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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결승골, 위기의 모나코 구했다

 

'박 선생' 박주영(25, AS 모나코)이 경기 종료를 앞두고 기적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모나코의 극적인 승리를 연출했습니다. 강등권 추락 위기에 몰렸던 모나코를 구하는 멋진 골 이었습니다.

박주영이 속한 모나코는 23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간)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프랑스 리게 앙 19라운드 FC 소쇼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8분 크리스 말롱가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후반 2분 이고르 롤로가 자책골을 허용했고, 그 이후 여러차례 골 기회를 놓치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후반 48분 박스 중앙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세르주 각페의 스루 패스를 받아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시즌 6호골을 비롯 모나코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모나코는 박주영의 골에 힘입어 최근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의 늪에서 탈출하여 7경기만에 승리를 따냈습니다. 리그에서는 3승10무6패(승점 19)로 17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만약 박주영의 골이 없었다면 소쇼전 승리가 무산되면서 강등권 순위인 19위까지 추락할 수 있었습니다. 18~19위를 기록했던 캉-랑스가 19라운드에서 승리했기 때문에(이상 승점 18), 박주영 골이 모나코 입장에서 매우 반가웠습니다. 아울러, 박주영은 경기 종료 후 프랑스 축구 전문 사이트 <풋볼FR>을 통해 루피에-아드리아누-말롱가와 함께 평점 7점을 부여받아 팀 내 평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모나코가 위기에 빠졌던 순간, '박 선생'이 있었다

박주영의 별명은 '박 선생' 입니다. 프랑스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08/09시즌 부터 모나코의 공격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체 불가능한 옵션으로 두각을 떨쳤기 때문입니다. 단조롭고 답답한 공격 패턴을 일관했던 모나코에서 '공격력이 떨어지는' 동료 선수들을 활용하는 장면들을 연출하며 팀원들의 분발을 유도했습니다. 그나마 2009/10시즌에는 '탐욕스런' 네네가 있었음에 팀 공격을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을 덜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네네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이적으로 모나코가 강등 위협을 받았지만, 박주영은 날카로운 볼 배급으로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엮으며 팀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런 박주영은 측면이라는 옷이 몸에 맞지 않습니다. 2005~2006년 성인 대표팀에서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모습을 내밀었지만 투톱과 스리톱 사이에서 포지션 혼란을 겪은끝에 '부상까지 겹쳐' 슬럼프에 빠졌던 악몽이 있기 때문이죠. 지난 시즌 모나코의 원톱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은 박주영의 올 시즌 측면 배치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모나코가 네네 공백 메우기 실패 및 말롱가-아우바메양 같은 새로운 측면 옵션들의 부진, '먹튀' 음보카니를 타겟맨으로 키우겠다는 의지 때문에 박주영이 측면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공중볼에 강했던' 박주영의 측면 이동은 모나코의 롱볼 축구가 패착에 빠지는 역효과로 이어져 결국 강등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박주영의 측면 전환은 모나코가 성적 부진에 빠진 시점에서 불가피합니다. 모나코에서 공격을 풀어갈 마땅한 옵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앙에서 공격을 말끔하게 조율할 선수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측면에서는 네네의 빈 자리가 컸습니다. 롱볼 축구가 실패로 끝났고, 새롭게 공격 전술의 틀을 꾸미기에는 시즌 중이라는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박주영의 후방 배치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박주영은 중앙 공격수로 출전하면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 모습이 부족했기 때문에(한때 골 부진에 빠졌던 원인) 라콤브 감독 입장에서 그 약점을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박주영을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시킬 수 없기 때문에 측면을 답으로 찍었죠.

그런 박주영은 소쇼전에서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했고, 후반 19분 아우바메양이 교체 투입한 이후에는 왼쪽 윙 포워드로 전환했습니다. 함께 스리톱을 형성했던 니쿨라예-망가니를 비롯 미드필더들이 골을 노릴 수 있도록 침투패스를 연결했고, 오른쪽 측면을 깊게 파고들며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박스 안쪽까지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움직임을 취하거나 후반 막판에는 두 번의 슈팅을 날리며 골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철저하게 팀 플레이를 펼쳤지만 모나코 입장에서는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골 욕심을 부렸고, 그 결과는 극적인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말롱가-고소-하루나로 짜인 미드필더 조합은 공격이 시작되면 지공을 띄울지 아니면 속공으로 상대 수비를 위협할지 혼동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공격을 풀어가는 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에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는 패스 미스를 연발하며 소쇼에게 역습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또한 세 명의 미드필더는 창의적인 볼 배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니며 정적인 움직임을 일관합니다. 모나코가 답답한 공격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죠. 그래서 망다니-니쿨라에-박주영으로 구성된 스리톱의 움직임에 부담이 따르면서 박주영의 역할이 많아졌죠.

후반 중반 1-1 상황에서는 미드필더진의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상대 선수보다 많이 뛰면서 전방쪽으로 볼을 날리기만 하면 끝입니다. 동료 공격수가 볼을 터치할 지점을 판단하여 정확하게 볼을 밀어주기 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패스하기에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부정확한 롱볼까지 더해지면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일관했죠. 이러한 상황은 최근 모나코 경기에서 되풀이 됐습니다. 지난 19일 파리 생제르망과의 후반전에는 박주영을 4-3-3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내릴 정도로 공격 전개의 약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은 모나코의 공격력 부진 속에서 희생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주 임무였던 골 생산 이전에 팀 공격의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측면에서 움직임을 넓게 벌리고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는 이타적인 역할에 주력했습니다. 지난 시즌 모나코의 원톱이자 타겟맨으로 활용되었던 행보와 비교하면 올 시즌에는 팀을 챙기는데 바빴습니다. 그럼에도 박주영은 모나코의 강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팀에서 요구받는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습니다. 중앙에서 뛰었을 때보다 많은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고 활동량이 많아지는 상황속에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팀 성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죠.

이러한 박주영의 맹활약은 경기 종료 직전 값진 결승골을 터뜨리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소쇼 수비진이 박주영 봉쇄에 실패하면서 경기를 거듭할 수록 수비진 사이의 폭이 넓어졌고, 각페가 그 틈을 이용하여 전방쪽으로 스루패스를 연결한 것이 박주영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팀을 위해 뛰었던 보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결승골로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모나코는 2-1로 승리했고 강등권 추락을 모면했습니다. 위기의 모나코를 구한 박주영은 곧 조광래호에 합류합니다. 지금의 폼이라면 아시안컵 맹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