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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의 외질 영입, 카카에게 위기다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이 '월드컵 스타' 메수트 외질(22)을 영입하며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레알은 17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외질의 영입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얼마전 또 다른 월드컵 스타 사미 케디라를 영입했던 레알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외질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지난해 U-21 유럽 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2010년 성인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 중에 한 명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외질의 이적료는 레알과 베르더 브레멘의 합의에 의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옵션을 포함한 1500만 유로(약 230억원)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떠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하게 된 외질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레알은 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이미 조세 무리뉴 감독과 이야기 했으며 그는 나의 이적을 반가워했다"며 레알의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3위 도약을 이끈 플레이메이커로 인정받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 같은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차기 행선지는 레알로 결정됐습니다.

특히 레알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질을 비롯해서 디 마리아-레온-카날레스-케디라-카르발류를 영입한데다 '스페셜원' 무리뉴 감독까지 데려오면서 라이벌 바르사를 제압하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입니다. 두 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기 때문에 '바르사 2인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독 및 스쿼드 보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호날두-카카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를 비롯해서 여러 명의 대형 선수 영입을 통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쏟았으나 우승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올 시즌에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무엇보다 외질의 영입은 라파엘 판 더르 파르트의 방출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레알은 프리메라리가의 25인 로스터 룰에 따라 등번호가 1번부터 25번까지 규정되어 있는데, 이미 25명이 등번호를 배부 받았스니다. 그런데 외질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카카-판 더르 파르트-카날레스-그라네로와 포지션이 겹칩니다. 카날레스가 최근 프리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쳐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얻었고, 그라네로가 레알의 유스 출신이자 지난 시즌 두각을 떨친 선수임을 상기하면 판 더르 파르트가 팀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판 더르 파르트는 레알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부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카가 부상으로 신음했던 공백을 착실하게 메우며 팀 승리의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까지 불사를 정도로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전방쪽으로 패스를 공급하며 알론소-라스(=라사나 디아라)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공격 부담, 호날두-이과인 같은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안겼습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카날레스-그라네로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판 더르 파르트가 희생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외질의 등장은 카카에게 위기가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판 더르 파르트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끝이지만, 카카는 올 시즌에도 레알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질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최근 첼시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지만 왼쪽 무릎 부상으로 3~4개월 동안 휴식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레알의 외질 영입은 카카의 부상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지만, 또 하나의 의도는 카카의 입지를 압박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카카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호날두와 더불어 레알의 더블 에이스로 거듭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의 위치에 있었고, 지금의 리오넬 메시(바르사) 못지 않는 파괴력을 소유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선수였던 기대치가 있었죠. 하지만 세리에A 시절의 잦은 경기 출전에 따른 혹사 여파로 레알에서 잔 부상에 시달리면서 턴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고 유연성이 예전보다 떨어지면서 파괴력이 주춤했습니다. 그러더니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일관하며 레알 팬들의 야유를 받는 신세에 직면했습니다.

그런 카카에게 무리뉴 감독과의 만남은 반가운 시나리오 였을지 모릅니다. 무리뉴 감독은 데쿠(당시 FC 포르투)-프랭크 램퍼드(첼시)-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같은 역습에 출중한 공격형 미드필더를 선호했기 때문에 카카가 그 역할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AC밀란 시절 팀의 역습을 주도하며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짓거나 동료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했던 경험이 풍부하고 화려했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충분했죠.

하지만 카카는 부상을 숨기고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고 최근에 또 다시 부상 당하면서 레알에서의 입지가 불투명해진 상태입니다. 그동안 부상이 잦았음을 상기하면 정상적인 폼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외질이 레알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는 순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외질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혼자서 역습을 주도하면서 정교한 패스워크와 간결한 볼 터치로 공격을 전개하며 독일의 공격을 좌우했던 아우라를 내뿜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의 선호를 받기에 충분한 선수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2선 미드필더의 수비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외질을 붙박이 주전으로 세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단순한 네임벨류를 놓고 보면 외질이 카카보다 무게감이 가볍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기력, 앞으로의 잠재력 관점에서 바라보면 카카보다는 외질에게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카카가 부상에서 깨끗히 회복되면 외질과의 주전 경쟁에 제약을 받지 않을수도 있지만 문제는 AC밀란 시절에 비해 폼이 떨어졌습니다. 잦은 부상 여파로 파괴력이 떨어진데다 외질과 같은 팀으로 마주치게 된 현 시점에서는 붙박이 주전을 보장 받기가 어렵습니다. 과연 외질이 무리뉴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카카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울지, 아니면 카카가 명불허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외질에게 한 수 가르칠지 두 선수의 주전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