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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의 UAE전 패배, 답답하고 아쉬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금메달 꿈이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 획득을 노렸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세대보다 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국은 23일 저녁 8시 중국 광저우 티앤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 아랍에미리트 연합(이하 UAE)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연장 후반 이었던 경기 종료 직전에 알 나브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120분 동안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잦은 패스 미스 및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렸던 답답한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무득점으로 끝난 전반전, 밀집수비 공략 아쉬웠다

한국은 UAE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김승규가 골키퍼, 윤석영-김영권-홍정호-신광훈이 포백, 구자철-김정우가 더블 볼란치, 홍철-김보경-조영철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부진했던 지동원 대신에 홍철을 선발 출전시키는 공격력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던 박주영을 원톱으로 배치하여 결승행 사냥에 나섰습니다.

4강전에 나선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UAE의 단단한 수비 조직력에 직면했습니다. UAE는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 사이의 3선을 좁히고 전방 압박을 강화했고, 수비 라인을 박스 안쪽으로 내리기보다는 앞쪽에서 선수를 밀집시켜 견제를 가했기 때문에 한국의 빌드업이 매끄럽게 전개되지 못했습니다. 전반 1분 홍정호가 하프라인에서 시도했던 횡패스가 상대에게 커팅당했고, 3분에는 조영철이 오른쪽 측면에서 대각선 패스를 날렸던 것이 상대 수비에 걸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패스 미스가 속출하면서 박주영에게 볼이 공급되는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지공 위주의 공격 패턴을 버리고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전반 10분 홍철, 11분 조영철의 크로스를 통해 공격 패턴에 변화를 줬습니다. 북한과의 예선 1차전처럼 지공에 의지하면 상대 수비 압박 타이밍을 벌어주는 것과 동시에 역습을 허용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 패턴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UAE 좌우 윙어들이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크로스를 시도할 공간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4분에는 조영철-윤석영이 크로스를 날렸으나 상대 압박에 걸려 2차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크로스 공격이 UAE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 최상의 방법이 아닙니다. 상대 수비가 완전히 들어온 상황에서 크로스를 날렸기 때문에 문전쪽으로 공이 부정확하게 향하거나 크로스가 걸리기 일쑤였죠. 박주영, 김보경 같은 공격 옵션들은 상대 수비의 철저한 견제를 받다보니 공중볼을 받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2대1 패스와 대각선 패스를 시도하여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고 볼 배급의 정확성을 키웠으면 문전 부근에서 결정적 공격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의 창의성이 떨어지면서 전반 25분까지 슈팅 2개에 그쳤고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도 아니었습니다.

전반 32분 김보경이 오른쪽 바깥에서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던 장면은 반가웠습니다. UAE 밀집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감한 슈팅이 필요했죠. 비록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UAE 미드필더들을 앞선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이점을 확보했습니다. 36분에는 홍정호가 문전에서 구자철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받아 골을 노렸지만 볼이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습니다. 골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여러차례 세트 피스 상황을 통해 상대 수비에 부담을 줬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39분에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직접 역습을 전개하며 UAE 수비를 흔들며 오른쪽 빈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했던 것을 조영철이 강슛을 날렸으나 볼이 윗쪽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골을 의식하면서 발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면서 부정확한 슈팅이 속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UAE를 상대로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대응했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은 UAE 밀집 수비를 허물지 못한끝에 무득점으로 전반전을 마쳤습니다. 공격 다변화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UAE 진영에서의 잦은 패스 미스 속출이 아쉬웠습니다.

한국, 서정진 투입 효과 속에서도 골이 없었다

한국은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공격 옵션들의 종적인 움직임을 통해 선제골의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한 선수가 볼을 잡으면 근처에 있는 다른 선수가 종방향으로 움직여 볼을 터치하며 공격 기회를 잡는 패턴이 후반 초반에 2~3 차례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돌파 이후의 볼 배급이 정확하게 연결되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에 끊어지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5분에는 하프라인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역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미드필더끼리 볼을 주고 받았던 장면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공격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후반 9분 공격 상황도 아쉬웠습니다. 김정우가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연결한 것을 박주영이 문전에서 헤딩으로 떨구었고, 구자철이 뒷쪽에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볼이 너무 윗쪽으로 떴습니다. 상대 수비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슈팅 각도가 열려있었는데 골 욕심이 앞서면서 발등에 힘이 너무 들어갔습니다. UAE전은 골을 넣어야 결승에 진출하는 경기였지만, 우리 선수들이 골 결정력 저하에 시달리며 경기를 어렵게 운영했습니다. 4강에서 승리하면 결승에 올라가는 특징 때문인지 8강 우즈베키스탄전보다 조급하게 경기를 펼친 듯 했습니다. 그리고 17분에는 두 번씩이나 롱볼을 날릴 정도로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한국은 후반 22분 조영철을 빼고 서정진을 교체 투입 했습니다. 볼 배급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조영철을 벤치로 불러들였고 슈퍼 조커로서 활력을 불어넣었던 서정진 카드를 활용한 것은 사실상 승부수를 띄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쪽 측면에서의 원투패스를 늘리며 UAE 수비를 교란하는데 집중했습니다. 24분에는 서정진이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습니다. 27분에는 오른쪽 측면 끝지점에서 상대 수비 2명과 정면에서 볼 경합을 시도하면서 코너킥을 유도하는 영리함을 발휘했습니다. 2분 뒤에는 직접 역습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방에 있던 구자철에게 킬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서정진을 교체 투입한 것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수비수-더블 볼란치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면서 UAE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취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쉴새없이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다보니 수비가 소홀해졌고, UAE가 그 틈을 노려 한국의 배후 공간을 침투하고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노렸습니다. 비록 실점 위기를 모면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수비까지 신경써야 하는 활동적인 부담에 시달리면서 체력 저하가 우려됐습니다. 후반 35분 이후에는 패스 속도가 느려지고 정확도까지 떨어지면서 경기력이 점점 힘에 부쳤습니다. 그 이전에 확실하게 골 기회를 살렸다면 좋았을텐데 후반전이 끝나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렸습니다. 후반 막판에는 서정진이 문전에서 터닝슛을 시도했던 것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0-0으로 후반전이 종료되어 연장전이 치러졌습니다.

한국,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 허용, 0-1 패배

한국은 연장 전반에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UAE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격 분위기가 넘어갔죠. 그래서 공격 옵션들은 최전방에서 볼을 터치할 때 상대 수비 2~3명의 압박에 시달리며 박스 안에서 골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3분에는 윤석영이 왼쪽 측면에서 시도했던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 손끝에 맞고 골대 바깥으로 스쳤습니다. 1분 뒤에는 홍철을 빼고 김민우를 교체 투입하여 기동력 강화를 노렸죠. 그 이후에는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최전방에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2~3차례 마련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경기는 연장 후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한국은 연장 후반에도 공격 주도권을 잡으며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UAE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뎌진 것이 한국에게 희망적 이었습니다. 하지만 UAE는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승부차기를 벼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비에 치중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공격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특히 김보경의 체력 저하가 두드러졌고 서정진-김민우 같은 조커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면서 답답한 공격을 일관했습니다.

연장 후반 13분에는 홍정호가 문전 가까이에서 날렸던 슈팅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지만 근처에 있던 박주영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기 때문에 노골로 처리 됐습니다. 1분 뒤에는 골키퍼 김승규를 빼고 이범영을 투입하여 승부차기를 대비했지만,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왼쪽 수비진이 허물어지더니 알 나브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