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코펜하겐 원정에서 승리하면서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23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파르켄 스타디온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코펜하겐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니콜라 아넬카가 전반 17분, 후반 9분에 골을 터뜨리며 첼시에게 귀중한 승리를 안겼습니다. 또한 아넬카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6경기 7골을 기록하며 사뮈엘 에토(인터 밀란)와 함께 대회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습니다.
우선, 첼시의 승리는 최근의 침체를 이겨낸 값진 승리였습니다. 코펜하겐전 이전까지의 최근 3경기에서 승리가 없었고 지난 19일 에버턴과의 FA컵 32강 재경기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5000만 파운드(약 917억원)의 이적료로 영입했던 페르난도 토레스의 활약이 아직 미비하며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설이 불거졌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불안 요소를 안고 코펜하겐 원정에 임했죠. 적어도 코펜하겐 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리 본능이 작용하면서 강팀의 클래스를 되찾았습니다.
[사진=니콜라 아넬카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첼시는 코펜하겐 원정에서 경제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점유율 47-53(%) 총 이동거리 121.473-124.372(Km)의 열세를 나타냈음에도 2-0으로 승리했죠.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지역 방어를 펼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리하게 활동 폭을 벌리지 않았기 때문에 코펜하겐보다 많이 뛰지 않았습니다. 상대팀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던 '경험 부족'의 팀이었던 만큼, 첼시는 공격쪽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또한 하미레스가 최근에 미드필더진에서 폼이 살아나면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만회했던 것이 코펜하겐전의 소득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첼시의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아넬카 였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코펜하겐 원정에서 토레스를 선발로 기용했습니다. 드록바가 지난 19일 에버턴전에서 연장 120분을 치르면서 많은 체력을 소모했기 때문에(토레스는 규정상 FA컵 잔여경기 결장) 토레스의 선발 기용이 불가피했죠. 평소의 폼을 되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토레스를 챔피언스리그에서 중책을 맡기는 불안 요소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첼시가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그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비책'이 필요했습니다. 토레스가 아닌 아넬카에게 전술적 초점을 모았던 것입니다.
첼시 선수들은 코펜하겐전에서 기동력에 중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넬카는 달랐습니다.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를 소화하면서 때로는 왼쪽 측면, 중앙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팀 공격의 활기를 띄웠습니다. 최근에 몸 상태가 가벼워지면서 활동 폭을 넓히는 움직임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코펜하겐전 맹활약의 발판이 됐습니다. 또한 팀 전술적인 관점에서는 아넬카가 '미쳐야' 첼시 공격이 터집니다. 말루다는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극강의 공격력을 여전히 되찾지 못했고 토레스는 자기 플레이부터 뜻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에는 아넬카가 코펜하겐전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은 겁니다.
코펜하겐의 문제점은 3선 간격에 있었습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라는 컨셉이 뚜렷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경기 운영을 일관하며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험 부족의 약점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3선이 계속 벌어지면서 중앙 미드필더들이 무게 중심을 못잡습니다. 그 약점을 파고든 선수가 아넬카 였습니다. 최전방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코펜하겐 입장에서는 토레스가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을지 모르겠지만 아넬카의 움직임을 제어할 선수는 없었습니다.
아넬카는 전반 17분, 후반 9분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상대 수비 실책을 노린 것입니다. 전반 17분에는 예스퍼 그론캬르가 동료 선수에게 백패스를 받지 못했던 볼을 뒷쪽에서 터치하여 드리블 돌파에 이은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9분에는 프랭크 램퍼드가 로빙 패스를 띄울 때 아크 중앙에서 코펜하겐 센터백 미카엘 안톤슨 옆쪽 공간으로 빠지면서 오른발로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안톤슨의 위치 선정 및 근처 수비수들의 커버링이 불안했습니다. 그 약점을 아넬카가 이용해서 박스 빈 공간쪽을 침투하며 골을 작렬했죠. 경기 내용에서 제 몫을 다하면서 2골을 넣는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토레스가 골에 치중하지 않고 평소보다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패스 정확도 52%(16/31개)가 흠이었지만 아넬카를 비롯한 다른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팀 전술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죠. 어떤 경우에는 아넬카가 최전방으로 올라왔을때 토레스가 2선쪽으로 내려가면서 패스를 띄웠습니다. 그동안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던 공격 패턴을 코펜하겐전에서 집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넬카가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기존과 다른 형태의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여유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점은 상대 수비 불안과 동시에 슈팅 6개(유효 슈팅 4개)를 시도하는 흐름과 직결 됐습니다.
그런데 토레스는 아넬카가 후반 27분에 교체되면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첼시가 2-0 리드를 지키는데 주력했던 원인도 없지 않았지만, 아넬카가 벤치로 들어가면서 활동 공간이 최전방으로 좁혀지는 단점이 나타났죠. 코펜하겐전 단 한 경기만으로 단언할 수 없겠지만, 토레스의 폼을 끌어올릴 존재는 아넬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토레스와의 공존 여부로 주목을 끌었던 드록바가 여전히 부진을 떨치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는 아넬카의 최근 맹활약이 첼시에게 반갑습니다. 물론 토레스는 자신의 약점인 연계 플레이를 좀 더 기를 필요가 있지만요.
결과적으로, 아넬카의 공격 본능은 토레스보다 더 빛났습니다. 2골을 터뜨린 요인도 있지만 토레스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1+1=2.5 또는 3'의 효과를 키울 가능성을 코펜하겐전에서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많은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 체력 저하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리듬이 좋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또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7골로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기 때문에 첼시 입장에서는 토레스의 골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아넬카의 코펜하겐전 2골의 가치가 큰 이유는 지금의 기분 좋은 페이스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