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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혼다의 차기 행선지, AC밀란 or 아스날

 

일본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의 차기 행선지가 AC밀란 또는 아스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세비아전 및 남아공 월드컵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면서 빅 클럽들의 영입 공세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모스크바에서 포지션 변경 문제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어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우선, 혼다는 지금까지의 이적설이 다소 부풀려진 것은 사실입니다. 맨유, 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을 비롯해서 AC밀란,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도르트문트, 마르세유에 사우디 진출설까지 거론되면서 세계 톱 클래스 선수 보다 더욱 광범위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단발성으로 끝난 이적설은 사실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거론되었던 이적설은 신빙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장 크게 언급되는 팀이 바로 AC밀란 입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골닷컴 '영문판'>은 23일(이하 현지시간) "AC밀란이 모스크바의 혼다 영입을 위해 1090만 파운드(약 200억원)을 제시했다. 모스크바가 1250만 파운드(약 230억원)을 요구했다"며 혼다의 AC밀란 이적설을 거론했습니다. 이어 AC밀란 관계자의 발언을 덧붙여 "혼다가 파투와 호나우지뉴와 함께 뛰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보도했습니다. AC밀란은 지난 7월 초 혼다 영입을 위해 840만 파운드(약 154억원)를 제시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에 이적료를 더 올렸습니다.

AC밀란이 혼다를 원하는 이유는 마케팅 차원에 의한 영입 가능성이 큽니다. AC밀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AC밀란의 구단주를 맡고 있음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여름 카카를 레알 마드리드에 보내고 말았습니다. 2008년 호나우지뉴 영입 과정에서는 '마케팅 차원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추측까지 제기 되었을 정도로 재정이 건실하지 못합니다. 물론 마케팅에 의한 영입은 팀의 우승을 보장하지 않지만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플러스 알파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AC밀란이 혼다를 영입하면 일본 자본을 얻으며 재정을 키우고 더 나아가 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합니다. 일본 업체와의 스폰서 계약 및 방송 중계권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일본인 관광객까지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유명 스타가 유럽에 진출하면 관광 코스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페루자-AS로마 등에서 뛰었던 나카타 히데토시, 페예노르트에서 활약했던 오노 신지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혼다는 일본 내에서 상품성이 크며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인지도를 키웠기 때문에 AC밀란의 마케팅 사업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케팅 영입의 단점은 선수가 철저히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선수가 벤치를 계속 지키면 자신의 가치와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으며 구단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AC밀란이 혼다를 영입하려는 것은 전력적인 기대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 내 스쿼드가 아직까지 노령화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고 미드필더는 여전히 '30대 노장' 피를로-암브로시니가 중심입니다. 호나우지뉴-보리엘로-파투로 짜인 3톱은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백업 공격수 훈텔라르는 이적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물론 혼다는 AC밀란의 베스트11에 포함되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톱을 소화했지만 견고한 수비력이 특징인 세리에A에서 최전방을 짊어지기에는 파워 및 공간 활용이 부족합니다. 윙 포워드로서 호나우지뉴-파투의 백업 멤버로서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적지 않을 것이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피를로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혼다는 피를로처럼 공격을 이끄는 유형이 아닌 전방을 치고드는 성향이고, AC밀란이 몇 년 동안 피를로의 공격 조율 및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통해 전력의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에 혼다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에는 버거운 느낌이 있습니다.

혼다는 AC밀란의 오른쪽 미드필더인 플라미니의 경쟁자로 부각 될 수 있습니다. 중앙보다는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 및 간결한 패싱력을 통해 자신의 이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라미니는 왼쪽 미드필더 암브로시니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역할을 소화합니다. 알레그리 신임 감독은 4-3-1-2의 공격 축구를 선호하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암브로시니-플라미니가 적극적으로 밑선에 내려와야 합니다. 혼다는 모스크바 및 일본 대표팀에서 수비 가담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켰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AC밀란에서 적극적인 수비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또한 혼다는 AC밀란과 함께 아스날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을 현지에서 직접 관전하면서 혼다를 '천재'라고 치켜 세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스날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고 지난 23일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 <이타스포트프레스>는 "아스날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떠나는 것에 대비해 혼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혼다의 아스날 이적설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에두아르두가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로 떠난 것이 혼다의 행보에 변수로 작용합니다. 에두아르두는 2008년 2월 버밍엄 시티전에서 치명적인 발목 부상으로 1년 동안 쉬었던 후유증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잉글랜드를 떠났습니다. 벵거 감독은 볼턴에서 임대 복귀한 왼쪽 윙 포워드 윌셔를 키우기로 결심했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윌셔가 프리시즌에서 벵거 감독을 흡족시키지 못하면 또 다른 윙 포워드 자원이 들어올 수 있으며 혼다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혼다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가능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팀의 공격 과정을 따라오지 못해 연계 플레이가 취약하며 지구력이 의심됩니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그나마 피지컬이 좋은 선수로 꼽히지만 거친 수비수들을 상대로 맨 마킹에 의한 견제 및 공간 압박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른 공격 템포 및 활발한 공격 전환, 공수 양면에 걸친 투쟁심과 배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혼다의 적응 성공을 속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을 흡족시켰다는 점은 의미 심장합니다. 과연 혼다의 차기 행선지가 어떤 팀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 과연 혼다의 차기 행선지가 어떤 팀으로 귀결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