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새 시즌을 맞이하면서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맨유에서 어느 덧 6시즌을 보내는 박지성의 활약상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개막전은 맨유의 리그 첫 경기로써 박지성이 최상의 스타를 끊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박지성은 17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뉴캐슬전에 출격할 예정입니다. A매치 나이지리아전을 마치고 뉴캐슬전에 임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그리 최상이 아닐 것입니다. 지난 8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마치자마자 귀국길에 올라 최소 12시간 이상 비행기에 탑승하여 11일 나이지리아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다행히 맨유의 개막전이 다른 팀에 비해 1~2일 뒤에 치러지기 때문에 박지성의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우선, 맨유는 뉴캐슬과의 최근 15번 경기에서 12번을 승리했습니다. 뉴캐슬은 1972년 2월 이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승리하지 못한데다 16번의 맨유 원정에서 골을 터뜨린 경기는 9경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맨유의 우세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두 시즌 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렸던 뉴캐슬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1-1로 비겼습니다. 이번에는 뉴캐슬이 챔피언십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이후 첫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맨유가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맨유는 웨인 루니가 지난 11일 A매치 헝가리전 경기 도중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뉴캐슬전 출전이 불투명 합니다. 에이스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맨유는 지난 시즌 루니에 의지하는 공격력을 일관했기 때문에 뉴캐슬전에서 그 공백이 적잖을 것입니다. 하지만 루니가 지난 3월말 발목 부상에 따른 컨디션 저하 및 남아공 월드컵 부진까지 겹치면서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음을 상기하면 '새로운 루니'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등장해야 합니다. 부활을 꿈꾸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이적생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투톱은 앞으로 맨유 공격진영에서 몇 차례 보게 될 조합입니다. 현실적으로 루니를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투톱이 차선책이 됐습니다. 그동안 루니와 척척맞는 호흡을 과시했던 박지성에게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와 함께 어우러지는 공격 패턴을 그리며 상대 수비를 위협해야 합니다.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사이의 콤비 플레이도 중요하겠지만, 박지성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밸런스를 잘 잡아야 투톱이 빛날 수 있는 법입니다.
만약 루니가 결장하면, 에르난데스가 타겟맨에 포진하고 베르바토프가 쉐도우로서 경기 조율을 할 것입니다. 문제는 베르바토프가 상대의 견고한 압박에 흔들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볼을 끌면서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의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좌우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이 넓어져야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베르바토프에 대한 압박 부담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나니-발렌시아 같은 오른쪽 윙어들이 공격 포인트 및 패스 플레이에 초점을 맞출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박지성이 상대 수비를 윗선 혹은 측면 바깥으로 끌어내려 빈 공간을 창출해야 합니다.
물론 뉴캐슬은 엄연히 약팀이기 때문에 박지성보다는 나니-발렌시아 같은 공격 성향의 윙어들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나니는 지금까지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공격의 파괴력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더욱이 뉴캐슬전은 루니의 결장이 예상되는 경기입니다. 특정 공격 옵션의 파괴력에 의존하기보다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서로 합심해서 공격 루트를 개척하고 연계 플레이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른쪽에서 나니 또는 발렌시아가 공격에 치중하면 왼쪽에서는 박지성이 궂은 역할을 다하면서 좌우 공격 밸런스가 맞아야 합니다.
이러한 전술은 지난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두드러졌습니다. 박지성이 왼쪽에서 페레이라-미켈과 자주 맞부딪치며 두 선수의 종 방향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면서 오른쪽에 있던 발렌시아가 상대 공격 진영을 활발히 파고들며 애슐리 콜을 제압했습니다. 첼시의 오른쪽이 박지성에게 공략당하면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른쪽에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에 발렌시아가 동료 선수의 빠른 침투 패스를 받아 파괴력을 끌어올리며 상대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박지성이 첼시 선수들의 활동 패턴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발렌시아가 살아나고, 팀의 공격 분위기가 고조되는 결과로 이어져 맨유가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발렌시아와 달리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지 않았던 점을 아쉬워합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중용하는 이유는 맨유 공격 옵션 중에서 꾸준히 이타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이타적인 컨셉에 가장 부합되는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로써 뉴캐슬전에서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발렌시아-나니 같은 동료 공격 옵션들을 화려하게 빛낼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리그 개막전인 뉴캐슬전이 자신에게 중요한 이유는 올 시즌 맨유 공격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옵션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충분히 각인시켜야 앞으로 적극적으로 중용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이타적인 경기력에 치중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이기적인 공격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릴 것입니다. 활동 폭이 넓고 움직임이 부지런하기 때문에 상대 박스 안쪽으로 얼마든지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나이지리아전 출전에 따른 컨디션이 충분히 회복되었다면 공격 포인트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리그 개막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 올 시즌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할 수 있는 탄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과연 박지성이 뉴캐슬전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퍼거슨 감독에게 재입증하며 올 시즌 '상쾌한 출발'을 하게 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