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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의 '윤성효 매직', 전북을 제압했다

 

'푸른 날개' 수원 블루윙즈의 거침없는 날개짓이 K리그를 넘어 FA컵에서도 훨훨 타올랐습니다. 그 중심인 윤성효 감독은 수원 사령탑 부임 이후 9경기에서 7승1무1패의 성적을 거두면서 '윤성효 매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 했습니다.

수원은 18일 저녁 7시 30분 빅버드에서 열린 2010 FA컵 8강 전북전에서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36분 염기훈이 왼발 프리킥을 올린 것을 곽희주가 김상식의 마크를 뚫고 헤딩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후반 47분에는 염기훈이 역습 상황에서 골문 쪽으로 빠르게 질주하면서 전북 골키퍼 김민식과의 1대1 상황 끝에 추가골을 넣으며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전북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은 최근 8경기에서 2골 7도움의 오름세를 나타내며 수원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원이 전북을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우선, 수원의 전북전 승리는 윤성효 감독의 지략이 단기전에서 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격력을 놓고 보면 전북의 우세라고 할 수 있지만, 단기전은 상대 공격을 무너뜨리는 수비력 및 견제가 얼마만큼 효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 됩니다. 전북은 이동국-루이스-에닝요 같은 K리그 최정상급 공격 자원을 보유한데다, 로브렉-임상협-김승용-서정진 같은 출중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옵션들이 두루 포진한 팀이자 지난해 K리그 우승팀 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특징이 수원에게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원은 전북전에서 4-4-2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하강진이 골키퍼, 양상민-강민수-곽희주-리웨이펑이 수비수, 염기훈-김두현-조원희-박종진이 미드필더, 신영록-다카하라가 투톱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전반 20분이 넘은 이후에는 조원희가 홀딩맨을 맡으면서 염기훈-김두현-다카하라-박종진이 2선 미드필더를 형성하는 4-1-4-1로 변화했습니다. 신영록과 함께 최전방을 누비던 다카하라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중앙 압박을 강화하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카하라는 좌우 측면을 폭 넓게 움직이며 패스 플레이에 가담한데다 전방 압박까지 펼치면서 궂은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4-1-4-1의 단점은 김두현-조원희-다카하라 사이의 대각선 간격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돌파 유형의 상대 공격 옵션에게 빈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런데 수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두현-조원희-다카하라의 대각선 간격을 좁혀 루이스를 봉쇄했습니다. 김상식-강승조로 짜인 전북의 더블 볼란치가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어서지 못해 전방 옵션들의 활동 부담을 키워줬던 약점을 노린 것입니다. 전북이 김상식-강승조, 임상협-루이스-에닝요 사이의 간격 사이에서 수원 중원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패스가 약했던 것은, 김두현-다카하라의 수비 공헌도가 수원 전력에서 적지 않은 플러스가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카하라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축구팬들에게 뜻밖으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한때 일본 대표팀 부동의 타겟맨으로 맹활약을 펼친데다 포스트플레이를 강점으로 삼는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그 역할을 신영록이 해주기를 바랬습니다. 두 명의 타겟맨을 두기에는 서로의 활동 공간이 겹치는 부조화가 벌어지기 때문에 다카하라의 또 다른 장점을 팀 전력에 승화시키고자 했죠. 그래서 다카하라를 밑선으로 내려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교란하는 움직임을 주문하며 공격의 효율성을 저하 시켰습니다. 그래서 전북 미드필더들은 수원의 허리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끝내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일관합니다.

전북은 전반전에만 경고를 4장 받았고 파울 숫자에서 10-4(개)로 수원보다 더 많았습니다. 10개의 파울 중에 몇몇은 위험 지역에서 허용하면서 수원에게 프리킥 기회를 내줬고, 전반 36분 염기훈 프리킥에 이은 곽희주의 헤딩 결승골이 그 과정에서 터졌습니다. 그것도 다카하라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실점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에닝요는 고의적으로 리웨이펑의 얼굴을 밀쳤고, 전반이 끝나자 강민수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상대를 자극했습니다. 다행히 리웨이펑-강민수가 참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수원 수비의 철저한 견제를 이겨내지 못해 마인드컨트롤에 실패했기 때문에 평소 만큼의 전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겁니다. 또한 루이스는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수원이 깨끗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곽희주가 후반 35분 로브렉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는 바람에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전북 이었습니다. 11-10의 수적 우세를 활용하지 못하고 후반 41분 김상식이 다카하라의 뒷쪽에서 정강이를 걷어차면서 상대 선수가 쓰러지더니, 오른발로 다카하라의 오른팔을 찍었습니다. 팔을 밟은것에 대한 고의성을 떠나 뒤에서 정강이를 가격한 것은 경고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전에 경고가 누적된 것을 포함해서 결국 퇴장 당했습니다. 김상식 뿐만 아니라 손승준-임유환 까지 거친 모습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수원 수비의 물셀틈 없는 수비에 의해 거친 플레이로 스스로 자멸하면서 완패했습니다.

수원의 전북전 승리는 최강희 감독의 전술 미스까지 한 몫을 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강승조를 빼고 로브렉을 투입하면서 4-2-3-1에서 4-4-2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후반 32분 루이스를 빼고 심우연을 투입했는데, 최전방에 로브렉-이동국-심우연 같은 타겟맨들이 포진했고 에닝요-김형범이 측면 공격쪽으로 완전히 올라가면서 김상식의 수비 부담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윤성효 감독은 후반 39분 홍순학, 43분에 마르시오를 투입하여 중앙에서의 역습을 노렸습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상식이 퇴장당하면서 전북의 중원이 무너졌고, 염기훈이 후반 47분 중앙 역습 과정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에 의한 골을 넣으며 수원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무엇보다 염기훈의 1골 1도움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전반 36분 곽희주의 골을 프리킥으로 도우면서 상대의 기세를 무너뜨렸고, 후반 47분에 직접 골을 넣은 장면은 상대의 전술적 패착을 이용한 결과였습니다. 최근 8경기에서 2골 7도움을 기록하는 출중한 공격 포인트를 앞세우면서 수원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윤성효 감독 부임 이전까지 K리그에서 뚜렷한 에이스의 존재감 없이 어렵게 경기를 치렀던 행보와 비교하면 염기훈의 존재감이 수원에서 막중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부진을 이겨내겠다는 선수 본인의 각오와 윤성효 감독의 신뢰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뚜렷한 오름세를 달렸고, 그 힘이 수원의 부활 원동력으로 작용 했습니다. 수원이 전북을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