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 뒤에 열릴 2011년 아시안컵은 '산소탱크' 박지성(29)이 한국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는 마지막이 될 지 모릅니다. 대한축구협회(KFA)와의 협의가 필요한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은퇴 번복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선수 본인은 대표팀 은퇴 결심을 굳혔습니다. 적어도 '캡틴 박'의 자취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막을 내릴 듯한 기세입니다.
아시안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1960년 이후 반세기 동안 아시아 제패에 실패했기 때문에 'Pride Of Asia'의 저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대회 우승팀은 2013년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을 통해 각 대륙 챔피언과 격돌하며 월드컵 적응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주어집니다. 최근 박지성 차출 논란이 불거졌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에서 아시안컵 우승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박지성 대표팀 은퇴에 따른 아시안컵 영향은?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아시안컵을 대비한 동기부여적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지성 은퇴를 반대했지만, 아시안컵은 캡틴과 함께 호흡하는 마지막 순간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집념을 키울 것입니다. 만약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하면 박지성 입장에서 씁쓸할 수 밖에 없고, 선수들도 박지성이 안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표팀을 떠나는 시나리오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산소탱크가 아시아 제패에 힘입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대표팀 동료들이 성심성의껏 길을 터줄 것임에 분명합니다.
대표팀은 그동안 박지성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습니다. 전술적, 정신적, 경험적인 측면에서 박지성에 대한 비중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죠. 언론에서는 '박지성 시프트'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일본-네덜란드 프로팀 시절을 포함한 지난 10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태극 마크의 일원이라는 무거운 사명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동료 선수들이 갚아줘야 합니다. 박지성 한 명 만으로는 아시안컵 우승이 무리이기 때문에, 대표팀 구성원이 서로 똘똘 뭉쳐야 박지성이 부담을 덜을 수 있으며 목표 달성 과정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2004년 아시안컵 8강 탈락이 조광래호에게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대표팀은 본선 1차전 요르단전 0-0 무승부 및 경기 내용에 따른 졸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이후 박지성을 3-4-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에이스 역할을 맡기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8강 이란전에서 3-4 패배로 탈락했습니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활용하는 공격력은 성공했지만 수비 불안에 발목 잡히면서 우승의 꿈이 좌절됐습니다. 그렇다고 수비수들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축구는 11명 모두가 감독과 더불어 성공과 실패를 놓고 책임을 지는 '결과 중심의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박지성은 2004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막내였고(젊은 선수들이 아테네 올림픽에 대비하면서 아시안컵 불참) 지금은 조광래호의 주장입니다. 6년 전 선배들과 함께 발을 맞췄다면, 지금은 후배 선수들을 이끌어가며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팀을 짊어지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영향력에 의해 팀의 단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리스마가 아닌 실력으로 팀을 휘어잡으며 젊은 선수들이 실전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그 효과는 이미 남아공 월드컵에서 입증됐습니다. 관건은, 동료 선수들이 아시안컵에서 얼마만큼 따라오면서 팀으로 뭉치느냐 입니다.
박지성 입장에서도 아시안컵을 소홀히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안컵이 자신의 대표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의 열정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대표팀을 떠나야 더 이상 태극 마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 맨유에서 나날이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 자신의 커리어에 아시안컵 우승을 새길려는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서로 맞물리면서 혼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빌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하면 박지성에게 손해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만약 대표팀이 여론 기대치에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 향후 성적에 집착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비 차원에서 박지성 대표팀 은퇴를 막아낼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죠. 고질적인 무릎 부상 및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박지성에게 부담이 됩니다. 또한 박지성 본인에게도 아시안컵 우승 실패에 따른 허탈감을 겪을 수 있습니다. 대표팀에서 멋지게 은퇴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열의를 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분명한 것은, 대표팀 구성원 모두에게 아시안컵 우승이 중요합니다. 조광래 감독은 자신이 브라질 월드컵을 이끌 적임자 증명을 위해, 손흥민-지동원 같은 대표팀 뉴페이스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으로 떠오르기 위해 아시안컵에서 분발할 것입니다. 이청용-기성용-박주영 같은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자신의 명불허전을 과시할 책임감을 떠맡고 있으며, 골키퍼 정성룡은 클럽 월드컵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이고, 조용형-이정수가 버텼던 수비진에는 곽태휘-황재원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그 효과는 수비 불안 해소로 이어져야 합니다.
여기에 박지성 대표팀 은퇴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막중한 동기부여를 안고 아시안컵 우승을 열망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아 정복을 위한 각오가 굳세질 수 밖에 없죠. 아시안컵은 'ASIA No.1'에 도전하는 각 대표팀들 끼리의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정신적인 단결력이 우승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한국의 아시아 제패가 힘을 얻는 이유는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가 동료 선수들의 승리욕을 고취시키며 아시안컵 우승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