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1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허정무호는 에콰도르전에서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가진 뒤 오는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일본과의 평가전을 갖습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험준한 알프스 산맥으로 이동해 오는 30일 벨로루시전, 다음달 3일 스페인전을 통해 남아공과 똑같은 시차에 고지대까지 적응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그래서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전까지의 A매치 4연전은 16강 진출을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4연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허정무호의 월드컵 본선 행보가 가려질 수 있습니다. 히딩크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에 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유럽팀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끝에 4강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반면 아드보카트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에 가진 평가전에서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끝에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허정무호가 치를 A매치 4연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최종 엔트리 23인, 최고의 옥석 가릴 때
오는 16일 에콰도르전은 최종 엔트리 23인을 가려내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래서 예비 엔트리 30인을 가려내기 위해 몇몇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백업 멤버들을 대거 기용하여 옥석을 가려낼 것으로 보입니다. 에콰도르전에서 백업 멤버의 경기력 및 컨디션을 점검하고 본선에서 활용하게 될 전술에 어울리느냐 여부에 따라 최종 엔트리 23인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소속팀에서 벤치를 지킨 끝에 허정무호에 합류한 기성용-차두리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허정무호 최종 엔트리 경쟁은 4가지로 압축됩니다. 강민수-김형일-황재원이 센터백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 조원희-신형민-구자철이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것, 김치우-염기훈-이승렬-김보경이 왼쪽 윙어이자 박지성 백업 멤버로서 경쟁하는 구도, 남은 공격수 한 자리인 이근호-염기훈-이승렬의 경쟁이 에콰도르전에서 마침표를 찍을 전망입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에콰도르전에서 허심을 사로잡아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할지 주목됩니다.
평가전의 최대 고비는 일본-스페인전
에콰도르전이 옥석 가리기, 벨로루시전이 남아공 시차 및 고지대에 적응하기 위한 무대라면 일본전과 스페인전은 허정무호 평가전의 최대 고비로 작용합니다. 두 경기에서 패하면 사기가 저하된 상태에서 남아공에 입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전에서는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라이벌전인데다, 일본이 '한국을 이기면 4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단'는 마음으로 평가전에 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격렬한 경기가 예상됩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둔 중국전에서 황선홍이 부상당했던 충격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허정무 감독의 적절한 선수 기용 및 체력 안배가 중요합니다.
스페인은 강력한 월드컵 우승후보로서 한국의 전력 열세가 우려됩니다. 만약 졸전 끝에 패하면 그 다음 경기인 그리스와의 본선 1차전에 대한 전력 구상이 어려워집니다. 한국은 4년 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수비 불안끝에 패한 바람에 토고와의 전반전에서 3백으로 변경했으나 선제골을 허용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강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야 스페인전에서 긍정적인 이득을 얻고 남아공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전은 남아공 월드컵을 위한 최종 모의고사이기 때문에 과제를 남기기보다는 본선 전투력 상승에 초점을 모아야 합니다.
양박-쌍용의 폼이 올라올까?
허정무호의 문제점은 핵심 자원과 비핵심 자원의 전력 격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핵심 자원은 '양박' 박지성-박주영, '쌍용' 기성용-이청용으로 불리는 선수들인데, 네 명의 존재 여부에 따라 허정무호의 경기력이 좌우 됩니다. 문제는 4명의 선수가 최근 소속팀에서 부상 및 경기력 저하의 이유로 폼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박지성과 박주영은 각각 발목-허벅지 부상을 당했으며, 기성용은 수비력 부족으로 8경기 연속 결장했고 이청용은 체력 저하로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래서 네 명의 선수가 평가전 4연전을 통해 컨디션을 되찾아야 합니다.
조직력 강화 차원이라면 네 명의 선수를 평가전 4연전에 모두 기용하여 전술적인 틀을 다져야 합니다. 하지만 박지성-박주영-이청용은 유럽에서 한 시즌을 소화했기 때문에 피로도가 쌓였습니다. 박지성은 한달 동안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에 두 선수 보다 피로가 심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대표팀 차출 여파로 컨디션이 나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4명의 선수를 무리시키지 않고 적절한 훈련 스케줄로 최고의 몸 상태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박주영은 재활이 필요하며, 박지성-이청용은 무리한 출전이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허정무호 부동의 No.1 골키퍼는?
허정무호가 지난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2-0 완승을 거둘때까지만 하더라도 골키퍼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에서 줄곧 주전 골키퍼를 맡았던 이운재가 최근 K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를 펼치면서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행보가 우려되는 상태입니다. 이운재는 순발력 및 집중력 저하, 판단력 미스, 킥력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입니다. 올해 37세이기 때문에 노쇠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믿고 기용하기에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 최인영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최인영 대신에 교체 투입한 선수가 이운재입니다.
그래서 허정무호는 평가전 4연전을 통해 본선에서 믿고 쓸 수 있는 부동의 No.1 골키퍼를 가려내야 합니다. 이름값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재의 컨디션 및 폼을 통해 최적의 골키퍼를 결정해야 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이운재와 김병지를 한 경기씩 저울질하며 두 선수의 경쟁을 유도한 끝에 이운재가 본선에서 신들린 선방을 과시했습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은 이운재-김영광-정성룡을 공평한 시선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김영광-정성룡은 그동안 No.1 골키퍼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펼쳤던 만큼, 평가전에서 실전 투입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정무호 센터백, 수비 역량 향상될까?
월드컵 같은 단기간의 경기에서는 골 넣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수비가 튼튼해야 합니다. 문제는 허정무호 수비수들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1월 잠비아전 2-4 패배, 2월 중국전 0-3 완패를 당했으나 3월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세계 최고의 타겟맨 디디에 드록바 봉쇄에 성공하여 2-0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수비 집중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수비수들의 문제점은 경기를 90분 동안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며 그 과정에서 집중력이 흔들리는 허점을 드러냅니다. 세계적인 수비수들이 90분 동안 투철한 수비력을 일관하며 뒷문을 튼튼히 지키는 것과 다른 폼입니다.
문제점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한 박자 늦는 커버 플레이 및 대인마크 실수 때문에 문전으로 빠르게 쇄도하는 상대팀 공격수에 약한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강민수가 수원에서의 부진으로 팀의 꼴찌 추락 책임을 안게 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강민수의 남아공행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지만, 다른 한국 센터백들도 똑같은 문제점을 짊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평가전 4연전에서는 수비 조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호흡을 가다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수비가 완성되지 않으면 본선에서의 행보가 어려워지는 만큼, 센터백들의 호흡이 무르익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