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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파브레가스 떠나면 4-4-2 전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의 여름 이적시장 최대의 목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잔류 입니다. 이적시장은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을 하는 시기지만 아스날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동안 파브레가스의 공격력에 의지했고 그의 공백을 완전히 해결 할 대체 자원이 없기 때문에 잔류시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만약 파브레가스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로 떠나면 아스날의 다음 시즌 전망이 어려울 것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지난 25일 잉글랜드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 아스날에 잔류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벵거 감독과의 전화 통화에서 바르사로 떠나는 의사를 전했더니 현지 인터뷰에서도 '아스날에 잔류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파브레가스는 "나는 월드컵에 집중할 것이다. 이적 문제는 아스날에 달려 있다"며 아스날의 의사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파브레가스 잔류를 거듭 밝히고 있어 선수가 이를 수긍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파브레가스의 바르사 이적 타이밍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아스날에서는 독보적인 에이스로 뛰었지만 바르사에서는 벤치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바르사는 사비-이니에스타 같은 지난해 발롱도르 3~4위를 기록했던 선수들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습니다.(파브레가스 12위) 이니에스타의 왼쪽 윙 포워드 전환 가능성이 있으나, 바르사가 그 자리에 페드로를 키우는 데다 얼마전 영입했던 다비드 비야를 왼쪽으로 세울 수도 있습니다. 파브레가스는 유년 시절 자신이 몸 담았던 바르사에서 뛰기를 간절히 염원했지만, 사비-이네에스타가 건재한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스날에서 어떠한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고 바르사로 이적하는 것은 매끄럽지 못한 이별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해 맨유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두 시즌 연속 결승 진출의 결과물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비야는 올 시즌 발렌시아의 프리메라리가 3위(바르사-레알 빼면 1위) 및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파브레가스는 팀의 성적 향상을 짊어지는 에이스임에도 아스날을 우승시키지 못했습니다. 아스날을 떠나고 싶다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우승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이적시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파브레가스를 잔류시키면 언론으로 부터 '파브레가스 바르사 이적설'에 줄기차게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파브레가스의 충성심이 의심되는 만큼, 선수의 태업 및 팀 워크 분열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파브레가스는 팀의 주장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입장에 있습니다. '몇몇' 선수들이 그를 곱게 바라볼지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잡음을 해소하려면 파브레가스를 바르사에 넘기고 두둑한 이적료를 챙겨 부채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 문제로 2032년까지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스날이 파브레가스를 이적시키면 대대적인 전술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올 시즌 파브레가스를 아보우 디아비와 함께 4-3-3의 더블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 시켰는데, 파브레가스가 떠나면 디아비의 파트너로 세울 공격 지휘자가 없습니다. 사미르 나스리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파브레가스와 나스리는 서로 다른 컨셉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과감히 파고들어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했지만, 나스리는 횡적인 움직임 및 횡패스를 통해 공격을 전개하며 패스를 돌리는 성향입니다.

문제는 나스리가 옆쪽에 의존하는 공격 패턴을 일관하면서 아스날의 공격이 단조로워지고 좌우 윙 포워드의 활동량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아스날을 상대하는 팀에게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며 골을 넣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15일 토트넘전 패배였습니다. 아스날이 1999년 이후 토트넘과의 프리미어리그 20경기 연속 무패(11승9무)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던 원인은 나스리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 실패였습니다. 벵거 감독이 프랑스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나스리를 윙 포워드로 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을 포함 5시즌 연속 무관에 그쳤으며 우승을 위해 다음 시즌을 위한 전술 변화를 노릴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루앙 샤막의 영입 이었습니다. 샤막은 프랑스리그 보르도의 4-2-3-1에서 원톱 공격수를 소화했으며 공중볼 처리 및 박스 안에서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강한 타겟맨입니다. 2008/09시즌에 넣은 13골 중에 9골이 헤딩골 이었습니다. 판 페르시-벤트너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백업 멤버라고 할 수 있지만 주전으로 활약할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샤막의 타겟 역량을 통해 판 페르시의 조율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죠. 판 페르시는 본인이 측면에서 뛰기 싫어하기 때문에 중앙에 있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다음 시즌 4-4-2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앙 공격수로 쓸 수 있는 선수만 3명(판 페르시, 샤막, 벤트너)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벤트너는 올 시즌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앞날을 위해 타겟맨으로 성장해야 할 선수입니다. 아스날은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구단이기 때문에 다음 시즌 벤트너가 중앙에서 활발히 배치 될 것입니다. 왼쪽 윙 포워드였던 안드리 아르샤빈의 올 시즌 폼이 전반적으로 기복이 있었고 충성심에 결함이 생기면서 다음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믿고 쓰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샤막은 판 페르시-벤트너보다 낮은 네임벨류 때문에 축구팬들에게 과소평가 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샤막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에서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보르도의 프랑스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공헌하면서(프랑스 클럽 치고는 대단한 성과) 프랑스리그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는데 판 페르시-벤트너를 자극 시킬 새로운 경쟁 자원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판 페르시-샤막-벤트너를 함께 활용하려면 4-4-2를 통한 로테이션이 4-3-3보다 더 유리합니다.

그리고 아스날의 4-4-2 전환은 파브레가스의 이적 대안입니다. 파브레가스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키려면 4-3-3이 최적이지만, 그가 떠나면 오히려 4-3-3이 불안 요소 입니다. 나스리에게 파브레가스 역할을 그대로 맞기기에는 공격 전술이 단조로워지고, 파브레가스의 대체자로 수준급 공격형 미드필더를 영입하더라도 아스날의 패스 게임 및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할지는 의문입니다. 4-4-2를 통해 투톱 공격력을 최대화 시키고 미드필더들이 최전방을 지원하는 구조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데니스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가 존재했던 시절처럼 말입니다.

만약 아스날이 4-4-2로 전환하면 왼쪽 측면에 나스리-로시츠키, 오른쪽 측면에 아르샤빈-월컷-에부에를 활용할 것입니다. 물론 나스리-로시츠키-아르샤빈은 좌우 측면 활용이 모두 가능하며 아르샤빈의 원 포지션은 오른쪽 윙어 였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디아비-송 빌롱을 맡길 텐데, 다른 빅 클럽의 중원에 비하면 무게감이 약합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이 지금까지 두 선수를 믿고 키웠던 의중을 고려하면 오히려 두 선수를 또 믿고 키울 것입니다. 데니우손은 몰라도, 두 선수는 올 시즌에 확실한 발전을 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송 빌롱의 백업 홀딩맨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파브레가스의 이적은 아스날의 4-4-2 전환에 무게감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