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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 '세계 최고' 클래스란 이런 것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와 그 이상의 권위를 지닌 발롱도르를 동시 석권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올 시즌에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유럽 축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값을 떨치는 선수는 단연 호날두입니다.

호날두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선수입니다. '맨유=호날두'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맨유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높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감각적인 매직 드리블과 상대를 여유있게 따돌리는 기교, 위협적인 측면 돌파, 다양한 패턴을 자랑하는 괴물같은 득점력, 그리고 무회전 프리킥에 이르기까지 '슈퍼 윙어'로서 언제나 사람들을 열광케 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득점왕(총 39골)에 오르며 맨유의 더블 우승을 이끌더니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떨치게 됐습니다.

그런 호날두를 마크하는 상대팀 입장에서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를 꺾으려면 호날두를 철저히 봉쇄해야 하는데,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호날두의 빼어난 공격 본능에 농락당하고 말았던 것이죠. 호날두는 2006/07시즌부터 팀의 전술적 초점과 관심의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는 날이 갈수록 한 치의 빈틈까지 허용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팀들은 맨유와 호날두를 제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고, 올 시즌 호날두가 상대의 집중적인 마크에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가 상대 에이스를 집중 견제하는 타이트한 수비가 대세였으며, 이는 올 시즌 골잡이들의 득점 횟수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호날두의 골 수치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상대팀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리그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호날두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같지 않습니다. 맨유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거의 매 경기마다 호날두의 존재감이 필요할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으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여 웨인 루니의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한 계획을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루니는 거듭된 잦은 부상으로 부침에 시달렸고 베르바토프는 기복이 심한 경기력이 문제였습니다. 결국에는 호날두의 출전 빈도가 무리하게 늘어나면서 선수 본인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아무리 호날두가 지난 시즌 같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클래스'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세계 축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반짝이 아닌 그동안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많았습니다.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 세 시즌째 리그를 제패하지 못했던 맨유가 2006/07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듯이, 강한자의 존재감은 노쇠화에 접어들지 않는 이상은 불변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호날두는 최근 중요한 고비때마다 팀을 구했습니다. 지난 6일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두 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는데, 특히 후반 35분 동점골은 1-2로 패색이 짙어가자 리버풀에 리그 1위를 허용할 뻔했던 맨유를 구한 득점 이었습니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페데리코 마케다는 승리를 부르는 행운의 사나이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달 거의 매 경기마다 부진한 활약을 일관한데다 A매치 두 경기를 소화하는 부침 속에서도 두 골을 넣었던 것은 웬만한 특급 선수들도 해낼 수 없는 저력입니다.

그리고 이번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에서는 호날두의 클래스가 다른 누구보다 가장 빛났습니다. 전반 6분 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결승 중거리슛을 작렬하며 맨유의 4강 진출을 이끈 것입니다. 골문과 35m 정도 떨어졌던 미드필드 중앙에서 안데르손의 짧은 패스를 받으며 기습적인 슈팅을 날렸던 것이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든 것이죠. 그것도 회전 각도가 거의 없이 빠른 속도로 향했던 것이었기에 '맨유 격파'를 벼르던 포르투 선수들의 사기를 단단히 흔들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여론에서는 포르투 원정을 앞두고 맨유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포르투가 홈 경기에서 55년 동안 잉글랜드 클럽을 상대로 패한적이 없는데다 맨유가 1무2패로 쩔쩔 메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2-2로 비겼던 맨유가 2차전을 무난하게 치르려면 승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2차전 승리 과정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 간단했습니다. 호날두의 한 방으로 가볍게 이긴 것이죠. 맨유는 그 이후 84분 동안 공격보다 안정적인 밸런스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치며 사실상 굳히기를 하더니 결국 1-0 승리로 웃었습니다.

이 경기가 벌어졌던 전날, 포르투 수비수 알리 시소코는 15일 유럽 축구 전문 사이트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호날두는 다른 선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선수다"는 경솔한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소코도 호날두의 결승 중거리슛을 보면서 자신의 발언을 후회했을지 모릅니다. 비록 호날두의 올 시즌 활약이 지난 시즌 같지 않더라도 강자로서의 저력은 여전하기 때문이죠. 축구선수는 어디까지나 경기력으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날두가 시소코의 도발을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임펙트로 충분하며, 그것이 바로 강력한 중거리슛 이었습니다.

물론 호날두가 올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시즌 막판까지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중요한 고비때마다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의 진면목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선수 본인과 팀에게 이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저력을 차근차근 쌓는다면 시즌 막판에 대업을 이룰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세계를 제패했던 호날두의 저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입니다.