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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단연컨데, 인터 밀란은 챔스 2연패 실패한다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는 '디펜딩 챔피언' 인터 밀란의 2연패 여부 입니다.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옮긴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터 밀란은 무리뉴 감독의 지휘속에서 1965년 이후 4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습니다. 아울러 세리에A 5연패 및 코파 이탈리아를 석권하여 유로피언 트레블을 달성하는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의 전성시대를 이끄는 멋진 추억을 안기며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의 올 시즌 명암은 지난 시즌보다 어둡습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에서는 4차전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면서 조2위(2승1무1패, 골득실에서 토트넘에 1골 밀림)로 밀렸습니다. 다시 조1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지만 토트넘 원정에서의 무기력한 경기력을 놓고 보면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리에A에서는 2위(5승3무1패, 승점 18)를 기록중이지만 라치오(7승1무1패, 승점 22)의 고공질주를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세리에A에서는 5연패라는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우승 실패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 가능성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토트넘 원정, 베니테즈 감독 문제점 드러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성공한 팀은 없었습니다. '인터 밀란 라이벌' AC밀란이 1990년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이 마지막이며, 1992년 챔피언스리그가 정식 출범하면서 어느 누구도 두 번 연속 유럽 제패에 실패했습니다. 각각 2007/08시즌 및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FC 바르셀로나는 다음 시즌에 우승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2008/09시즌, 2009/10시즌 성적은 각각 준우승 및 4강 탈락 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2연패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올 시즌 인터 밀란 사령탑을 맡은 베니테즈 감독의 과제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 입니다. 발렌시아 사령탑 시절 2003/04시즌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 리버풀 사령탑 시절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통해 두 번의 유럽 대항전을 제패했던 경험이 있는 지도자입니다. 특히 2004/05시즌 결승전에서는 AC밀란을 상대로 '이스탄불의 기적'을 연출하며 '마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그때의 AC밀란전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 14일 맨유 원정 4-1 대승을 비롯한 믿기지 않는 명승부를 여럿 연출했습니다. 비록 전술에 대한 여론의 호불호가 심하지만 명장으로 분류되었던 지도자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장담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은 베니테즈 감독에게 있습니다. 토트넘 원정이 그 예 입니다. 인터 밀란은 지난 3차전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서 4-3으로 이겼음에도 베일에게 해트트릭 달성을 허용했습니다. 4차전 토트넘 원정에서는 베일 봉쇄에 주력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3차전에서 베일의 스피드를 막지 못했던 마이콘을 또 다시 '베일 봉쇄 카드'로 활용했습니다. 마이콘이 걷잡을 수 없는 경기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와의 협력 수비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사네티를 베일의 매치업 상대로 활용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결국, 인터 밀란은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했고 3~4차전에서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한 베일의 스타 탄생을 도와주는 꼴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베일의 실력이 호날두-메시와 동급인 것은 아닙니다. 인터 밀란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지 3일 뒤였던 에버턴전에서 네빌에게 철저히 봉쇄 당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맨유전에서는 '수비력이 약하기로 소문난' 하파엘에게 맥없이 무너져 토트넘의 0-2 완패를 부추겼습니다. 하파엘이 수비력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인터 밀란은 베일을 충분히 막을 능력이 있는 팀입니다. 그런데 베일에게 두 경기 연속 무너진 것은 마이콘의 내림세도 있지만, 그의 움직임을 대비하지 못한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 밀란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캄비아소-스탄코비치의 부상 공백을 아쉬워 할 것입니다. 하지만 토트넘 원정에서 더블 볼란치를 맡았던 사네티-문타리가 '토트넘의 약점인' 모드리치-허들스톤 라인에게 무너진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드리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허들스톤은 집중력이 부족한데다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럼에도 인터 밀란은 그들에게 허리싸움에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철벽수비를 과시하며 트레블을 이끈 루시우-사무엘 조합도 무기력 했습니다. 크라우치의 문전 쇄도를 여러차례 허용한 것 자체가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이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의 수비 조직력을 완성시킨 상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습니다. 포백 뿐만 아니라 스쿼드 전체가 수비시의 상황 대처력이 빨랐고 상대 파상 공세에 침착하게 대응하며 볼을 커팅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막강한 공격력까지 막아낼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하고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문제는 베니테즈 감독이 부임하면서 인터 밀란의 강점이었던 수비 조직력이 와해 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공교롭게도 베니테즈 감독이 리버풀 시절에 상대팀에게 발목이 잡혔을 때마다 거론되었던 문제가 바로 수비입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지역방어를 고수하다가 실점했던 사례가 빈번했죠. 16강 이후에 벌어지게 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베니테즈 감독의 수비 전술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인터 밀란은 예상치 못한 실점에 허우적 거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베니테즈 감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선수 관리 및 활용입니다. 마이콘의 기량 저하를 감안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거나 또는 높은 연봉을 원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새로운 동기부여를 제공했어야 합니다. 구단의 문제도 없지 않지만, 베니테즈 감독이 마이콘을 다독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밀리토 활용도 아쉽습니다. 인터 밀란의 트레블을 이끈 공격수는 밀리토였지만, 베니테즈 체제에서의 밀리토는 벤치 멤버입니다. 최전방과 2선을 활발히 오가며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때로는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 밀리토의 재능이 베니테즈 체제에서는 최전방에서 고정된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밀리토는 자신의 움직임을 넓히지 못한끝에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고 A매치 일본전 부상까지 겹쳐 에토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물론 베니테즈 감독은 올 시즌이 인터 밀란 사령탑을 맡는 첫번째 시즌이기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트레블 업적을 계속 이어가야하는 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인터 밀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서 로이 호지슨 리버풀 감독과 소모적인 설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베니테즈 감독이 그런 우려를 뒤로하고 올 시즌 인터 밀란의 유럽 제패를 이끌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한 클럽은 없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인터 밀란은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실패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