실패했습니다.

맨유의 박지성 공백이 두드러졌던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진에서 볼 배급을 주도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 차출 이전까지 맨유의 주축 공격 옵션으로 두각을 떨쳤던 이유는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지속적인 볼 배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맨유의 연계 플레이에 관여하는 장면이 많아졌고 볼 터치까지 늘어났습니다. 결국에는 팀의 공격 템포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폴 스콜스가 지난해 9월-10월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달렸던 공백을 박지성 카드로 메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예년과 달리 골이 늘어났던 것도 공격력 향상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마르세유전에서는 박지성이 부상으로 결장했고 스콜스마저 선발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나마 팀 공격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긱스는 최근에 박지성 공백을 메우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체력 회복 차원에서 마르세유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공격을 주도할 수 있는 선수가 선발에 없었습니다. 그 여파는 맨유가 후반전에 마르세유 미드필더들에게 끌려다니는 불안한 경기 운영으로 직결되고 말았죠. 후반 27분 스콜스의 교체 투입으로 다시 공격 주도권을 되찾았지만, 그 이전까지 전방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 지지부진하면서 마르세유에게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박지성 부상 공백이 또 다시 나타났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디디에 데샹 마르세유 감독의 맨유전 이전 인터뷰 였습니다. 데샹 감독은 지난 22일 UE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마르세유는 수비를 강화하여 루니, 베르바토프, 긱스, 나니, 박지성의 공격를 차단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터뷰가 어느 시점에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박지성의 내공을 인정한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박지성은 부상으로 마르세유전에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각에서 데샹 감독의 발언을 '말실수'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데샹 감독 입장에서는 맨유의 박지성 공백이 오히려 반가웠을지 모릅니다. 박지성이 결장하면서 맨유의 공격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죠.

문제는 앞으로의 맨유입니다.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부상에서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는 현 시점에서는 박지성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그나마 긱스가 최근에 박지성 부상 공백을 틈틈이 메웠지만 체력이 문제입니다.(올해 38세) 루니는 본래의 공격력을 되찾아가는 현 시점에서는 왼쪽 측면이 아닌 최전방에 있어야 할 선수라는 것이 마르세유전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7일 위건 원정-다음달 2일 첼시 원정-7일 리버풀 원정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은 맨유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 위건 원정이 그나마 수월하겠지만 마르세유 원정을 치른지 3일만에 치르는 것이 체력적 불안 요소로 작용합니다. 어쩌면 맨유와 상대할 팀들은 박지성 공백을 약점잡아 반격을 노릴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의 무리한 복귀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남아공 월드컵 출전에 따른 휴식 부족을 안고 올 시즌에 임했고, 최근에는 아시안컵을 다녀오면서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햄스트링을 다쳤죠. 그동안 무릎 부상 및 대표팀 차출에 따른 컨디션 저하로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회복이 가장 중요하죠. 단언컨데, 박지성이 돌아오는 맨유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맨유에 전념하는 명분을 마련했기 때문이죠. 그 이전에는 맨유가 박지성 부상 공백을 해결하며 더 이상의 전력 약화를 막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