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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이나 자책골' 리버풀vs아스날 승부처 돌아보기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끌었던 리버풀과 아스날의 시즌 개막전은 무승부로 끝났지만 엄청난 화제거리를 남겼습니다. 리버풀 골키퍼 호세 레이나가 경기 내내 신들린 선방을 과시했지만 종료 직전 자책골의 뼈아픈 실수를 범하며 팀의 승리를 날리고 말았습니다. 승리의 기대감에 젖었던 리버풀 팬들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줬다면, 타팀 축구팬들에게는 유쾌한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리버풀과 아스날은 16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분 다비드 은고그가 아크 오른쪽에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토마스 베르마엘렌을 따돌리고 과감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레이나가 아스날의 슈팅을 여러차례 선방하며 리버풀의 승리가 가까워지는 듯 했지만, 후반 45분 레이나가 토마스 로시츠키의 크로스가 골문으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마루앙 샤막과 공중볼을 다투다 공을 놓치는 바람에 자책골을 허용했습니다.

이로써, 리버풀과 아스날은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올 시즌 첫 승 기회를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습니다. 특히 리버풀은 아스날과의 최근 7번 리그 경기를 치르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경기 흐름에서 아스날을 제압했지만 레이나의 막판 실수 때문에 승리 일보 직전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습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알무니아의 예능감(?), 레이나는 '예능의 정석'(!)

축구에서는 아무리 선수들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골키퍼가 불안하면 경기에서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골키퍼는 열 번 잘해도 한 번 실수하면 사람들의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대표격에 속하는 골키퍼가 아스날의 알무니아 였습니다. 알무니아는 그동안 불안한 선방을 일관하며 팀 전력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지난 4월 28일 버밍엄 시티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손으로 펀칭했던 공이 골망을 흔든것을 비롯하여 위치선정 및 판단미스 등에 이르기까지 주전 골키퍼에 걸맞지 못한 클래스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알무니아는 팬들에게 '예능감만 자랑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레이나는 알무니아에 비해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슈퍼 세이브가 많았기 때문에 예능감이 과소평가(?)를 받았지만, 실점 상황에서 실수가 여럿 속출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때 더블 클러치에 의한 실점은 알무니아의 선방 미스 장면과 비교 될 정도였죠. 그리고 레이나는 알무니아와의 정면 대결 끝에 '예능의 정석'으로 거듭났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로시츠키의 크로스가 올라올 때 샤막과 공중볼을 다투다가 공이 골 포스트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레이나가 그 공을 손으로 잡으려다 놓쳤던 것이 골망을 출렁이고 말았습니다. 공을 잡으려했던 방향이 '하필이면' 골망 안쪽이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내내 선방 쇼를 펼치고도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레이나의 안타까운 표정은 많은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게 될 것입니다.

2. 1골 넣었지만 답답했던 은고그vs더 답답했던 샤막

리버풀과 아스날의 원톱은 토레스-판 페르시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에 따른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 명단에 제외 됐습니다. 그래서 '토레스의 백업'인 은고그, '이적생' 샤막이 원톱에 배치 되었고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는 승부처로 작용했습니다. 경기 내용상으로는 두 선수 모두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공격수는 골로 증명하는 법입니다. 은고그는 후반 1분 아크 오른쪽에서 마스체라노의 스루 패스를 받자마자 과감한 오른발슛으로 선제골을 넣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지 못해 토레스의 존재감을 잔뜩 키우고 말았지만, 골 생산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시즌 첫 경기에서 털어 놓으며 올 시즌의 화려한 비상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샤막은 아스날의 새로운 공격 아이콘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경기 내내 동료 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위치선정 및 동선, 부분 전술에 의한 연계 플레이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동료 선수들이 박스 부근에서 패스 플레이를 펼칠 때 골문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해줬어야 하는데, 오히려 측면쪽으로 빠지면서 아르샤빈-나스리와 활동 반경이 겹치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아스날이 많은 슈팅 속에서도 박스 안에서의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골문에서는 스크르텔-캐러거의 협력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임펙트를 키우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3. 제라드-마스체라노-카위트의 '미친 존재감', 아스날 MF 제압

점유율에서는 아스날이 경기 내내 우세를 점하며 공격 분위기를 쉽게 가져갔지만 오히려 공을 돌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리버풀의 중원이 든든하게 구축되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제라드-마스체라노를 더블 볼란치로 활용하면서 카위트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중원에서의 압박 강도를 높여 '파브레가스가 빠진' 아스날 미드필더진을 괴롭혔습니다. 제라드-마스체라노가 상대의 공격 패턴을 빠르게 판단하여 일정한 횡 간격을 두고 압박을 펼치면서 윌셔를 봉쇄했고, 에부에의 돌파를 저지하며 아스날의 중앙 공격을 무너뜨렸습니다. 아스날이 나스리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죠.

특히 카위트의 기동력이 경이로웠습니다. 수비시에는 제라드-마스체라노와 함께 압박을 펼치면서 후방으로 깊게 포진했다면 공격 상황에서는 재빠르게 전방으로 올라가 패스 플레이에 관여했습니다. 패스 정확도가 59.4%(37개 시도 22개 성공)에 그쳤던 아쉬움이 있지만 활동량에서는 경기 출전 선수 중에서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18개의 태클을 시도했는데 제라드(9개) 마스체라노(7개)보다 더 많았으며 두 선수에 못지않는 적극적인 압박을 펼쳐 리버풀의 수비 밸런스를 견고하게 키웠습니다. 아스날 미드필더진을 제압한 제라드-마스체라노-카위트의 '미친 존재감'이 레이나의 실수에 의해 승리로 귀결되지 못한 것이 리버풀에게 아쉬운 대목입니다.

4. 요바노비치-조 콜, 두 이적생의 엇갈린 명암

올 시즌 리버풀의 빅4 재진입을 좌우할 결정적 키워드는 요바노비치-조 콜 같은 이적생들의 활약 여부입니다. 두 선수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리면서 리버풀이 이적료없이 영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전은 두 선수의 공식 데뷔전으로서 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요바노비치는 65분 동안 11개의 패스, 조 콜은 45분 동안 8개의 패스를 연결할 정도로(각각 8개, 7개 성공) 동료 선수와의 볼 배급이 활발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의 관점을 놓고 보면 명암이 서로 엇갈렸습니다.

요바노비치는 왼쪽 측면에서 경쾌한 드리블을 앞세워 공격의 물꼬를 트며 아스날의 오른쪽 수비를 적극 공략했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움직임이 날카로웠고 안정된 볼 키핑력이 빛을 발하면서 팀 공격력에 묵직함을 더했습니다. 반면 조 콜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소극적인 패스를 일관하며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의 전방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죠. 전반 45분 코시엘니에게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 당하며 데뷔전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5. 아스날의 로시츠키 교체 투입은 성공적

벵거 감독은 0-1로 뒤진 후반 13분 윌셔-에부에를 빼고 로시츠키-월컷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꺼냈습니다. 제라드-마스체라노-카위트에게 봉쇄당한 경기 흐름을 뒤집기 위해 두 명의 조커를 투입했죠. 특히 로시츠키의 공격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특유의 빠른 패스 타이밍과 송곳같은 정확도를 앞세워 척척 패스를 연결하며 리버풀 중원 뒷 공간을 쉴세없이 공략했습니다. 그것도 좌우 측면 및 하프라인, 박스 바깥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팀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했고 아스날이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36개의 패스 중에 34개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순도높은 볼 배급에 이르기까지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로시츠키는 잦은 부상 여파 때문에 풀타임 출전하기에는 체력 소모가 큽니다. 그래서 리버풀전에서는 벤치에서 대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운영에서는 윌셔-에부에-디아비보다 더욱 노련한 선수였고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 역량을 조커로서 힘껏 쏟으면서 경기 흐름을 반전시켰고, 경기 종료 직전 레이나의 실수를 유도하는 크로스를 올리며 아스날에게 승점 1점을 안겨주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만약 아르샤빈-샤막이 경기 내내 분전했다면 아스날이 역전승을 거두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비록 파브레가스는 결장했지만 그 공백이 후반 중반부터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로시츠키가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vs아스날, 스카이스포츠 평점-

리버풀(4-2-3-1) : 레이나(5)/아게르(7)-스크르텔(7)-캐러거(8)-존슨(8)/제라드(8)-마스체라노(9)/요바노비치(6)-조 콜(5)-카위트(7)/은고그(7)/교체 : 막시-토레스-루카스(이상 6)

아스날(4-3-3) : 알무니아(5)/클리시(7)-베르마엘렌(7)-코시엘니(7)-사냐(6)/디아비(6)-윌셔(5)-에부에(5)/아르샤빈(6)-샤막(6)-나스리(8)/교체 : 월컷-판 페르시(이상 6) 로시츠키(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