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과 후반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경기였습니다. 침체에 빠졌던 경기력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5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UAE 두바이 알 라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UAE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43분 이근호가 결승골을 넣었고 후반 48분에는 박주영이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한국은 3차 지역예선 3승1무로 B조 1위를 지켰으며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거의 확정 지었습니다.

홍정호,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다

한국은 UAE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홍철-이정수-곽태휘-차두리가 수비수, 홍정호가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 박주영-지동원-서정진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특히 홍정호가 기성용 대체자로 나서면서 수비 안정에 주력하는 역할이었고, 구자철-이용래가 수시로 포백 앞쪽까지 내려오면서 커버 플레이를 시도했습니다. 홍철-차두리 풀백 조합이 미드필더 지역까지 올라가면서 중앙 수비를 강화했죠. 지난달 수원에서 벌어진 UAE전과 비교하면 조광래호가 수비 안정에 초점을 맞춘 느낌입니다.

전반 3분 UAE가 왼쪽 측면에서 역습을 시도할때 홍정호가 직접 볼을 끊었습니다. 차두리가 앞선에 있을때 뒷쪽에서 커버를 하는 홍정호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었죠. 그런 홍정호는 1~2분 뒤에 왼쪽 측면에서 홍철과 협력 수비를 펼치며 좌우로 넓게 움직였습니다. 전반 10분에는 왼쪽에서 이용래의 횡패스를 받은 뒤 전방에 있는 차두리에게 빠른 타이밍의 로빙 패스를 올려줬습니다. 상대에게 차단 당했지만 즉시 볼을 처리하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전반 13분에는 UAE가 중앙에서 볼을 공급할때 직접 공격을 차단하는 영민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경기 초반 만큼은 열심히 뛰었습니다.

한국의 전반전 졸전 원인, 기성용 공백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시작부터 불안했습니다. 전반 10분 점유율에서 56-44(%)로 앞섰지만 UAE 박스 안쪽에서 위협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지 못했고, 공격을 풀어가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전체적으로 무거웠습니다. 이용래-구자철이 자주 밑쪽으로 내려오면서 수비를 의식했지만,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지동원-서정진이 최전방에서 고립됐습니다. 왼쪽 측면에 있는 박주영이 몇 차례 볼 터치를 했지만 주변에서 볼을 받아줄 한국 선수들의 몸 놀림이 민첩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공격을 제어하려는 UAE 선수들의 수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다소 느렸죠. 여기서부터 기성용 공백이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전반 25분까지 슈팅 1개에 그쳤습니다. UAE에게 슈팅을 내주지 않았던 수비력은 흠잡을 것 없었습니다. 이용래-구자철이 후방으로 계속 내려오고 홍철까지 수비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UAE에게 역습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죠. 그런데 이용래-구자철은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기성용이 없을 때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움직임을 넓히는 경기를 펼쳤죠. 두 선수가 어쩔 수 없다면 홍정호가 전방쪽으로 킬러 패스를 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수비수 홍정호'에게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나는 꼼수다' 멤버 4인방 중에 1명이 없는 것 같은 허전한 공격 전개가 거듭됐습니다.

볼 배급까지 비효율적 이었습니다. 전반 20~30분 패스 성공률에서 UAE에게 55-64(%)로 밀렸습니다. 전반 30분에는 이용래가 왼쪽에 있는 홍철쪽으로 횡패스를 연결한 것을 상대 선수에게 빼앗기면서 슈팅을 허용하는 장면으로 연출 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서정진이 박스 오른쪽에서 차두리에게 내줬던 패스가 길게 연결됐습니다. 전반 20분 넘으면서 활기를 되찾는 듯 싶었으나 전반 30분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용래-홍정호-구자철이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을 풀어주지 못했다면 윙 포워드 두 명(박주영, 서정진)이 상대 수비 사이로 과감히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잘 안됐습니다. 박주영의 경우는 측면보다는 중앙이 더 어울렸습니다.

모든 문제는 기성용 공백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성용처럼 공격의 중심을 잡아줄 구심점이 없었습니다. 선수 개인 경기력 이전에는 팀 플레이가 실종 됐습니다. 홍정호가 원 볼란치로 뛰면서 이용래-구자철이 수비쪽에서 커버 플레이가 불가피했고, 측면에서도 공격이 안풀리면서 지동원이 봉쇄 당했습니다. UAE 수비에게 읽히는 공격을 거듭했던 이유죠. 전술적인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면 선수들이 팀으로 뭉치면서 부지런히 뛰어야 하는데 공격 옵션들의 움직임이 무거웠습니다. 박주영-지동원-구자철은 유럽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서정진은 지난 주말 알사드전에서 부진했고, 이용래는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공격에서 미쳐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사진=한국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손흥민 (C)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hsv.de)]

손흥민 조커 투입 성공, 이근호-박주영 골...한국 2:0 승리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지동원을 빼고 손흥민을 교체 투입 했습니다. 조커 효과는 후반 3분에 나타났습니다. 손흥민이 UAE 왼쪽 수비 뒷 공간을 질주하면서 박주영에게 왼발로 낮게 크로스를 띄운 것이 위협적인 골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전반 45분 동안 누구도 이러한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는데 손흥민은 단번에 해냈습니다. 그런 손흥민은 후반 10분에도 인상깊은 공격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상황에서 구자철의 스루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리는 과감한 공격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구자철에게 볼을 받을때 또 UAE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었죠. 상대 수비가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볼이 없을때의 움직임과 순발력이 좋았습니다.

아쉬운 장면도 있었습니다. 손흥민이 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을 때 박주영이 헤딩슈팅을 시도했으나 모하메드 가립이 뒷쪽에서 밀었습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어야 하는데 경기를 속행하면서 오심을 범했죠. 심판 판정을 탓할수는 없지만 얼마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판정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후반 19분에는 이승기가 홍철을 대신에서 교체 투입했습니다. 이용래가 왼쪽 풀백으로 내려갔고 이승기가 그 자리에 올라갔습니다. 이승기가 광주FC 플레이메이커로서 맹활약 펼쳤음을 고려하면 조광래호가 중앙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10~20분 패스 성공률에서 71-53(%)로 앞섰습니다. 전반 20~30분에는 UAE에게 밀렸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역전했습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진에서 여러차례 공격 기회를 얻으면서 구자철-서정진의 폼이 회복되었고, 선수들이 후반전부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패스의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UAE 원정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절박함이 후반전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30분을 넘긴 상황에서 유효 슈팅은 단 1개에 불과했습니다.(슈팅 8개) 박주영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총 75분 넘게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에게 끌려다녔죠. 볼 터치까지 불안하면서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실전 감각 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33분에는 이근호가 서정진을 대신하여 윙 포워드로 교체 출전했습니다. 후반 39분 박스 중앙쪽으로 쇄도할때 박주영 스루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렸으나 UAE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후반 41분에는 박스 오른쪽 안에서 박주영쪽으로 크로스를 올린것이 부정확 했습니다. 50초 뒤에는 차두리와 2:1 패스를 주고 받는 상황이 있었죠. 그 이후 왼쪽 공간에서 이승기 패스-이용래 크로스에 이은 이근호의 오른발 결승골로 마무리 됐습니다. 교체 투입과 동시에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을 늘리면서 마침내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후반 48분에는 박주영이 손흥민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문전에서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한국이 2-0으로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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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호의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전을 보면서 저의 머릿속에는 '한국은 아시아 강팀 맞아?'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UAE를 2-1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한 것은 만족스럽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아시아 약체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기본이 됐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 축구는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실이 탄탄하지 않거나 진보하지 않으면 자칫 팀이 정체될지 모릅니다. 그것이 조광래호 문제점입니다.

한국 축구는 여전한 아시아 강팀입니다. 그러나 8월 일본 원정 0-3 패배, 9월 쿠웨이트 원정 1-1 무승부 및 경기 내용이 실망스럽습니다. 쿠웨이트 원정 이전에 국내에서 치렀던 레바논전에서는 6-0 대승을 거뒀지만 상대팀 레벨이 매우 허약했죠. 10월 UAE전은 2-1로 이겼지만 이번에도 경기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일본전을 기점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정한 강팀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지성이 강조하는 '위닝 맨탈리티'를 통해서 패배를 추스릴 수 있지만, 조광래호는 일본전부터 꼬였다는 느낌입니다.

UAE전에서 가장 실망했던 장면은 경기 막판 실점입니다. 선수들이 후반 30분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UAE전은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입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최선을 다했어야 합니다. 2-0 이후 체력 저하에 시달리며 더 이상 추가골을 넣지 못해도 무실점은 지키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지난 7일 폴란드전에서는 2-1로 앞섰던 후반 38분 조병국 수비 실수에 의한 실점을 허용했지만, UAE전에서는 또 다시 경기 막판에 골을 내줬습니다. 누군가의 실수가 아닌 수비진 전체의 커버 플레이 미스, 느슨한 대인 방어에서 비롯 됐습니다. 승리를 예상하고 마음이 풀어졌죠.

한국 대표팀에 통솔력이 탁월한 선수가 있었다면 경기 막판 실점은 막았을거라 생각합니다. 당시 상대팀에게 실점한 상황이 뜬금없이 벌어졌지만 우리 수비진이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했다면 경기는 2-0으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2-0 이후에 누군가 동료 선수들을 잡아줬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대표팀에는 딱히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장 박주영이 수비수를 컨트롤 하기에는 포지션상으로 힘듭니다. 예전의 이영표처럼 후방에서 선수를 다그칠 선수가 필요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종료 직전에 누군가에게 벼락같이 화를 낸 적이 있었죠. 그때는 실점하면 끝이었지만, 지금의 조광래호 수비수들은 자기 역할에 급급한다는 느낌입니다.

[사진=한국의 UAE전 2-1 승리를 발표한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the-afc.com]

물론 강팀도 실수 합니다.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 수비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광래 감독 이전에는 한국 축구의 환경적인 문제부터 탓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조광래호 경기를 보면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맞지 않거나, 원톱과 2선 미드필더와의 호흡이 안맞거나, 풀백이 상대팀 공격 옵션에게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 커버 플레이 미스로 상대팀에게 역습 또는 침투 패스를 내주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출범한지 1년 넘었지만 팀이 완성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박지성-이영표가 대표팀을 떠난지 이제는 몇개월 됐습니다.

그나마 한국에게 다행인 것은 UAE에서 포지셔닝과 골 결정력이 특출난 공격수 존재감이 미미했습니다. UAE 공격 옵션들은 개인기, 순발력, 침투 능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한국 박스 안에서의 마무리 능력이 부족했죠. 그런 어려움을 딛고 막판에 골을 넣은 것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뜻입니다. 한국보다 약한 상대인 것은 본인들이 잘 알겠지만 0-2 열세에 의기소침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UAE 장점을 언급한 이유는, 앞으로 한국 축구가 UAE와 비슷하거나 그 레벨을 뛰어넘는 아시아 국가와 겨룰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상대할 아시아 팀은 바짝 경계할 겁니다. 한국은 아시아 강호를 굳힌지 오래되었죠. 그럴수록 한국이 더 분발해야 합니다.

일본전 이전까지는 잘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술 축구가 정착되고, 처음에는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였던 만화 축구가 나중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선사했죠. 그런데 지금은 정체 됐습니다. 8월 일본전-9월 쿠웨이트전-10월 UAE전에서 공격력이 둔화되고 수비 불안까지 겹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벌어지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월드컵 본선을 감당할지 의문입니다. UAE전 승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를 확실히 봤던 분들이라면 경기 내용에서 답답하고 찝찝한 마음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3년전이었던 2008년 10월 15일에는 한국 대표팀이 UAE와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렀습니다. 당시 허정무호가 4-1로 승리했죠. 그 경기가 열린지 한달 전에는 북한전에서 졸전을 면치 못하면서 허정무 감독을 질타하는 여론 분위기가 대세였습니다. 북한전 이전의 경기 내용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죠.

그런데 허정무 감독은 북한전 트라우마를 빨리 극복했습니다. UAE전에서 징계(경고 누적)로 뛰지 못했던 김남일을 대신해서 박지성을 주장으로 선임했고, 기성용-이청용 같은 영건들을 대표팀 주전으로 기용했으며, 김정우가 기성용의 부족한 경험을 채웠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던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 미드필더 조합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2008년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전이며, 4일 뒤 UAE전에 이르러 허정무호 기본 골격이 완성 됐습니다. 당시 허정무호가 출범한지 거의 1년 된 시점임을 감안하면 UAE전이 터닝 포인트 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허정무 감독을 옹호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당시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은 이번 UAE전이 터닝 포인트가 되지 못했습니다. 일본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이 의도하는대로 풀리지 않고 수비까지 답답해지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제는 리더 문제까지 겹쳤죠. 그렇다고 박주영 리더십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후방에서 젊은 선수를 리드할 또 하나의 경험 넘치는 수비수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조병국을 발탁한 것과 비슷한 배경이죠. 안타깝게도 조병국의 폴란드전 실수는 불운했습니다. 그런 조광래호는 11월에 중동에서 A매치 2연전(UAE전, 레바논전)을 치릅니다. 그때는 지금같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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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금메달 꿈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 획득을 노렸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세대보다 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국은 23일 저녁 8시 중국 광저우 티앤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아랍에미리트 연합(이하 UAE)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연장 후반 이었던 경기 종료 직전에 알 나브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12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잦은 패스 미스 및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렸던 답답한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무득점으로 끝난 전반전, 밀집수비 공략 아쉬웠다

한국은 UAE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김승규가 골키퍼, 윤석영-김영권-홍정호-신광훈이 포백, 구자철-김정우가 더블 볼란치, 홍철-김보경-조영철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진했던 지동원 대신에 홍철을 선발 출전시키는 공격력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박주영을 원톱으로 배치하여 결승행 사냥에 나섰습니다.

4강전에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UAE의 단단한 수비 조직력에 직면했습니다. UAE는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 사이의 3선을 좁히고 전방 압박을 강화했고, 수비 라인을 박스 안쪽으로 내리기보다는 앞쪽에서 선수를 밀집시켜 견제를 가했기 때문에 한국의 빌드업이 매끄럽게 전개되지 못했습니다. 전반 1분 홍정호가 하프라인에서 시도했던 횡패스가 상대에게 커팅당했고, 3분에는 조영철이 오른쪽 측면에서 대각선 패스를 날렸던 것이 상대 수비에 걸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패스 미스가 속출하면서 박주영에게 볼이 공급되는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지공 위주의 공격 패턴을 버리고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전반 10분 홍철, 11분 조영철의 크로스를 통해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줬습니다. 북한과의 예선 1차전처럼 지공에 의지하면 상대 수비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것과 동시에 역습을 허용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 패턴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UAE 좌우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크로스를 시도할 공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4분에는 조영철-윤석영이 크로스를 날렸으나 상대 압박에 걸려 2차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크로스 공격이 UAE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 최상의 방법이 아닙니다. 상대 수비가 완전히 들어온 상황에서 크로스를 날렸기 때문에 문전쪽으로 공이 부정확하게 향하거나 크로스가 걸리기 일쑤였죠. 박주영, 김보경 같은 공격 옵션들은 상대 수비의 철저한 견제를 받다보니 공중볼을 받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를 시도하여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고 볼 배급의 정확성을 키웠으면 문전 부근에서 결정적 공격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의 창의성이 떨어지면서 전반 25분까지 슈팅 2개에 그쳤고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도 아니었습니다.

전반 32분 김보경이 오른쪽 바깥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던 장면은 반가웠습니다. UAE 밀집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감한 슈팅이 필요했죠. 비록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UAE 미드필더들을 앞선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이점을 확보했습니다. 36분에는 홍정호가 문전에서 구자철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받아 골을 노렸지만 볼이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습니다. 골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여러차례 세트 피스 상황을 통해 상대 수비에 부담을 줬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39분에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직접 역습을 전개하며 UAE 수비를 흔들며 오른쪽 빈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했던 것을 조영철이 강슛을 날렸으나 볼이 윗쪽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골을 의식하면서 발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면서 부정확한 슈팅이 속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UAE를 상대로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했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은 UAE 밀집 수비를 허물지 못한끝에 무득점으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공격 다변화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UAE 진영에서의 잦은 패스 미스 속출이 아쉬웠습니다.

한국, 서정진 투입 효과 속에서도 골이 없었다

한국은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공격 옵션들의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선제골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한 선수가 볼을 잡으면 근처에 있는 다른 선수가 종방향으로 움직여 볼을 터치하며 공격 기회를 잡는 패턴이 후반 초반에 2~3 차례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돌파 이후의 볼 배급이 정확하게 연결되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에 끊어지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5분에는 하프라인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미드필더끼리 볼을 주고 받았던 장면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후반 9분 공격 상황도 아쉬웠습니다. 김정우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연결한 것을 박주영이 문전에서 헤딩으로 떨구었고, 구자철이 뒷쪽에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볼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상대 수비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슈팅 각도가 열려있었는데 골 욕심이 앞서면서 발등에 힘이 너무 들어갔습니다. UAE전은 골을 넣어야 결승에 진출하는 경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이 골 결정력 저하에 시달리며 경기를 어렵게 운영했습니다. 4강에서 승리하면 결승에 올라가는 특징 때문인지 8강 우즈베키스탄전보다 조급하게 경기를 펼친 듯 했습니다. 그리고 17분에는 두 번씩이나 롱볼을 날릴 정도로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한국은 후반 22분 조영철을 빼고 서정진을 교체 투입 했습니다. 볼 배급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조영철을 벤치로 불러들였고 슈퍼 조커로서 활력을 불어넣었던 서정진 카드를 활용한 것은 사실상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측면에서의 원투패스를 늘리며 UAE 수비를 교란하는데 집중했습니다. 24분에는 서정진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27분에는 오른쪽 측면 끝지점에서 상대 수비 2명과 정면에서 볼 경합을 시도하면서 코너킥을 유도하는 영리함을 발휘했습니다. 2분 뒤에는 직접 역습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방에 있던 구자철에게 킬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서정진을 교체 투입한 것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수비수-더블 볼란치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면서 UAE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취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쉴새없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다보니 수비가 소홀해졌고, UAE가 그 틈을 노려 한국의 배후 공간을 침투하고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습니다. 비록 실점 위기를 모면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수비까지 신경써야 하는 활동적인 부담에 시달리면서 체력 저하가 우려됐습니다. 후반 35분 이후에는 패스 속도가 느려지고 정확도까지 떨어지면서 경기력이 점점 힘에 부쳤습니다. 그 이전에 확실하게 골 기회를 살렸다면 좋았을텐데 후반전이 끝나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렸습니다. 후반 막판에는 서정진이 문전에서 터닝슛을 시도했던 것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0-0으로 후반전이 종료되어 연장전이 치러졌습니다.

한국,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 허용, 0-1 패배

한국은 연장 전반에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UAE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격 분위기가 넘어갔죠. 그래서 공격 옵션들은 최전방에서 볼을 터치할 때 상대 수비 2~3명의 압박에 시달리며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3분에는 윤석영이 왼쪽 측면에서 시도했던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손끝에 맞고 골대 바깥으로 스쳤습니다. 1분 뒤에는 홍철을 빼고 김민우를 교체 투입하여 기동력 강화를 노렸죠. 그 이후에는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최전방에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2~3차례 마련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경기는 연장 후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한국은 연장 후반에도 공격 주도권을 잡으며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UAE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뎌진 것이 한국에게 희망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UAE는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승부차기를 벼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에 치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공격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특히 김보경의 체력 저하가 두드러졌고 서정진-김민우 같은 조커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답답한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연장 후반 13분에는 홍정호가 문전 가까이에서 날렸던 슈팅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지만 근처에 있던 박주영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기 때문에 노골로 처리 됐습니다. 1분 뒤에는 골키퍼 김승규를 빼고 이범영을 투입하여 승부차기를 대비했지만,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왼쪽 수비진이 허물어지더니 알 나브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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