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까지 이제 6개월이 남았습니다. 월드컵 원정 대회 역사상 첫 16강 진출을 꿈꾸는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6개월의 시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난 상황에서 앞으로 6개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질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추첨 당시 우리에게 최상의 대진으로 여겨졌던 조편성이 결국에는 본선 3차전 스위스전 0-2 패배로 산산조각 깨졌죠. 2002년 한일 월드컵때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본선에서 세네갈-덴마크에게 무너지고 아르헨티나가 16강 진출에 실패했던 전례처럼 앞으로 6개월 뒤에는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달 두 번의 유럽원정 평가전을 놓고 봐도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확신하기에는 부족한 느낌 입니다. 특히 공격이 문제 였습니다. 덴마크와 세르비아 수비진을 과감히 흔들지 못해 공격 마무리가 미흡한 것을 비롯, 소극적인 슈팅, 무득점이 아쉬웠죠.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려면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도 레벨업이 필요합니다. 물론 두 번의 평가전에서는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진것이 아쉬웠습니다.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한국의 공격 마무리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경기 내용 및 결과는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부상 공백이 전력적으로 컸다는 점은 강팀을 상대로 두각을 나타낼 한국의 공격 옵션이 엷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동국-설기현-이근호 같은 공격수 자원은 골을 넣지 못했고 설기현-염기훈은 의기소침한 활약에 공격의 날카로움이 떨어졌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월 이란전에서도 그랬지만 상대의 거센 압박에 흔들리는 모습 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한국이 지금의 공격력 그대로 월드컵 본선에 나서면 16강을 장담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4-4-2와 4-2-3-1을 쓸 예정입니다. 4-4-2는 한국의 주 전술이고 4-2-3-1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쓰게 될 플랜B입니다.(이러한 전술 운영은 맨유와 동일합니다.) 특히 4-2-3-1은 '박지성 시프트'를 최대화 시키는 전략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의 공격력을 중심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하고 골을 넣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박지성이 상대팀의 거센 압박에 막히면 이를 만회하여 반전하는 카드가 마땅치 않습니다. 박주영이 원톱에서 2선으로 내려가면 걸출한 원톱 공격수가 부족한 것이 한국의 고민이기 때문이죠.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허정무호에 부족함을 의미합니다.

내년 6월에는 이청용의 체력이 걱정스럽습니다. 이청용은 2007년 부터 각급 대표팀 및 프로팀 일정 병행으로 많은 경기에 뛰었고 지난 여름 볼튼 진출 이전까지 기성용과 함께 혹사론에 시달릴 만큼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 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볼튼에서는 주전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지만 박싱데이 이후까지 입지를 탄탄히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FC서울 시절에도 체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그였기에 내년 6월에도 지금과 같은 컨디션을 보여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측면에는 박지성-이청용 콤비 이외에는 마땅한 카드가 없습니다. 허정무호는 그동안 4-4-2를 운영하면서 박지성-이청용을 어김없이 측면에 배치 했습니다. 그러나 4-2-3-1을 쓰면 박지성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측면 옵션이 주전으로 기용되는데, 박지성의 포지션 이동 공백을 메워줄 대안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지난 10월 세네갈전과 11월 세르비아전에서의 염기훈 부진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슈퍼 조커로 맹위를 떨쳤던 김치우는 잦은 포지션 전환으로 지난해보다 폼이 떨어졌습니다.(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의 활약상) 여기에 월드컵 본선에서 이청용의 체력 문제까지 겹치면, 한국의 공격 파괴력은 더 이상의 위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 대표팀의 공격력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물론 팀이라는 것은 엄연히 약점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려면 불안 요소를 없애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그리스가 우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상대 국가 전력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 처럼 말입니다. 한국은 약점 극복을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철저한 대비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그 방안이 바로 새로운 공격 자원의 중용입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뽑히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표팀에 발탁하여 전력 업그레이드를 감행해야 합니다. 김정우-기성용 조합으로는 2% 부족했던 중원은 김남일이 지난달 세르비아전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고 기존 선수들을 자극하는 기회를 맞이 했습니다. 공격력에서도 김남일 효과를 앞세운 중원의 사례처럼 새로운 카드를 앞세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한국 대표팀 공격력의 업그레이드를 꾀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절실합니다.

바로 이천수의 대표팀 발탁입니다. 이천수는 불과 2007년 아시안컵 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등번호 10번 선수로서 맹위를 떨쳤던 선수입니다. 박지성의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을 빚었던 대표팀으로서는 이천수의 공격력에 의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베어벡호에서는 이천수의 존재감이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비록 페예노르트 진출 이후에는 개인적인 문제로(사기 피해) 걷잡을 수 없는 시련에 빠졌지만 대표팀 공격을 좌우할 수 있는 클래스를 가진 선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이천수는 사우디 리그에서 활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평가 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사우디 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대표팀에서의 존재감이 막중한데다 지난달 세르비아전에서 팀의 불안한 수비력 속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습니다. 사우디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팀에서 못할 것이라는 일부 팬들의 주장이 설득력 없는 이유입니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기 감각을 향상시켜 큰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토대이자 자신의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우디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진 이천수라면 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만약 이천수가 대표팀에 포함되면 대표팀 공격의 퀄리티가 향상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천수가 존재함으로써 대표팀 공격에 날카로움이 실리고 상대 수비를 유린할 수 있는 이점을 얻게 됩니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진에 의한 압박에서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이청용이 체력적으로 부진하거나 박지성이 4-2-3-1에서 중앙을 맡으면 이천수가 그 대안이 됩니다. 반대로 박지성이 측면을 맡고 이천수가 중앙에서 공격을 조율할 수 있겠죠. '박주영-박지성-이천수-이청용'의 4인 체제는 세르비아전에서 공격 옵션을 맡은 '설기현-염기훈-박지성-이청용'보다 무게감이 강한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이천수에게는 남아공 월드컵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큰 무대 기질의 이천수로서는 남아공 월드컵에 욕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레알 소시에다드와 페예노르트에서는 실패했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강팀이든 약팀이든 어김없이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평소 대표팀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에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미련이 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0세로서 남아공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도 남아공 월드컵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죠.

이천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공격을 빛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슈퍼 조커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4년 뒤 독일 월드컵 본선 1차전 토고전에서는 0-1로 뒤진 후반 9분에 동점 프리킥 골을 넣으며 한국의 역전승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이천수 같은 클래스의 역량을 가진 선수가 필요합니다. 그 이전에는 이천수를 대표팀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특별한 문제점이 없으면 남아공월드컵에서 그의 모습을 봐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선수의 클래스란 어느 팀에서든, 어느 경기에서든 항상 변하지 않습니다. 반짝 활약 보다는 팀을 위해 꾸준히 제 몫을 다하면서 감독의 인정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죠. 꾸준함 뿐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력의 발전을 거듭하고 또 발전하여 최고의 경기력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것이 자신의 클래스를 오랫동안 밝게 비출 수 있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산소 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맨유라는 세계 최고의 팀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인정 받은 것만으로도, 팀의 주축 선수로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런 박지성의 팀 내 입지를 놓고 4시즌 동안 일희일비의 반응을 나타낼 필요는 없습니다. 성실한 선수는 모든 감독이 사랑한다는 축구의 진리가 존재하듯, 박지성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맨유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힌지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여전히 박지성의 입지를 놓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여론을 흔들었습니다. 물론 눈이 높은 축구팬들에게 좋은 시선으로 비춰지지 못했죠. 팬들은 박지성의 선발 출전과 결장 사이에서 길을 잃는 언론의 객관성 부족을 식상해 합니다. 며칠전 KBS TV <옐로우 카드>에서 한준희 해설위원과 이광용 아나운서가 박지성에 대한 일희일비의 반응을 놓고 "제발 박지성을 그만 내버려 두세요"라며 'Let it be'라는 노래를 불렀던 장면은 그를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이 어떤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냄비 성향이 짙은 가혹한 축구 환경 속에서 맨유의 4년차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할 따름입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아스날전 종료후에는 '박지성, 퍼거슨의 반쪽 옵션으로 전락하나'는 언론 기사가 등장하면서 박지성의 입지 논쟁이 여론에서 뜨겁게 불거졌습니다. 물론 그 기사는 대다수의 축구팬들에게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이곳 다음 블로거뉴스에서도 '반쪽 옵션'에 대한 비판의 글이 두 개(스포로거님, 김지한님의 글)가 올라왔습니다. '반쪽 옵션'이라는 표현은 여론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용도로 쓰였을 뿐, 그가 그동안 맨유에서 쌓았던 클래스를 바꾸기에는 당연히 역부족입니다. 선수의 클래스는 어느 누구도 임의로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의 가치 및 입지가 3경기 연속 결장했다고 해서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박지성은 올 시즌 4경기 연속 결장 1번, 3경기 연속 결장 2번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클래스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큰 부상과 만만찮은 후유증에 시달리며 고생했던 시절에 비한다면 오히려 지금의 클래스가 더 아름답고 값집니다. 박지성 본인은 이번 미들즈브러전을 앞두고 <스포탈 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지면서 "올 시즌이 맨유 입단 후 최고의 시즌"이라고 자평했습니다. 물론 자신을 오랫동안 끊임없이 괴롭혔던 부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였다고 하지만, 부상이 없었기 때문에 올 시즌에 맹활약을 펼친 경기들이 많았던 겁니다. 그런 선수가 왜 반쪽 옵션 전락에 대한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따름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지성의 미들즈브러전 골은 국내 여론에서 제기되었던 팀 내 입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문전에서 상대팀 선수와 경합하면서 웨인 루니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왼발로 기가 막히게 골망을 가른 것이어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습니다. 자신의 시즌 3호골 이자 3경기 연속 결장 이후에 넣은 골이었기에 더없이 반가운 골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킨 골 장면이었기에 연휴를 맞은 축구팬 그리고 국민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박지성의 골은 자신이 퍼거슨 감독의 '반쪽 옵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에 나서면 다른 누구보다 맹활약을 펼치기 위해 이타적인 활약으로 헌신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며 올 시즌 맨유의 주전급 선수로 뛸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골까지 넣으면서 팀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퍼거슨 감독 그리고 국내 여론에게 확실한 임펙트를 남겼습니다.

물론 박지성이 골을 넣었다고 해서 루니-호날두 같은 주연급 선수들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박지성은 오로지 팀을 위해 헌신하는 조연일 뿐, 앞으로도 그 위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위대한 조연'으로 오랫동안 남기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어쩌면 주연과 조연을 구분짓는 것도 무의미할지 모릅니다. 박지성 본인이 지닌 클래스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고 평가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박지성은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닌, 팀을 위해 몸을 내던지며 궃은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 철저한 팀 플레이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골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기에는 곤란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그동안 입버릇처럼 "박지성은 골이 부족한 선수"라고 지적했듯, 골을 넣어야만 감독의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골이라는 존재를 논외하더라도, 박지성은 맨유의 주축 선수로 뛸 역량과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러나 선수 출전 권한은 어디까지나 감독이 쥐고있기 때문에 '골을 넣어야 한다'는 퍼거슨 감독의 말은 당연한 소리입니다. 박지성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이유로 18인 엔트리에 들지 못했던 전례를 상기하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여 골을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골잡이에 가까운 '포스'로 골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풀럼전에서는 자신의 혼자 힘으로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골을 넣었고 이번 미들즈브러전에서는 현지 방송으로부터 '슈퍼 피니시(최고의 마무리)'라는 찬사를 얻을 만큼 문전에서 강력한 임펙트를 남긴 골 장면이어서 팬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넣은 골이어서 더욱 값집니다. 그동안 세컨볼, 헤딩 경합 과정에서 넣은 골들이 여럿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득점 루트가 이전보다 다변화 되었습니다. 이는 박지성이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클래스를 더욱 빛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미들즈브러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난 아스날전까지 3경기를 몽땅 쉬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주전 경쟁 탈락과 반쪽 옵션, 지나친 휴식을 운운하며 낮아진 팀 내 입지를 부각시켰지만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이들과 달랐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누구보다 더욱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경기 출전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부상 및 체력 저하를 이유로) 지난달 A매치 차출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던 박지성에게 과감히 '특별 휴식'을 제공한 것은 당연히 칭찬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퍼거슨 감독의 혜안은 박지성이 미들즈브러전에서 웃을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맹활약을 펼친 선수이기 때문에 그만한 클래스를 지니고 있던 것이며, 다른 반짝 선수처럼 어느 한순간에 걷잡을 수 없는 추락에 빠질 염려가 적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저력을 퍼거슨 감독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휴식을 주었던 것입니다. 또한 3경기 연속 결장은 컨디션 향상을 위한 차원이어서, 이미 사전에 계획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에 의해 절때로 '반쪽 옵션'이 될 수 없습니다. 최근 맨유로부터 4년 재계약에 구두 합의를 맺었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아무리 박지성이 3경기 연속 결장할지라도 선수 본인이 지닌 클래스는 웬만해선 쉽게 변할 수 없습니다.

박지성은 미들즈브러전에서 팀의 2-0 완승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리며 팀 전력에 없어선 안될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골은 마치 불굴의 의지를 표현이라도 하듯, 강력한 한 방으로 자신의 저력을 힘차게 떨쳤습니다. 그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온갖 산전수전 다 겪으며 노력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동안 쌓았던 클래스가 한 순간에 밑으로 떨어질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내년이면 30세'인 박지성의 클래스는 날이 갈수록 노련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그 이상의 권위를 지닌 발롱도르를 동시 석권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올 시즌에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유럽 축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값을 떨치는 선수는 단연 호날두입니다.

호날두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선수입니다. '맨유=호날두'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맨유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높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감각적인 매직 드리블과 상대를 여유있게 따돌리는 기교, 위협적인 측면 돌파, 다양한 패턴을 자랑하는 괴물같은 득점력, 그리고 무회전 프리킥에 이르기까지 '슈퍼 윙어'로서 언제나 사람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득점왕(총 39골)에 오르며 맨유의 더블 우승을 이끌더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떨치게 됐습니다.

그런 호날두를 마크하는 상대팀 입장에서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를 꺾으려면 호날두를 철저히 봉쇄해야 하는데,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호날두의 빼어난 공격 본능에 농락당하고 말았던 것이죠. 호날두는 2006/07시즌부터 팀의 전술적 초점과 관심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는 날이 갈수록 한 치의 빈틈까지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팀들은 맨유와 호날두를 제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고, 올 시즌 호날두가 상대의 집중적인 마크에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상대 에이스를 집중 견제하는 타이트한 수비가 대세였으며, 이는 올 시즌 골잡이들의 득점 횟수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호날두의 골 수치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상대팀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리그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호날두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같지 않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거의 매 경기마다 호날두의 존재감이 필요할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으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여 웨인 루니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한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루니는 거듭된 잦은 부상으로 부침에 시달렸고 베르바토프는 기복이 심한 경기력이 문제였습니다. 결국에는 호날두의 출전 빈도가 무리하게 늘어나면서 선수 본인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아무리 호날두가 지난 시즌 같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클래스'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세계 축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반짝이 아닌 그동안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많았습니다.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 세 시즌째 리그를 제패하지 못했던 맨유가 2006/07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듯이, 강한자의 존재감은 노쇠화에 접어들지 않는 이상은 불변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호날두는 최근 중요한 고비때마다 팀을 구했습니다. 지난 6일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두 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는데, 특히 후반 35분 동점골은 1-2로 패색이 짙어가자 리버풀에 리그 1위를 허용할 뻔했던 맨유를 구한 득점 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페데리코 마케다는 승리를 부르는 행운의 사나이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달 거의 매 경기마다 부진한 활약을 일관한데다 A매치 두 경기를 소화하는 부침 속에서도 두 골을 넣었던 것은 웬만한 특급 선수들도 해낼 수 없는 저력입니다.

그리고 이번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에서는 호날두의 클래스가 다른 누구보다 가장 빛났습니다. 전반 6분 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결승 중거리슛을 작렬하며 맨유의 4강 진출을 이끈 것입니다. 골문과 35m 정도 떨어졌던 미드필드 중앙에서 안데르손의 짧은 패스를 받으며 기습적인 슈팅을 날렸던 것이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든 것이죠. 그것도 회전 각도가 거의 없이 빠른 속도로 향했던 것이었기에 '맨유 격파'를 벼르던 포르투 선수들의 사기를 단단히 흔들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여론에서는 포르투 원정을 앞두고 맨유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포르투가 홈 경기에서 55년 동안 잉글랜드 클럽을 상대로 패한적이 없는데다 맨유가 1무2패로 쩔쩔 메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던 맨유가 2차전을 무난하게 치르려면 승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차전 승리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 간단했습니다. 호날두의 한 방으로 가볍게 이긴 것이죠. 맨유는 그 이후 84분 동안 공격보다 안정적인 밸런스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치며 사실상 굳히기를 하더니 결국 1-0 승리로 웃었습니다.

이 경기가 벌어졌던 전날, 포르투 수비수 알리 시소코는 15일 유럽 축구 전문 사이트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호날두는 다른 선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선수다"는 경솔한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소코도 호날두의 결승 중거리슛을 보면서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을지 모릅니다. 비록 호날두의 올 시즌 활약이 지난 시즌 같지 않더라도 강자로서의 저력은 여전하기 때문이죠. 축구선수는 어디까지나 경기력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날두가 시소코의 도발을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임펙트로 충분하며, 그것이 바로 강력한 중거리슛 이었습니다.

물론 호날두가 올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요한 고비때마다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의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선수 본인과 팀에게 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저력을 차근차근 쌓는다면 시즌 막판에 대업을 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세계를 제패했던 호날두의 저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