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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 떠난 벨라미-아일랜드가 안타깝다

 

'부자구단'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이적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제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맨시티는 빅4 진입 및 리그 우승을 위해 최근 세 시즌 동안 태국-사우디 자본을 유입하며 이적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았습니다. 잦은 영입 때문에 조직력이 미흡해진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스쿼드를 놓고 보면 '리그 최강'으로 꼽기에 손색 없습니다.

그런 맨시티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야야 투레-실바-보아텡-콜라로프-발로텔리-밀너 같은 주전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6명을 영입하는데 1억 2350만 파운드(약 2258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포르투갈 공격수 베베 영입에 740만 파운드(약 135억원) 지출한 것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스몰링-에르난데스는 각각 1월, 4월에 영입), 맨시티가 빅4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쏟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25인 로스터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 선수의 이적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6명의 이적생을 보강했다면 기존 선수들 중에 몇몇이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 희생양 중에서 대표적인 케이스가 크레이그 벨라미(31) 스티븐 아일랜드(24) 입니다. 벨라미는 지난 시즌까지 맨시티의 왼쪽 공격을 담당하며 특유의 저돌적인 파괴력을 선보였고 아일랜드는 지난 시즌 슬럼프에 빠졌지만 2008/09시즌에는 팀의 에이스 였습니다. 하지만 이적생들이 보강하면서 입지를 위협받은 끝에, 벨라미는 챔피언십리그(잉글랜드 2부리그)에 속한 카디프 시티로 1시즌 임대되었고 아일랜드는 애스턴 빌라로 이적했습니다.

맨시티를 떠난 벨라미와 아일랜드의 행보가 안타까운 이유는 다른 팀 같았으면 잔류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벨라미는 맨시티의 어엿한 주전 선수였고 아일랜드는 맨시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비록 벨라미가 악동 기질이 다분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아일랜드와 더불어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고 부지런했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달랐습니다. 이적시장이 개장하면 대형 선수 영입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의 입지가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호비뉴-산타 크루스-레스콧 같은 먹튀들을 양산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벨라미를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벨라미는 토트넘, 풀럼 같은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비롯해서 셀틱, 볼프스부르크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끝내 챔피언십리그로 떠났습니다. 웨일스 카디프 출생이기 때문에 자신의 고향에 속한 카디프 시티로 임대갔고 본인은 가족들과 함께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출중한 실력과 노련한 경험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의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벨라미의 선택을 존중해야 겠지만 챔피언십리그에서 뛰기에는 아까운 존재인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맨시티가 다비드 실바, 제임스 밀너 같은 왼쪽 윙어로 뛸 수 있는 미드필더들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벨라미는 팀을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맨시티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좋은 클럽에서 뛰는 동기부여적인 측면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벨라미는 그동안 이적이 잦았던 선수였기 때문에 맨시티에 정착할 필요가 있었고, 지난해 12월에는 언론의 이적설 속에서도 잔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선수였습니다. 그가 카디프 시티 임대를 택한 것은 가족의 영향도 있었지만 붙박이 주전 출전을 위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맨시티의 잦은 선수 영입이 결정타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또한 벨라미는 투혼을 쏟아내는 열정적인 경기력으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임펙트를 심어줬습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가 빅4 진입에 실패했지만, 빅4와 대등한 경기력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벨라미가 팀의 에이스인 카를로스 테베스와 더불어 공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맨시티의 공격 패턴을 보면 벨라미의 돌파력에 의해 물꼬를 트는 경우가 많았고, 그 흐름은 휴즈 체제와 만치니 체제에서 변함없이 지속 됐습니다.(만치니 감독과의 불화설은 거짓으로 판명) 그래서 맨시티의 벨라미 임대는 전력적인 손해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아일랜드의 애스턴 빌라 이적은 맨시티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이었습니다. 아일랜드는 2008/09시즌까지 팀의 중원에 없어선 안 될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지난 시즌 배리-데 용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올 시즌 야야 투레-밀너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팀 내 입지를 잃었습니다. 벨라미는 팀의 잦은 선수 영입에 못이겨 본인이 직접 카디프 시티 임대를 원했다면 아일랜드는 철저한 희생자입니다. 그것도 맨시티 유스 출신이자 2005/06시즌 부터 팀 전력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애스턴 빌라 이적이 아쉽게 됐습니다.

특히 아일랜드는 2008/09시즌 맨시티의 에이스로 뛰었던 선수였습니다. 호비뉴가 2009년 1월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아일랜드가 팀 공격을 짊어지게 됐고, 넓은 활동 폭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슈팅과 정교한 패싱력을 앞세워 맨시티 공격의 숨통을 트이게 했습니다. 그런 활약에 힘입어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선정 올해의 영플레이어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그래서 맨시티 현지 팬들은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본부석 2층에 'Ireland is Superman(아일랜드는 슈퍼맨이다)'는 걸게를 내걸며 아일랜드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과시했죠. 아일랜드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맨시티의 아일랜드 이적이 의미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잦은 선수 영입을 위해 유스 출신을 과감히 내쳤다는 점입니다. 맨시티의 유스 시스템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체계적이며 출중한 실력을 지닌 유스 선수들이 여럿 배출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다니엘 스터리지가 첼시로 떠났고 이제는 아일랜드마저 애스턴 빌라로 이적하는 바람에 1군에서 유스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졌습니다.(마이카 리차즈가 언제까지 팀에 남을 지 알 수 없게 됐죠.) 단기적인 전력 보강 측면에서는 당연한 현상일지 모르겠지만 퀄리티가 뛰어난 유스 시스템의 성과를 꽃피우지 못한 것은 오히려 맨시티에게 손해입니다. 아일랜드의 맨시티 이적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