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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공격형 MF 변신, 맨유 승리 원인

 

'산소 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산 시로 원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팀의 귀중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진의 핵심인 안드레아 피를로의 발을 묶는 압박과 정확한 패싱력, 넓은 활동량, 그리고 상대 수비진의 기세를 무너뜨리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펼쳤습니다.

박지성은 17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에서 열린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C밀란전에 풀타임 선발 출전하여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맨유는 전반 3분 호나우지뉴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36분 폴 스콜스의 동점골로 따라잡았고 후반 22분과 29분 웨인 루니의 헤딩골을 앞세워 3-1로 달아났습니다. 후반 40분 클라렌스 시도르프에게 추격골을 내준것을 비롯 경기 막판 마이클 캐릭의 퇴장 속에서도 끝까지 리드를 지켰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AC밀란전 3-2 승리로 그동안 4전 4패로 고전했던 산 시로 징크스를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울러 박지성은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활동거리(12.113km)를 기록하며 산소탱크의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루니와 척척맞는 호흡을 과시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적시적소에 맞는 종 패스를 통해 상대 미드필더진을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맨유의 AC밀란 원정 승리는 박지성을 왼쪽 윙어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AC밀란전 맹활약이 돋보였다

박지성은 맨유의 4-3-1-2 포메이션에서 1에 해당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습니다. 경기 시작 후 50초 뒤에 하프라인 중앙에서 상대 공격 연결을 끊으며 전방쪽에 있던 루니에게 정확한 종 패스를 연결했고 1분 뒤에는 중앙에서 왼쪽으로 위치를 옮기며 역습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맨유가 3분 호나우지뉴에게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박지성은 중앙을 기반으로 오른쪽 침투를 통한 공격 기회를 노렸며 나니와의 횡 간격을 좁히는데 주력했습니다. 11분에는 나니와 정확한 2대1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왼쪽 공간을 공략했습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경기 초반부터 중앙을 맡고 있는 것이 생소합니다. 지금까지 측면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중앙 배치가 다소 어색할 수 있죠. 이것은 퍼거슨 감독이 상대 미드필더 공격의 젖줄인 피를로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박지성의 수비적인 역량을 변칙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맨유가 수비에 임할 때 피를로를 근접 마크하여 상대의 공격 길목 봉쇄에 주력했습니다. 공격 전환 시에는 직접 후방으로 내려와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했고 활동 반경이 중앙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박지성이 피를로를 근접 마크하는 움직임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상대 포백에서 피를로쪽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평소처럼 활발하지 못했는데 박지성이 그 사이의 공간에서 피를로를 전방 압박하고 길목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영민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박지성의 수비력이 맨유의 경기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AC밀란이 피를로가 아닌 암브로시니-호나우지뉴로 이어지는 왼쪽 공격을 즐겨 구사하면서 맨유의 오른쪽 공간이 뚫리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파엘이 호나우지뉴의 움직임을 놓치면서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커졌고 경기의 전세가 AC밀란쪽으로 기울어 졌습니다.

맨유가 AC밀란에게 경기 흐름에서 밀렸던 것은 결국 박지성의 발끝을 시작으로 만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은 36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실바쪽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자세를 취했으나 오른쪽에서 전방 침투하던 플래처쪽으로 패스를 내줬습니다. 그래서 플래처가 문전쪽으로 크로스 올린것을 스콜스가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박지성의 패스를 기반으로 동점골을 넣은 맨유의 플레이는 루니-나니의 부진을 극복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박지성은 전반전에 81%(16개 시도 13개 성공)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84%의 캐릭(31개 시도 26개 성공) 69%의 스콜스(29개 시도 20개 성공) 73%의 플래처(30개 시도 22개 성공)보다 패스 시도가 활발하지 못했지만 캐릭과 더불어 효율적 이었습니다. 맨유의 투톱으로 출전했던 루니와 나니는 각각 50%(8개 시도 4개 성공) 38%(16개 시도 6개 성공)에 그쳐 비효율적인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여기에 박지성은 전반전에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5.99km를 뛰면서 가장 왕성한 활동량을 발휘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의 공격력이 맨유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 중에서 가장 좋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맹활약 속에서도 맨유 공격은 전반전에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첫째는 미드필더들끼리 횡패스 연결이 잦아지면서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 시간을 벌어줬고 특히 스콜스를 포함해 에반스-퍼디난드가 부정확한 패스를 연발하며 상대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번째는 루니와 함께 최전방을 맡았던 나니의 위치선정이 불안했고 예전처럼 공을 끌거나 부정확한 크로스를 일관하며 팀 공격이 끊어지는 문제점을 노출 했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최전방에서 고립되었고 맨유의 공격 파괴력이 약해졌습니다.

박지성의 진가, 후반전에도 빛을 발했다

박지성은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 벤치로 다가가 퍼거슨 감독의 작전 지시를 들었습니다. 후반전을 앞두고 퍼거슨 감독의 작전 지시를 별도로 받았다는 것은 맨유의 승부수가 박지성에게 달렸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후반 초반부터 최전방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상대 포백을 두드렸습니다. 5분 오른쪽 측면에서 피를로와 맞닥드려 공을 잡을때는 자신의 근처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나니쪽으로 정확하게 공을 밀어줬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부정확한 전진패스를 연결하면서 박지성의 패스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후반 8분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 직접 공을 잡아 맨유의 역습을 전개한 뒤 왼쪽에 있던 루니에게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루니-나니가 최전방으로 올라올 때는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가 공격 밸런스를 구축하는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1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나니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아 팀의 공격 마무리를 높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이것은 박지성이 맨유의 공격 연결 고리 역할이 후반전에 들어서 적극적인 성향이 두드러졌음을 말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주문한 것은 바로 적극성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활약에 맨유는 AC밀란 문전에서 몇 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루니가 실바-네스타와의 압박에서 막혔고 나니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던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지만, 박지성이 상대 수비를 파고드는 종적인 움직임을 즐겨 구사하면서 루니에게 공이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17분에는 박지성이 하프라인에서 루니와 함께 2대1 패스를 주고받아 직접 역습을 전개했고, 이 장면이 상대 미드필더들의 허를 찔러 루니의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루니와 나니의 호흡은 안맞았지만, 루니와 박지성의 호흡은 시간이 흐를수록 척척 맞았습니다. 그 흐름은 루니가 22분과 29분에 두 번의 헤딩골을 작렬하는 자신감으로 직결 됐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18분에 발렌시아가 교체 투입한 이후부터 루니와 함께 투톱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플래처와 발렌시아가 좌우 윙어를 맡으면서 박지성이 투톱 공격수로 활약하게 된 것이죠. 그런 박지성은 상대 수비의 시선을 윗쪽으로 끌어 당기는 움직임을 취하며 네스타의 집중력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래서 루니가 두 번씩이나 헤딩골을 넣는 과정이 간결했습니다. 29분 이후에는 팀이 4-2-3-1로 포메이션을 바꾸면서 다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공격 연결 고리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잊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수비에 집중하면서 팀의 리드를 지키는데 성공했습니다.

결국, 박지성의 중앙 배치는 맨유가 AC밀란전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젹 영향을 주었습니다. AC밀란의 강점이 피를로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적인 허리진이 구축되었던 만큼, 퍼거슨 감독은 그것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로 박지성을 피를로의 매치업 상대로 놓았습니다. 박지성의 피를로 공략은 전반전에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던 후반전에는 루니와 함께 최전방을 부지런히 휘저으며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무너 뜨렸습니다.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을 통한 퍼거슨 감독의 변칙 기용이 성공하여 맨유가 귀중한 승리를 챙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